*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넷플릭스

 

워너에서 DC 코믹스와 코믹스 기반 작품들만을 서비스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DC 유니버스’를 공개한 직후, 첫 공개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바로 [DC 타이탄]이다. ‘틴 타이탄’을 기반으로 그려진 이 시리즈는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아직 이용할 수 없어 하마터면 만나지 못할 뻔했지만, 다행히 다른 DC의 드라마처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어 편하게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딕 그레이슨의 어린 시절 비극적인 사건에 관한 악몽을 꾸는 레이첼 로스는 자신의 안에 도사린사악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모종의 사건을 겪은 후 형사 딕 그레이슨과 마주하게 되고, 그와 함께 자신을 쫓는 존재들을 피하는 과정에서 코리, 가, 행크와 돈, 도나 트레이 등 여러 동료를 만난다. 자신을 쫓는 존재가 아버지임을 알게 된 레이첼은 결국 아버지와 만나게 되고, 코리는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고 자신의 사명을 깨닫는다. 레이첼을 구하려다 잡힌 딕은 뒤섞인 환상 속에서 결국 자신 안의 어둠을 받아들이며 첫 시즌의 끝을 맺는다.

 

이미지: 넷플릭스

 

코믹스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등장인물들의 배경을 알고 있으면 훨씬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부모님을 잃은 딕 그레이슨을 브루스 웨인이 입양했고, 배트맨의 사이드킥 ‘로빈’이 된다. 그러나 브루스 웨인과 이해관계가 틀어져 혼자서 활동 중이며, 중반부에서 등장하는 2대 로빈 제이슨 토드와 만난 후 감정의 골은 더욱더 깊어진다. 레이첼 로스는 레이븐(까마귀)이라고도 불리며, 아버지는 세상을 멸망시킬 힘을 가진 악마 트라이곤이다. 내면에 숨겨진 검은 힘을 이용하며, 접촉하는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 코리 앤더슨의 정체는 타마란 행성에서 온 외계인으로, 본명은 코리안더다. 원작에서 ‘스타파이어’로 불리며, 태양의 힘을 축적해 몸에서 열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다. 가필드의 다른 이름은 ‘비스트 보이’로,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드라마에서는 호랑이로만 변신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외에도 익숙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코믹스 팬들을 반긴다.

 

처음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로빈이 ‘F*ck Batman’을 외치는 장면이 등장해 뜨겁게 화제가 되었다. 워낙에 잘 알려진 캐릭터이다 보니, [타이탄]의 중심은 로빈/딕 그레이슨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열어보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레이첼이다. 레이첼을 짓누르는 내면의 사악한 존재는 바로 트라이곤이며, 레이첼은 그를 세상으로 소환하게 할 수 있는 열쇠다. 그 힘을 이용하기 위해, 그 힘을 저지하기 위해, 그리고 혼자가 된 레이첼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기 위해 모든 인물이 레이첼을 중심으로 모이게 되는 것이 서사의 가장 큰 틀이다. 그 안에서 딕은 레이첼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봤고,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딕과 레이첼의 서사뿐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인 서사도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다. 각자의 이야기가 모자라지 않고 적절하게 잘 녹아있다.

 

이미지: 넷플릭스

 

시즌 1의 모든 에피소드를 다 봤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쳐선 안 된다. 그 이유는 마지막 에피소드에 있다. 다소 충격적인 엔딩 장면이 끝나고 크레딧이 흐르고 나면 쿠키 영상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메트로폴리탄 어딘가에 위치한 실험실에서 나신의 한 남자가 탈출해 연구원들을 모두 죽인다. 그리고는 초록빛이 감도는 방에 들어가 갇혀있던 강아지를 구하는데, 남자의 팔에 새겨진 문신과 붉게 빛나는 강아지의 눈을 비추며 끝난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슈퍼보이’와 ‘크립토’다. 원작에서 슈퍼보이는 슈퍼맨과 인간의 유전자 합성으로 만들어진 클론이며, 크립토는 슈퍼맨의 애완견이자 슈퍼맨처럼 강한 능력을 가진 개다. 이들의 등장은 엔딩 장면에 더해져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어떤 시리즈든지 첫 에피소드가 시리즈를 꾸준히 볼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늘어지지 않고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에 어울리게 잔인한 장면도 여럿 등장하고 타격감 넘치는 액션도 곳곳에 들어차 있다. 화면과 잘 어울리는 BGM도 드라마를 즐기는 데 한몫한다. 이러한 점들도 [타이탄]을 여러 번 돌려보고 싶게 만들기도 하지만, 가장 훌륭한 점은 바로 더빙이다.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VOD 부가 서비스로 더빙판이 공개된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드물게 한국어 더빙을 제공한다. 유명 성우들의 목소리와 좀 더 친숙한 번역으로 양질의 더빙을 즐길 수 있으며, 특히 공중파에서 들을 수 없었던 욕설이 날것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DC 타이탄]은 공개 전부터 이미 시즌 2를 제작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게다가 에피소드 4편에서 가의 동료들로 등장했던 치프, 로봇맨, 네거티브맨, 엘라스티 걸은 스핀오프 시리즈 [DC 둠 패트롤]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여 줄 예정이다. DC 유니버스 세계관의 첫 시작을 멋지게 보여 준 [DC 타이탄]에서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되며, 계속 눈여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