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넷플릭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도 영화, 일명 발리우드는 여러 가지 매력이 있다. 중간중간 흥겨운 춤과 음악이 꼭 등장하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않게, 때로는 그보다 더 강렬하게 스펙터클한 액션과 박진감 넘치는 서사를 보여준다. [당갈]을 접한 이후 인도 영화와 드라마에 흥미가 생긴 차에, 최근 넷플릭스에 인도에서 만든 오리지널 드라마 [레일라]를 공개됐다. 인도 영화에 이어, 이번에는 인도 드라마에 도전해 볼 차례가 된 것이다.

 

[레일라]는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여느 발리우드 작품과 느낌이 전혀 다르다. 인도 최초로 근미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흥겨운 춤도 노래도 없이 굉장히 어두운 톤으로 진행된다. 독재자 조시가 지배하는 나라 아리아바르타는 깨끗한 물과 공기가 귀해 국가에서 통제하며, 계급과 혈통을 중요시해 상류층과 빈곤층의 거주 구역을 높은 벽으로 갈라놓아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고 자유를 억압한다. 각종 첨단 장비와 몸에 새겨진 문양을 통해 개인 정보를 식별하는 등의 설정이 인도의 배경과 어우러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주인공 샬리니는 상류층에 있던 사람이다. 귀하고 비싼 물을 잔뜩 사서 수영장을 만들 정도로 풍족한 삶을 살았으나, 국가의 명령을 따르는 일명 ‘반복자’라고 불리는 자들에 의해 노동 수용소로 끌려가고 만다. 남편은 ‘반복자’의 손에 죽고 딸 레일라는 어디에 있는지 생사조차 알 수 없다. 샬리니는 2년간을 노예처럼 살며 여러 사건을 겪던 중 탈출해 집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는데, 남편의 죽음과 레일라의 행방을 찾을 단서 ‘발리 프로젝트’를 얻고는 붙잡혀 다시 수용소로 돌아간다. 이후 샬리니는 레일라를 찾기 위해 분투하다가 국가의 거대한 음모를 알게 되고, 조시의 독재를 무너뜨리려 하는 반란군과 엮이면서 다시 사건이 벌어진다.

 

여전히 신분 차별이 남아있는 인도에서 신분과 혈통을 중심으로 한 갈등이 벌어지는 근미래를 다룬다는 점이 마치 넷플릭스 [블랙 미러] 에피소드를 보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높디높은 벽 너머 빈곤층 사람들은 부정한 취급을 당하며 인간의 기본 권리인 식수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다. 서로 다른 등급 간 사람들의 결혼은 절대 허락되지 않으며, 종교의 자유는 허락하지만 무슬림과의 혼혈 아이는 국가가 진행하는 ‘발리 프로젝트’로 비밀리에 보내져 마치 재화처럼 상류층 가정으로 팔려 가며 세뇌를 거쳐 성장한다.

 

이미지: 넷플릭스

끔찍한 탄압 속에서 주인공 샬리니를 비롯한 많은 인도 여성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선택을 받아 노동 수용소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쟁적인 구도를 보이기도 하고, 레일라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가 조력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를 향한 모성애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탄압 속에서 아이만은 지켜내겠다는 집념이 곳곳에서 묻어나는데, 이점이 샬리니를 강하게 만들고 점점 위험한 일을 시도하게 만들며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특히 샬리니를 연기한 후마 쿠레시의 깊이 있는 감정 변화를 담아낸 연기가 그 미묘한 변화를 두드러지게 만든다.

 

이미지: 넷플릭스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샬리니의 레일라를 향한 여정은 단서의 발견과 해결을 반복하며 견고해진다. 서사와 잘 어울리는 사운드트랙도 드라마의 톤을 굳건하게 만드는데 한몫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여정의 절반 즈음에 다다랐을 때 시즌 1이 끝난다는 것이다. 한 시즌이라기보다는 파트 1에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클라이맥스에서 막을 내린 엔딩 덕에 한껏 고조된 감정이 오갈 데가 없어져 맥이 빠지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스토리인 것은 변함이 없다. 시즌 2 소식이 얼른 들리기를 기다리면서, 레일라를 향해 가는 여정뿐 아니라 저항군의 일원으로서 더욱 인상적인 샬리니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