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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크리스마스를 보낸 다음날, 어둡고 매혹적인 로맨스 스릴러 [너의 모든 것] 시즌 2가 공개됐다. 이번 시즌은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무대를 옮겨 조의 새로운 사랑과 집착을 다룬다.

조는 결국 구원자를 자처한 벡을 살해한 뒤, 죽었다고 생각했던 전 여자친구 캔디스의 위협을 피해 뉴욕과 전혀 로스앤젤레스로 쫓기듯 도피한다. 이제는 다른 사람이 되겠다며 다짐하는 그 앞에 러브라는 매력적인 인물이 나타나고, 조는 다시 뒤틀린 욕망과 마주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전과 같지 않다. 러브가 벡의 자리를 차지하고, 그의 동생 포티와 이웃집 10대 엘리가 각각 (벡의 사나운 친구) 피치와 (가련한 이웃집 소년) 파코의 역할로 등장해 관계는 이전과 같은 양상을 보이지만, 전처럼 조가 주도적으로 주변을 통제하는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는다. 새로운 사랑 러브를 비롯해 조의 시선에서 약자의 입장에 놓인 여성들이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그를 위협하며 신선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너의 모든 것] 시즌 2는 영민하게도 자기 복제를 하지 않고 조금씩 서사의 형태를 비틀어 한자리에서 홀린 듯이 볼 수밖에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반전을 거듭하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너무나 유혹적이어서 시즌 3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한다. 다만 조금 슬프게도 [너의 모든 것] 시즌 3는 올해가 아닌 내년에야 볼 수 있지만, 세 번째 시즌을 기다리며 다음 이야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해외 팬들의 흥미로운 이론을 소개한다. *스포일러가 가득한 글이니 참고하고 보길 바란다.

러브는 (죽은) 남편을 천천히 독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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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는 일찌감치 조에게 3년 전 결혼했고, 1년 만에 사별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조가 짐작할 수 없는 러브의 결혼생활은 몇몇 에피소드에 등장하는데, 두 사람의 달콤한 연애가 위기를 맞는 6화에서 러브의 과거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러브는 자산가 부모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아이를 갖고 싶어 했고, 제임스는 둘만의 자립적인 결혼생활을 원했다. 두 사람이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다투는 도중 제임스는 몸이 좋지 않다며 한발 물러난다. 당시 디톡스 중이던 그는 어디가 좋지 않았던 걸까. 몇 달 후 제임스는 투병 사실을 고백하고 세상을 떠나는데,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상세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요리에 집착하는 러브가 의심스럽다. 살해 의도는 없더라도 제임스에게 해가 되는 물질을 첨가했을지 모른다. 조가 벡에게 그랬듯 러브 역시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어두운 본성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10화에서 케이지에 갇힌 조의 행동은 러브의 독살설을 단적으로 뒷받침한다. 조가 러브가 가져온 머핀을 먹으려다 머뭇거리자 러브는 직접 먹어 괜찮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미 조는 러브가 두렵다.

러브가 딜라일라를 죽인 데는 숨은 동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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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는 사랑하는 연인을 보호하기 위해 조의 끔찍한 과거를 알아채고 창고에 갇힌 딜라일라를 죽인다.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러브가 제임스를 독살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평소 지저분한 사건을 들쑤시고 다녔던 딜라일라가 제임스의 죽음을 의심하고 있어 때마침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도 가능하다. 딜라일라가 헨더슨의 추악한 과거를 폭로하는 기사를 쓸 때, 카메라는 잠시 스크랩한 기사와 의심스러운 인물을 모아둔 보드를 비추는데 제임스에 관한 기사가 보인다는 것이다(눈썰미가 굉장한 시청자다). 딜라일라가 평소 러브와 그 가족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본 만큼 아예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러브가 그런 의도로 딜라일라를 살해했다면, 중심인물을 사이코패스로 몰아가기보다 양면적인 모습을 담아내려는 드라마 의도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

조의 새로운 이웃은 행방이 묘연해진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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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의 궤도에 오른 조를 비추며 마무리한다. 조는 러브와의 결합이 마냥 행복하다 할 수 없지만, 곧 만날 딸에게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열망이 가득하다. 자조 섞인 내레이션으로 마무리하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조는 정원 울타리 틈새로 얼핏 보이는 새로운 이웃을 소개한다. “이곳에 갇힌 순간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운명이란 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잖아요? 이건 시작일 뿐이에요. 왜냐하면 난 바로 이곳에 왔어야만 했거든요.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요. 당신을. 당신은 그곳에서 햇볕을 쬐며 책을 읽고 있었죠. 아주 가까우면서도 저 먼 곳에 있었어요. 당신에게 다가갈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 곧 만나요. 이웃 씨”라고 말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카메라는 끝까지 새로운 이웃을 정면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회상 장면에 등장했던 어머니일 거라고 추측한다. 지금까지 그의 성향을 볼 때 지켜보고 있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더군다나 이제 아빠가 될 조에게 어머니의 존재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조의 아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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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는 조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마일로와 데이트한다. 이는 그가 좋아서라기보다 일종의 질투 유발 작전에 가깝다. 이때쯤 러브는 벡의 책을 읽고 조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한 상태로, 그의 어두운 열정과 헌신이 자신에게도 닿기를 원했을지 모른다. 조가 러브를 죽이려 할 때 임신 사실을 고백하며 그의 아이라고 말하지만, 마일로와 짧은 관계를 이어갈 때 그들이 부주의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윌은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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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베텔하임은 투명 케이지에서 유일하게 살아나간 사람이다. 캔디스를 피해 로스앤젤레스로 도피한 조가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만난 윌은 자신의 신분을 뺏기고 감금당했음에도 그를 이해하고 동조하는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인다. 두 사람은 투명 케이지를 사이에 두고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데, 특히 윌은 조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고 필요에 따라 도움을 주기도 한다. 단지 생존을 위해서라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이후에도 지속된다. 아마 조는 딜라일라를 잃은 엘리를 도피시킬 때ㄷ 도 윌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윌은 다시 조가 있는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올까? 두 사람의 기묘한 우정이 좀 더 탐구되길 기대한다.

조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러브를 죽이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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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에게 마침내 두려운 여성이 생겼다. 러브는 이제껏 조가 알던 여자와 다르다. 조에게 없던 완벽한 가족을 선사하는 동시에 거울을 들여다보듯 뒤틀린 욕망을 지닌 인물이다. 조는 자신의 예측에서 벗어나 통제하기 힘든 러브를 위험한 대상으로 여기고 경계한다. 이미 한 번 생존을 위해 살해할 결심도 했다. 물론 이는 러브의 임신으로 좌절됐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언제까지나 안심할 수 없다. 더군다나 러브는 딜라일라와 캔디스를 죽인 전력이 있다. 끊임없이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는 조에게 러브는 딸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는 대상인 셈이다. 그렇다면 조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딸의 위험군을 제거하는 것이다. 과거 벡에게 그랬던 것처럼.

포티의 영화에 조의 범죄를 폭로하는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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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에서 가장 애처로운 감정을 자아내는 포티는 부모에게는 인정받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휘둘린다. 러브는 보호하다는 명분 하에 끔찍한 일을 저질렀고, 조는 러브와 관계를 위해, 캔디스는 조에게 복수하기 위해 포티를 이용한다. 특히 캔디스는 조의 정체를 폭로하려고 포티에게 벡의 소설 『사랑의 어두운 얼굴』을 영화화하라고 권하고 의심을 부추기고자 애쓴다. 내내 캔디스의 말을 부정하던 포티는 닥터 니키가 수감된 교도소를 방문한 후에야 조의 진실을 깨닫는다. 닥터 니키는 조가 씌운 올가미에 걸렸을 뿐, 믿어 의심치 않았던 조가 벡을 죽인 진범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타이밍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의 손으로 직접 단죄하려는 순간 경찰의 총에 맞아 죽고 만다. 러브에게 조의 진실을 폭로하려고 돌아오기 전 시나리오를 수정해 다른 누군가에게 건넸다면, 혹 엘리가 복사본을 갖고 있다면, 포티의 영화는 닥터 니키의 결백함을 증명하고 조를 위협할 것이다.

러브는 그들의 이웃을 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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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는 조를 앞서가는 인물이다. 조가 울타리 너머 이웃을 시청자에게 소개하기 전, 그보다 먼저 새로운 위협을 알아챌 가능성이 높다. 조가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누군가에 집착하고 있음을 단서로 흘리고, 애정을 갈구하는 러브는 눈치 빠르게 이웃의 성향을 파악했을지 모른다. 만약 그 이웃이 어린 조를 버린 어머니라면 러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딸을 계기로 가까스로 진정된 관계는 또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어머니의 존재는 러브를 다른 방식으로 질투하게 할 수 있어 조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면 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러브가 화자로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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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모든 것]이 시청자를 사로잡은 데는 끊임없이 속마음을 말하는 조의 내레이션이 빠질 수 없다. 덕분에 누가 보기에도 여성 혐오가 의심스러운 범죄자 조에게 동조하고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합리화하는 그의 목소리는 그만큼 힘이 있다. 이 강력한 친밀감은 <너의 모든 것>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지금껏 내레이션은 온전히 조의 몫이었다. 잠시 시즌 1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 조와 예상 밖의 하룻밤을 보낸 벡의 실망감이 목소리로 표출된 적 있지만, 시즌 2에서 러브의 진심은 알 수 없었다. 이는 러브의 진실이 주요 반전 장치로 사용됐기 때문인데, 이제 시청자가 두 사람의 진실을 잘 알게 된 이상 러브가 화자로 나서는 순간이 올 수 있다. 특히 어머니일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이웃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면, 시청자는 러브의 속마음도 알고 싶어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