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보다 넷플릭스가 편해진 요즘. 매주 쏟아지는 넷플릭스 신작 중에서 어떤 작품부터 봐야 할지 고민이라면 에디터들의 후기를 참고하자.

발할라 살인(The Valhalla Murders) – 북유럽의 서늘함을 한껏 살린 범죄 스릴러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아이슬란드에서 약 500년 만에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수사하는 두 형사 카타와 아르드나르는 잔혹하게 살해된 피해자들이 과거 발할라 소년원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건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발할라 살인]은 ‘진범 찾기’ 외에도 두 주인공의 개인사 등을 다룬 서브플롯이 많고, 속도감 있게 흘러가는 많은 범죄 스릴러들에 비해 호흡이 다소 느린 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 한순간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인물들의 심리 묘사나 수사 과정에 많은 공을 들여 사건 현장에 가있는 듯한 사실감을 선사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치기 때문이다. 보는 입장에선 혹여나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스킵(skip)’ 버튼을 누를 생각도 못 하고 몰입하게 된다. 북유럽의 압도적인 절경과 특유의 서늘한 감성까지 잘 살려낸 작품이니,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사라진 소녀들(Lost Girls) – 참담한 현실 속 진하게 남아있는 여성의 공감과 연대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실제 사건에 기반한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메리 길버트가 딸 섀넌이 사라졌다고 경찰에 신고하는데, 경찰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 섀넌이 사라진 곳에서 우연히 시체들이 발견되어 수사가 시작되지만, 사망한 여성들이 전부 매춘부라는 이유로 역시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진척된다. 메리가 직접 증거를 모아 제대로 된 수사를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연쇄살인 용의자조차 찾지 못한 채 사건은 미결로 남은 상태다. 비슷한 작품으로 연상되는 넷플릭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서는 피해자를 이해하고 진지하게 수사에 임하는 마리, 그레이스 형사가 있었다. 하지만 [사라진 소녀들]에서는 사람의 생명에 경중을 나누고 피해자와 그 가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 경찰들뿐이다. 피해자의 어머니, 자매들이 모여 공감과 연대를 보여주면서도 사건이 해결되지 못한 참담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엘리트들(Elite) 시즌 3 – 섹스, 거짓말 그리고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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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현정: ★★★ 섹스, 거짓말, 살인이 얽힌 하이틴 미스터리 [엘리트들] 시즌 3가 돌아왔다. 명문 사립학교 라스 엔시나스에의 10대들은 무사히 졸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앞서 두 시즌처럼 중심이 되는 (살인) 미스터리와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의 동기를 하나둘씩 밝혀가는 전개 방식을 취한다. 시즌 3의 주요 미스터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폴로의 죽음이다. 사건과 긴밀하게 연관된 사무엘과 구스만이 유력해 보이지만, 사랑과 우정, 배신이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화려한 막장 스토리로 명성을 얻은 드라마답게 이번 시즌도 새롭게 관계를 꼬고 백혈병이라는 난데없는 설정을 투입한다. 또한 시즌 2에 이어 새로운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아쉽게도 자신만의 서사를 갖지 못한 채 기존 인물들의 갈등 요소로만 이용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사건과 갈등 속에 주요 인물들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특권의식에 사로잡혔던 구스만과 루는 이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극에 호감을 불어넣는다. 졸업 이후 떠나는 이와 남겨진 이로 열린 결말로 끝난 [엘리트들]이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로 돌아올지 궁금하다.

100인, 인간을 말하다(100 Humans) – 별나고 재미있는 인간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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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혜란: ★★☆ 미국인의 인종, 성별, 나이 등을 대표할 수 있는 인간 100명이 참여한 사회 심리 실험. 평소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다양한 실험으로 확인한다. 화장실 휴지를 어떻게 거는가, 남자와 여자 중 누가 외출 준비를 오래 하는가부터 우리 무의식을 지배하는 고정관념이 어떻게 발현되는가까지 주제는 굉장히 광범위하다. 설계된 실험은 독특하고 실험 과정도 재미있는데, 결과도 예상을 벗어난 게 많아서 흥미롭다. 각 에피소드 러닝타임도 짧아서 가볍게 볼만하다. 다만 실험 결과를 너무 일반화하지는 말자. 설계 자체에 허점도 있고 다른 참가자들로 같은 결과를 내놓을 확률도 적기 때문이다. ‘재미는 어디까지나 재미로만’ 보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고! 고카트(Go Karts) – ‘분노’ 없이도 ‘질주’가 가능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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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홍선: ★★★ [고! 고카트]는 10대 소년 잭이 고카트 경주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F1 경주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사랑과 우정을 동력 삼아 우승을 향한 페달을 밟는다. 사실 [고! 고카트]가 그리는 캐릭터와 스토리는 뻔하고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그런 식상함 속에서도 아기자기한 구성과 부담 없는 스토리로 흥미로운 시동을 건다. 레이싱 실력을 쌓기 위한 엉뚱한 훈련은 웃음을 자아내고, 작은 차체 구성과 다르게 속도감 넘치게 담은 경주 장면은 짜릿하다. 승리를 향한 ‘질주’에 필요한 것은 ‘분노’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가 기분 좋은 에너지를 건넨다. 그러나 시원하게 달리던 영화에 급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있다.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와 진부한 대사,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플롯은 ‘무난하다’라고 넘기기에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