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6일, 할리우드의 스타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이 처음으로 내한했다. 두 배우는 하루 동안 기자회견, 레드 카펫 행사를 모두 소화했고 피로한 몸에도 최선을 다해 팬 서비스를 해주고 돌아갔다. 하지만 배우들에게 쏟아지는 환호와 달리 영화 <패신저스>는 ‘호’ 보다는 ‘불’의 분위기가 더 높다.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는 신선도 지수 31%(4일 기준), 메타크리틱에서는 41점의 실망스러운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고의 스타들이 출연한 <패신저스>는 최악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 영화는 대체 무엇이 잘못됐을까?

 

<패신저스>는 5258명의 사람을 실은 우주선에서 120년간 동면상태에 있어야 할 짐(크리스 프랫)과 오로라(제니퍼 로렌스)가 어떠한 문제로 30년 만에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예고편에 나온 장면만 보면 두 남녀가 우연한 계기로 깨어나게 되고 우주선에 생긴 결함과 뜻하지 않은 자연현상에 맞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릴 것으로 보였다. 포스터에 적힌 내용도 그랬고 홍보도 그렇게 됐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들여다보면 그런 내용은 거의 없다.

<패신저스>는 먼저 깨어난 짐이 당황스러워하며 우주선 내부를 돌아다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마치 모노드라마를 보듯이 20분 이상이 그렇게 진행된다. 오로라는 25분가량이 지나서야 자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이마저도 조금 더 지나야 그녀가 걸어 다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괜찮다. 아무래도 중요한 내용은 바로 이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선 장면으로 우주선의 상황과 캐릭터들의 개성을 설명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그들의 활약이 펼쳐져야 한다.

 

하지만 이때부터 마치 우주를 배경으로 한듯한 하이틴 청춘 로맨스 영화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이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 의존할 수 있는 남녀가 같이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 짐과 오로라는 우주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우주복을 입고 우주 밖으로 데이트를 나가기도 하고 맛있는 식사도 한다. 그리고 갈등도 겪는다. 문제는 이 과정들이 매우 클리셰적인 장면들로 뭉쳐져 밋밋하다는 것이다. 이러려고 우주에 나갔나 싶다. 매우 큰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언급은 할 수 없지만, 그들이 갈등을 겪고 이후에 화해를 하는 장면들은 억지스러운 전개와 감정선의 끝이었다.

나중에 우주선이 문제를 겪으면서 예고편에 등장했던, 영화 내내 아껴 뒀던 화려한 CG 장면들을 쏟아내지만, 사실 이런 부분들은 영화의 단점을 가리기에만 급급하다. 영화는 지나치게 배우들을 활용하지 못 했다. 고급 재료를 들고도 패스트푸드로 만들어버리는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 배우들이 못 했다기보다는 그들이 활약할 수 있는 조건과 공간을 만들어주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패신저스>는 SF 블록버스터 영화를 기대하고 간다면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속는 셈 치고 특이한 배경의 로맨스 장르를 보러 간다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가릴 수 있지 않을까.

테일러콘텐츠 크리에이터: 필름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