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4대 배급사는 각각 흥행을 위한 코드가 있다. 쇼박스는 장르 대폭격으로, NEW는 신파 눈물로, CJ는 스크린 독점으로 밀어붙인다. 그리고 롯데 엔터테인먼트는 내세울 무기가 외화수입밖에 없다. 그마저도 다 미적지근하다. <위플래쉬>를 6천만 원에 사들여 126억 원 가까이 수입을 낸 쇼박스와 달리 작년 롯데가 수입해온 영화는 <나우 유 씨 미2>, <잭 리처: 네버 고 백> 등이다. 지난해 손예진을 주연으로 앞세운 <덕혜옹주>로 2014년 <기술자들> 이후로 첫 흑자를 기록하며 그나마 체면치레를 한 롯데 엔터테인먼트. 천만 영화 하나 없는 이들이 피눈물 흘려가며 나름(?) 흥행시켰다고 자부하는 한국영화 다섯 편을 알아보자!

 

 

5. 과속스캔들 (2008)

감독: 강형철
출연배우: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누적 관객수: 8,223,342 명
매출액: 53,801,341,400 원

아무도 예상 못 했다. 이 영화가 흥행할 것이라고는 신도 몰랐을 것이다. <과속스캔들>은 한 때는 아이돌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36살의 싱글라이프 남현수(차태현 분)에게 자신도 모르는 22살의 딸 황정남(박보영 분)과 6살짜리 손자 황기동(왕석현 분)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차태현만의 따뜻한 코미디를 기대하고 극장에 갔던 관객들은 되려 박보영의 매력에 반하고, 왕석현의 귀여움에 흠뻑 젖어 나오게 된다. 물론, 차태현은 차태현이었지만, 오죽하면 예능 방송에서도 MC들이 차태현에게 우스갯소리로 “너 때문에 흥행한 거 아니야”라는 말까지 던졌을까. <과속스캔들>은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 열차에 탑승했고 박보영은 하루아침에 스타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감동 코드가 섞인 가족물로 230만 정도의 관객이 들어올 것으로 보였지만, 뜬금포가 터지며 800만 관객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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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최종병기 활 (2011)

감독: 김한민
출연배우: 박해일, 류승룡, 김무열, 문채원
누적 관객수: 7,482,180 명
매출액: 55,914,235,500 원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칼도, 총도 아니었다. 활이었다. <최종병기 활>은 기울어 가고 있던 롯데를 멱살 잡고 끌어올린 영화다. <최종병기 활>은 인조반정 때 역적으로 전락한 사대부 집안의 남이(박해일 분)가 자신이 얹혀살던 김무선의 아들 서군(김무열 분)과 여동생 자인(문채원 분)이 혼례를 치르던 중 청나라 군사들에게 끌려가자 이를 구하기 위해 추적하게 된다는 이야기. 이후 청나라 특수부대인 니루와 대장 쥬신타(류승룡 분)와의 추격전이 영화의 포인트다. 활을 사용하고 산을 넘나들며 보여주는 빠른 속도감과 스펙타클한 액션이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와 흥행에 성공하였다. 연인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오락영화로 전반적인 평이 좋았고, 740만의 흥행을 기록하며 김한민 감독에게 명량을 찍을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줬다. 비록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는 평을 듣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나온 웰메이드 사극 추격영화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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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건축학개론 (2012)

감독: 이용주
출연배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조정석, 고준희
누적 관객수: 4,112,233 명
매출액: 30,230,722,900 원

누가 이 영화를 보고 설레지 않았을까. 지나간 대학생 때의 첫사랑을 떠올리는 어른도, 현재 첫사랑을 하는 커플도, 대학에 가서 첫사랑을 만날 꿈을 꾸는 학생마저도 모두 설레게 만든 영화 <건축학 개론>. 대학생인 승민(이제훈 분)과 서연(수지 분)은 ‘건축학 개론’ 수업에서 만나 서로 마음을 품어가지만 작은 오해로 인해 멀어지게 된다. 15년 후, 건축가가 된 승민(엄태웅 분) 앞에 나타나 집을 지어 달라고 하는 서연(한가인 분). 어쩌면 사랑이었을지 모를 그때의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수지를 국민 첫사랑으로 만들고, 거리에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다시 흘러나오고, 배우 조정석을 발굴한 것 외에도 <건축학 개론>은 롯데의 체면을 살려준 영화다. 화제보다 흥행(410만)은 약했지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로맨스 영화로 많은 사람에게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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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더 테러 라이브 (2013)

감독: 김병우
출연배우: 하정우, 이경영, 전혜진
누적 관객수: 5,584,139 명
매출액: 39,869,706,381 원

스튜디오 안에서 한강 다리를 폭파하려는 테러범과의 전화통화로만 이루어진 참신한 포맷의 <더 테러 라이브>. <폰 부스>가 생각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더 테러 라이브>가 재밌는 것은 스튜디오에 비리를 저지르다 몰락한 앵커 윤영화(하정우 분)뿐만 아니라 권력에 눈이 먼 보도국장 차대은(이경영 분)과 실적을 올리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경찰청 대 테러팀장 박정민(전혜진 분)의 눈치싸움이다. 나쁜 사람들 간의 서로 속이고 속이는 두뇌 싸움을 날카롭고 세련되게 보여주어 스릴러의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 흥행 역시 많은 사람의 관심이 더 몰렸던 설국열차와 대결해서 550만을 넘기는 등 나름 성공했다.
http://db.tailorcontents.com/movies/7857-%EB%8D%94-%ED%85%8C%EB%9F%AC-%EB%9D%BC%EC%9D%B4%EB%B8%8C

 

 

 

1. 덕혜옹주 (2016)

감독: 허진호
출연배우: 손예진, 박해일, 라미란, 정상훈
누적 관객수: 5,597,623 명
매출액: 44,386,347,109 원

<덕혜옹주>는 허진호 감독의 복귀, 덕혜옹주에 대한 이야기 및 논란, 애국주의 등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일본으로 끌려간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손예진 분)가 어린 시절 친구 장한(박해일)과 만나면서 독립운동에 참여하게 된다는 이야기. 끊임없이 한국 영화에서 힘을 못 쓰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사활을 걸고 있던 작품. 그래서인지 롯데는 개봉일을 확정 짓지 못하고 계속 변경하여 논란을 빚었다. 롯데가 수입 배급한 <스타트렉 비욘드>와의 팀킬을 막기 위해 스타트렉의 개봉일을 8월 18일로 미루고 <덕혜옹주>는 8월 3일로 개봉일을 확정했다. 이후 CJ의 <인천상륙작전>이 7월 27일에 개봉하자 8월 10일로 변경했다. 그런데 마침 그날은 쇼박스의 <터널>, 메가박스의 <국가대표 2>가 개봉하는 날이었다. 거기다 <인천상륙작전>이 언론시사회에서 혹평을 받자 다시 8월 3일로 개봉일을 되돌렸다. 롯데의 마케팅전략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 볼 수 있다 560만 정도로 롯데가 배급한 한국영화들 중 2014년에 개봉한 <기술자들>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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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흥행한 한국영화들을 살펴보았다. 롯데의 최고 흥행작은 2013년도에 나온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인데 860만의 흥행성적을 냈다. 이후 롯데에서는 4년째 860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6년에만 롯데는 <로봇, 소리>, <해어화>, <무서운 이야기 3>, <사냥>,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이 흥행에 참패했다. 차라리 롯데의 흥행성적을 다룰 때는 얼마나 망했는가를 다루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롯데에는 거대한 자본과 롯데시네마라는 잠재력이 존재한다. 2017년에 <해빙>, <보안관>, <신과 함께>, <청년 경찰>, <7호실> 등의 한국영화를 개봉예정 중이다. 이중 첫 타자인 <해빙>은 롯데의 잠재력을 이용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롯데의 건투를 빈다.

 

http://db.tailorcontents.com/movies/19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