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킬링타임으로 즐길 수 있었던

그레이트 월을 보고 극장을 나서며 찜찜함을 느꼈다.

 

<이미지:네이버 영화>

 

그레이트 월은 14세기 중국 만리장성에 얽힌 역사적 미스터리를 다루며, 윌리엄 가린(맷 데이먼)이 만리장성에 도착하여 그곳의 군사들과 함께 괴수(도철)을 막는다는 이야기다.

그레이트 월을 보고 난 관객은 간단하게 갈린다. 재밌다는 것과 싫다는 것. 왜 재미없다가 아닌 싫다 일까. 가끔 몇몇의 중국 영화를 보면 과도한 중화사상때문에 헛웃음이 나오곤 한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가 재미없다가 아닌 비호감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레이트 월에서도 마치 만리장성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워진 것처럼 묘사되고, 중국의 과학기술은 세상 최고로 묘사된다. 게다가 책사(유덕화)는 검은 가루를 다른 물질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무엇으로 바꾼 지 설명하지는 않지만,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연금술이다. 이외에도 다양하게 느껴지는 중화사상은 중국인들을 제외한 사람들이라면 유쾌하게 다가오지는 못할 것이다.스토리의 개연성은 확연히 떨어진다. 이 스토리에서 중요한 건 주인공 윌리엄이 돈만 챙기던 악한에서 성벽에서 목숨을 걸고 함께 싸우게 되는 변화다. 여주인공 격인 린(경첨)과의 씬에서 신뢰에 대해 몇 번 이야기하긴 했지만, 필자는 그가 언제 그렇게 변했는지 몰랐다. 다시 말해 아무 설명 없이, 몇 마디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가치관이 변한 것이다. 관객들을 설득할 최소한의 장면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지:네이버 영화>

 

또한, 고증의 문제. 일단 필자는 중국 역사에 밝지는 못하다. 하지만 최소한 그 시대의 검정, 빨강, 파랑, 보라, 노랑으로 갑옷을 칠해서 입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안다. 게다가 맷 데이먼의 이름을 빌려 그 갑옷 색에 맞는 역할마저 설명한다. 이 갑옷 색깔에 무언가 굉장한 자부심이 있었나 보다. 그리고 풍등을 타고 가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 물론 영화에서도 위험하다고 경고했으며, 실제로 많은 수의 풍등들은 추락한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렇지만 이러한 점들을 제외하더라도 장점은 있다. CG에 공을 많이 들여서인지 잘 꾸며져 있다. 특히 성벽 전투씬은 전쟁 자체의 스케일 자체가 크고 꽉 찬 느낌을 준다. 또한, 중간에 나오는 안개씬은 그레이트 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괴물의 디자인 역시 괜찮은데, 마치 길예르모 델 토로가 디자인한 듯한 파충류 느낌의 괴물이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인상 깊었다.

 

<이미지:네이버 영화>

 

과연 지금까지 나열한 단점들이 그레이트월을 보고 느껴지는 찜찜함의 원일일까? 영화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인 동시에 상업적인 상품이다. 당연히 모든 영화가 철저한 스토리와 작품성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레이트 월도 작품성 자체가 찜찜한 기분을 만든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게다가 상기된 문제들은 이미 헐리우드영화에 지속적으로 나온 문제들이다. 진짜 문제는 앞으로 그레이트 월처럼 중국기업에 투자를 받고 중국시장을 겨냥한 영화가 많아질 것이란 거다. 이미 몇년 전부터 많은 수의 헐리우드 영화에서 나오는 중국에 관련된 요소들은, 영화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들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나오는 것은 자본의 힘이다. 중국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든 넣고 싶어해서 혹은 넣어야만 해서 들어간 장면들이 영화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결국 탄생한 영화는 중국적이지도, 서양적이지도 않은채로 이상하게 나왔다. 앞으로 이렇게 무작정 찍어낸듯한 영화를 많이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찜찜해진다.

 

<이미지: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