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얼굴을 보고 아이의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관객이 있을까

변요한은 데뷔작부터 완성된 얼굴을 가진 배우였다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 변요한. 2014년 미생에서부터 주목 받은 변요한은 갑자기 등장한 배우가 아니다. 2011년도부터 약 40편이 넘는 독립영화 및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기본기를 쌓아온 변요한. 그의 데뷔작 <토요근무>를 준비해봤다.

<토요근무>는 인터넷 설치기사인 도연(변요한)이 작업을 위해 방문한 어느 신청자의 집에서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어린 여자아이 선아(박서연)를 만나 함께 토요일 오후를 보내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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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니시네마>

 

짧은 시간의 단편영화는 서사나 미장센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눈에 띄기 힘들다. <토요근무>의 서사나 미장센은 특이점이 없다. 도리어 일상적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미장센은 <토요근무>의 반전에 힘을 실어준다. 영화에서 반전은 일종의 영화와 관객과의 게임이다. 영화는 관객을 속이려 하고 관객은 영화가 깔아놓은 장치에 속거나 속지 않거나 하면서 일종의 긴장 관계를 형성해간다. 어떤 영화들은 자신이 풀어냈던 이야기를 아예 없는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어떤 영화들은 복선을 너무 많이 깔아둔 탓에 들통나기도 한다. 하지만 <토요근무>의 일상적인 미장센에는 복선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어서 반전의 효과를 더욱 증폭시킨다. 집에서 나는 악취, 화장실을 놔두고 밖에서 소변을 보는 아이. 불우한 가정의 모습. 영화가 깔아놓은 미장센 속에 심취되어 복선들을 멋모르고 지나친 관객들에게 엄마의 자살은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미장센을 활용하고 전달하는 주체의 일등공신은 변요한의 연기다. 변요한은 아이 때문에 퇴근하지 못하고 여자친구와 싸우면서 토요일을 날리는 일반적인 인터넷 설치기사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자살한 엄마의 시체를 발견한 후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갈 때 넋이 나간 변요한의 표정은 <토요근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다. 공원에서 변요한은 말없이 아이를 바라본다. 대사는 한마디도 없지만, 그의 근심이 얼굴에 드러난다. 그의 근심은 그들이 시킨 자장면을 클로즈업하는 카메라의 근심과 일맥상통한다. 소녀는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이의 걱정이 변요한의 얼굴만으로 표현될 때 어느새 관객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배우에게 얼굴은 중요한 요소다. 가끔은 입에서 내뱉는 말보다도 와 닿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얼굴이기 때문이다. 변요한은 자신의 데뷔작인 <토요근무>에서 그러한 얼굴을 표현했다. 그의 얼굴을 보고 아이의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관객이 있을까. 데뷔작부터 얼굴만으로 관객을 자신에게 동화시킨 배우 변요한. <토요근무>는 그의 성공과 연기력이 한 순간 반짝 등장이 아님을 증명한다.

 

<영상:미니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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