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레드써니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번 설 연휴 팩션 사극을 표방한 [흥부]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흥부]는 고전 ‘흥부전’의 탄생 비화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팩션 사극이다. ‘팩션(Faction)’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팩트(fact)’와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다. 팩션 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구성으로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만족시키며 명절 극장가에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설 연휴 개봉할 [흥부]는 팩션 사극의 인기를 이어받을 수 있을까. 명절 연휴에 개봉해 좋은 성적을 거뒀던 팩션 사극을 알아본다.

 

 

 

2006년 설 연휴 [왕의 남자]

 

이미지: 시네마서비스

 

팩트: 연산군의 몰락

픽션: 연산군이 총애하는 광대가 있다?

 

대형 배급사의 작품도 아니고, (당시 기준) 초특급 스타가 출연한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스크린 수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11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운 팩션 사극이다. [왕의 남자]의 2005년 12월 말에 개봉해 꾸준하게 사랑을 받으며 설 연휴 기간에도 [투사부일체]에 이어 2위로 흥행 몰이를 했다.

[왕의 남자]는 연극 ‘이(爾)’를 바탕으로 연산군에게 총애하는 광대가 있었다는 상상력을 덧붙인 영화다. 이준기가 연기한 광개 공길은 조선왕조실록에 단 몇 줄로만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드라마틱한 상상력으로 재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작품의 소재로 등장했던 연산과 녹수도 정형화된 모습에서 벗어나 내면의 아픔과 욕망을 가진 인물로 새롭게 조명했다. 궁내 암투부터 비극이 얽힌 여러 인간관계를 그린 영화는 기존 사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2012년 추석 연휴 [광해, 왕이 된 남자]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팩트: 광해군의 대동법, 중립외교

픽션: 그런데 그것을 시행한 ‘광해’가 실은 가짜 왕이라면?

2012년 추석 시즌에 개봉해, 한 달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이병헌의 첫 사극 영화이자 극중에서 1인 2역을 소화하는 빼어난 연기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사라진 15일간의 행적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영화다. 조선의 15대 왕 광해는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삶과 폭군의 이미지가 뚜렷한 인물이다. 여러 작품에서도 그런 이미지를 차용한 비운의 인물로 많이 다뤄왔다. 하지만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진짜 왕을 대신해 가짜 왕이 나선다는 과감한 상상력으로 광해를 새롭게 조명했다. 위독한 광해를 대신하는 ‘대리 왕’임에도 점차 민생을 걱정하며 자신의 소리를 내는 모습은, 대동법과 중립외교를 펼쳤던 광해군의 업적과 묘하게 맞물리며 흥미를 자아낸다. 신선한 설정에서 오는 흥미와 현시대를 반영하는 메시지 덕분에 추석 연휴 승자가 된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2013년 추석 연휴 [관상]

 

이미지: (주)쇼박스

 

팩트: 수양대군의 계유정난

픽션: 이런 수양대군의 역모를 관상을 통해 알아챈 관상가가 있었다면?

 

[관상]은 관상을 통해 사람의 운명을 알 수 있는 관상가 내경이 역모를 꾸미는 수양대군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김혜수-이정재-조정석-이종석 등 슈퍼 캐스팅과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의 한재림 감독이 연출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2013년 추석 시즌에 개봉해 9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성공에 힘입어 [관상]-[궁합]-[명당]으로 이어지는 역학 3부작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영화의 주요한 소재가 되는 ‘관상’은 신라시대에 들어와 고려와 조선시대 인기를 끌며 관상학으로 발전했다.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관상을 믿고, 그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영화는 역모를 꾀한 수양대군을 비롯해 김종서, 한명회, 단종, 문종 등의 실존 인물 사이에 허구의 인물 천재 관상가 내경을 투입해 색다른 시각에서 계유정난의 이면을 다뤘다. 역사적인 사건의 한가운데 높인 인물의 기구한 운명과 각기 다른 욕망으로 점철된 인물들의 갈등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