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주), 판씨네마(주)

 

지난주 개봉한 [독전]의 행보가 두드러진 가운데, [독전]의 아성에 도전할 두 편의 외화가 개봉했다. [제로 다크 서티]로 참담한 폭력의 현장을  현실감 넘치게 연출해 호평을 받았던 캐슬린 비글로우의 [디트로이트]는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 속 ‘알제 모텔 사건’을 담아내 관객들에게 씁쓸함과 분노를 선사한다. 반면 벤 르윈 감독의 [스탠바이, 웬디]는 조금은 특별한 [스타 트렉] 덕후 소녀의 꿈을 향한 여정을 그리면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사해주는 작품이다. ‘N차 관람 열풍’을 불러일으킨 [독전]을 앞지르기는 힘들겠지만, 두 영화 중  이번 주말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작품이 무엇이 될지 궁금해진다. 이번 주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 중이라면, 테일러콘텐츠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주)

 

에디터 겨울달: 인종차별과 갈등이 극에 달했던 1967년 디트로이트로의 시간 여행. 영화는 엄청난 흡인력으로 관객을 사건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그날 그 모텔을 채웠던 팽팽한 긴장감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가 스크린에서 흘러넘칠 땐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심장이 아팠다. [디트로이트]는 각본도, 연출도 흠잡을 데가 없다. 마크 볼의 각본은 그날의 사건을 다각도에서 꼼꼼하게 그려내고, 캐서린 비글로우의 연출은 여기에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질감을 더한다. 영화를 보며 머리와 가슴을 묵직하게 두드리는 강렬한 느낌은 쉽게 잊지 못할 듯하다. 개별 캐릭터보다는 사건이 중심이지만, 각 배우들은 영화라는 큰 그림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해냈다. 특히 윌 폴터는 스크린에 욕을 퍼붓고 싶을 만큼 캐릭터 그 자체였다. 연기이지만 동료들을 괴롭힌다는 것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그걸 알고 나니 맡은 역할에 헌신하는 자세가 더 대단해 보인다.

 

에디터 띵양: 이토록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한 영화는 [더 헌트] 이후로 오랜만이다. [디트로이트]는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 전체를 이야기하기보다 알제 모텔에서 벌어진 무자비한 백인 경찰의 흑인과 여성 탄압을 파고들기를 택한다. 극의 초반과 후반을 제외하고 한정된 공간 속에서 숨 막힐 듯이 전개되는 영화를 보며 권력의 폭력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약자, 죄를 지었음에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유유히 빠져나가는 권력자의 모습에 속이 타 들어갈 것이다. 애석하게도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렇기에 극장을 나오면서 느낄 감정은 암담함과 착잡함일 것이다. 그러나 더욱 씁쓸한 사실은 50년 전 벌어졌던 이 참혹한 이야기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여전히 차별과 억압이 가득한 우리의 세상이 과연 1967년 디트로이트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에디터 H: 대부분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그렇듯이, 영화를 볼 때 마치 사건을 본인이 겪은 것처럼 몰입하게 되는 필자 같은 사람은 이 영화를 보기 힘들 수 있다. 1967년 당시 만연했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흑인 차별을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사실적인 화법으로 전달하고 있어 마치 나도 알제 모텔에서 사건을 목격한 것처럼 느껴진다. 약 두 시간의 상영시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으며 배역들의 감정선이 잘 두드러지는데, 특히 윌 폴터의 악역 연기가 분노할 만큼 압도적이다.

 

이미지: 판씨네마(주)

 

에디터 Jacinta: [스탠바이, 웬디]는 불변의 진리인 ‘과정’의 소중함을 전하는 영화다. 물론 그 과정은 꽤나 익숙하다. 세상과 소통이 어려운 자폐 여성을 주인공으로,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트레키’의 꿈을 실현하고자 울타리를 벗어나는 여정을 담아낸다.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선 웬디의 모험은 예상 가능한 고난이 번번이 길을 가로막지만, 끝없이 전진하는 그녀의 시나리오처럼 포기를 모른다. 거듭되는 시련에 주저하면서도 ‘직진’의 주문을 거는 웬디의 모습은 어느새 응원의 마음을 부른다. 즉, 이 영화는 마음으로 보는 영화다. 늘 누군가에 맞추기만 했던 웬디의 자발적인 선택에서 시작된 여정은 모습은 달라도 인생에서 한 번쯤 경험하는 선택의 순간을 닮았다. 게다가 다코타 패닝의 진심이 전해지는 연기가 더해져 웬디의 여정은 끝까지 시선을 거둘 수 없다. 다만, 후반부 들어 급진전되는 언니와의 관계와 안전한 결말은 다소 맥 빠지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에디터 겨울달: “우주, 최후의 미개척지.” 신세계를 탐험하는 [스타 트렉]의 개척 정신을 품은 ‘웬디’의 도전과 모험 이야기.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누군가에게는 버스 몇 시간으로 끝날 여정은 자폐증을 앓는 그녀에겐 엄청난 도전이다. 하지만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웬디는 영리하고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스탠바이, 웬디]는 웬디의 긴장감 넘치는 모험과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다. 어떤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고, 어떤 부분에선 코끝이 시큰거린다. 웬디가 [스타 트렉]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클링온 어로 능숙하게 소통하며, ‘스팍’에 자신을 투영하는 것에선 장르는 다르지만 덕후로서의 공감과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덕후라면, 또는 세상과의 소통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영화가 끝날 때 입가엔 미소를 한껏 머금고 상영관을 나오게 될 것이다.

 

에디터 H: 재미있으면서도 사랑스럽고 가슴 따뜻한 영화. 무언가의 덕후라면, 특히 [스타 트렉]의 팬이라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자폐증이 있는 웬디에게는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웬디는 최후의 미개척지를 향해 날아가는 엔터프라이즈호처럼, ‘[스타 트렉] 시나리오 작가’라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서 당당하게 발을 내디딘다. 귀여운 연기 천재 강아지 피트와 함께 세상과 소통하는 웬디를 보며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해주는 영화다. “논리적인 결론은 단 하나: 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