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이혼에 관한 이야기다. 정확히는 2019년 한 해에만 11만 8천 쌍이 겪은 ‘혼인 종료’에 대한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인식 차이와 그 때문에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다. 이야기, 캐릭터 묘사, 연기, 촬영, 미술 등 작품 구성 요소는 우리가 예상하는 주말 가족 코미디 드라마의 전형을 따른다.

이미지: KBS

하루도 조용한 날 없지만 그만큼 화목한 송가네 네 남매는 모두 이혼했다. 사람만 좋은 장남은 경제적 무능력 때문에, 첫딸은 남편의 불륜 때문에 헤어졌다. 막내는 혼인신고 전이라 ‘파혼’으로 관계를 마무리했으니, 이제 치킨집 송 사장 부부의 희망은 똑똑한 둘째 딸 나희뿐이다. 하지만 고부갈등에 시달리고 유산을 경험한 나희 또한 한때는 너무나 사랑했던 규진과 남남이 된 상황. 다만 경제적 문제로 당분간 한집에서 생활하고 양가 부모님껜 이혼 사실은 비밀로 부친다. 드라마는 네 남매 때문에 하루에도 머리가 여러 번 아픈 부모와 주위 사람들의 시끌벅적 소동을 코믹 터치로 담았다.

TV 드라마를 음식에 비유한다면 토, 일 저녁 8시 KBS 2TV 주말연속극은 ‘컴포트 푸드’다. 어떤 맛인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변화나 혁신은 기대하지 않는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 또한 “네 남매 모두 이혼”이란 파격적 설정은 있지만 부모와 성인 자녀들이 한 집에서 복닥복닥 사는 걸 보니 25년 전 방송된 [목욕탕집 사람들]부터 3년 전 인기를 얻었던 [아버지가 이상해]까지 대가족 중심 코미디 드라마들이 떠오른다. 자기 복제 같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갈등도 언젠가는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봉합되고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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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변화를 줄 수 있는 지점은 기획 의도대로 결혼과 이혼, 가족에 대해 부모와 자녀 간 생각의 차이를 좁히는 과정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두 세대의 상황과 생각은 잘 드러난 편이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면서도 독립된 개체보다는 소유물이나 자랑거리로 생각하며, 자녀가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살아야 체면을 구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도 부모에게 얹혀살거나, 완전히 독립하고 싶어도 부모의 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과장되고 코믹한 터치 때문에 과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내 이야기, 또는 우리 이웃에게 ‘일어날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하며 드라마에 빠져든다.

주말연속극이 우리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공감대가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최근 논란은 더 아쉽다. 하나는 초연(이정은)이 단란주점을 정리하고 연 김밥집에서 이른바 미인계로 호객 행위하는 장면이 성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다. 성범죄 관련 이슈가 하루가 멀다하고 논란이 되는 지금의 한국 사회는 드라마 안에는 없다. 첫째 딸 가희(오윤아)가 “집에서 놀고먹어도 ‘양육비’가 따박따박 들어오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도 문제가 되었다. 시민단체의 지적대로 양육비의 목적과 자녀 부양자가 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제때 지급받지 못하는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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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드라마가 현실을 읽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다시 작품에 대한 시청자와 제작진, 방송사의 기대치로 돌아간다. 때 되면 드라마를 챙겨보는 시청자를 위한 ‘컴포트 푸드’라는 이유로 사회 변화를 제대로 읽고 작품에 녹이려는 시도를 게을리한다. 현실을 반영할 자신이 없다면 최소한 이슈의 경중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코믹한 소동을 위해 누구도 웃지 못할 소재와 상황을 웃음거리로 쓴다. 아무리 변화가 독이 될 장르라도 개그 코드마저 25년 전과 같아선 안될 일이다. 예전엔 하하호호 웃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게 있으니,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를 TV 앞에서 웃게 하려면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평행세계, 차원 되돌리기, 초능력자만 판타지는 아니다. 3대가 모여사는 화목한 대가족도 시대 유물이 된 지 오래인 지금, 이혼이 성상품화보다 더 큰일인 세상이 판타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