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최고 기대작 [반도]가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부산행] 속편 [반도]는 전대미문의 재난이 나라 전체를 휩쓸어버린 4년 후의 이야기다. 폐허로 변해버린 땅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바깥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반도를 벗어나기 위해 더욱 위력적인 좀비에 맞서며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그린다.

7월 15일 개봉하는 [반도]를 보기 전, 에디터들의 솔직한 후기를 참고해보자.

‘부산행’과 비교하면 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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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영준: [부산행]을 기대하면 안 된다. 세계관이 이어진다는 것 말곤, 두 영화의 매력과 관람 포인트가 다르다. 전작이 ‘좀비를 처음 마주한 인간의 공포와 혼란’을 그렸다면, [반도]는 ‘인간 사이의 갈등’이 강조됐다.

에디터 원희: 개인적으로 [부산행]이 더 재미있다. [부산행]을 통해 독특한 K-좀비가 탄생하기도 했고, 기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여러 사람이 좀비와 분투하는 모습을 잘 살려냈다. [반도]에서 활동 반경이 한반도 전체로 확장되면서 스케일은 커졌지만, 오히려 장르 특유의 맛이 떨어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에디터 현정: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부산행]과 전혀 다른 영화다. 액션에 방점을 찍은 외전에 가깝다. [부산행]에서 느꼈던 매력적인 요소들을 찾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 작품에서 보기 드문 폐허가 된 서울 도심의 풍경은 확실히 인상적이지만, 맨손 대신 총으로 좀비를 제압하며 생존을 향해가는 모습이 [워킹 데드]에서도 많이 본 풍경이라 고유의 개성이 퇴색된 것 같다.

이 부분이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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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영준: 좀비의 존재감이 업그레이드됐다. 비중이 줄어든 건 아쉽지만, K-좀비 특유의 ‘무용 같은 움직임’이 한층 돋보인 게 인상적이다. 자동차 추격전은 [아수라]와 더불어 국내 톱2로 꼽을 만큼 멋지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분위기 또한 잘 살려냈다.

에디터 원희: [반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역시 액션씬이다. 화려한 총기 액션도 발군이고, 특히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장면이 인상적이다. 준이의 현란한 드라이브 솜씨로 좀비 떼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은 가히 [베이비 드라이버],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연상시킬 정도로 시원시원하다.

에디터 현정: 확실히 눈이 즐겁다. 카체이싱 분량은 기대했던 것보다 많고, 애니메이션을 연출했던 경험 덕분인지 속도감과 방향 전환 감각이 탁월하다. 특수관에서 본다면 4DX를 권하고 싶을 정도로 쾌감이 상당하니 좀비의 활약이 덜해도 만족스럽지 않을까.

이 부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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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영준: 좀비의 활약이 적다. 좀비물 팬이라면 크게 실망할 수준이다. 언제 등장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심어줘도 모자랄 판에, 주요 장면에서 등장조차 하지 않거나 멍청하게 행동해서 몰입에 방해가 된 적도 있다. 중반부 스토리가 늘어진 부분도 아쉽다.

에디터 원희: [부산행]과 같은 좀비물을 기대했다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좀비가 쏟아지듯 등장하긴 하나, 좀비와의 설전보다는 반도에 남겨진 자들의 대치에 좀 더 집중해 오히려 좀비가 부차적인 요소로 느껴진다. 전작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장면들이 더욱 많아졌는데 집요하리만치 길게 늘어져서 몰입감을 떨어트리는 점도 아쉽다.

에디터 현정: 좀비의 비중이 줄어든 건 둘째치고, 노골적으로 메시지를 주입하려는 점이 아쉽다.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보여주면서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하려 하지만, 그 과정이 고루한 가족 신파라 뻔하게 느껴진다. 특히 쾌감으로 질주했던 집중력이 막판에 허무하게 무너진다.

캐릭터들은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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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영준: 준이와 유진, 서 대위와 황 중사는 매력적이지만, 정작 정석과 민정의 매력은 덜하다. 배우의 연기와는 별개로 캐릭터가 뻔하다는 느낌? 그나마 마음에 든 건 결말부에서 클리셰를 부순 민정의 선택 정도.

에디터 원희: 세계관이 넓어진 만큼 훨씬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상하게도 인물 각자의 색채는 기대보다 옅게 느껴진다. 준이와 유진이 독특한 활약상으로 돋보이는데 반해, 악당으로 예상했던 서 대위는 기대에 못 미치는 애매한 모습으로 등장해 아쉽다.

에디터 현정: 배우들의 연기는 좋지만, 서사에 빈틈이 많아 캐릭터 고유의 개성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상화(마동석)나 용석(김의성)처럼 개성이 도드라진 인물이 등장했던 [부산행]을 생각하면 아쉽다. 액션을 주도하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은 만족스럽다.

K-좀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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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영준: K-좀비의 미래는 밝다. 비중은 적었을지언정 이전보다 매력적인 좀비가 탄생했고, 추후 작품들도 분명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에디터 원희: K-좀비는 여러 작품을 통해 뭔가 더 특별한 능력이 생기거나 외관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움직임으로 빠르게 내달린다는 뚜렷한 특징을 지니게 되었다. K-좀비는 완성되었으니, 이제는 이 좀비들을 장르에 맞게 잘 사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에디터 현정: [부산행] 이후 좀비나 크리쳐를 등장시킨 작품들이 부패한 권력층을 비판했다면, [반도]는 외연을 확장해 전 세계적인 이슈인 난민 문제로 향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 사투 액션에 집중하느라 더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자기 복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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