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작 및 스트리밍 신작 후기

더 프롬(The Prom) – 눈부신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한 뮤지컬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넷플릭스에 눈과 귀가 즐거운 뮤지컬 영화가 등장했다. [더 프롬]은 뉴욕 연극계의 스타였던 디디와 배리가 이미지 재건을 위해 여자친구와 졸업 파티에 갈 수 없게 된 고등학생 엠마 놀런을 도우러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메릴 스트립을 비롯해 니콜 키드먼, 앤드루 래널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펼치는 퍼포먼스가 관객을 사로잡고, 뉴욕 브로드웨이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무대와 의상이 빛난다. 특히 노래와 춤으로 사람들의 편견을 지적하고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비추면서 이해와 포용을 그려내는 점이 인상적이다. 현실적이면서 드라마틱한 뮤지컬에 걸맞은 묘사로 차별과 편견이 박힌 모습을 보여주고, 마지막에는 희망찬 행복이 가득한 엔딩으로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음향 좋은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꼭 관람하고 싶은 작품이다.

내언니전지현과 나(People in Elancia) – 우리는 왜 ‘망겜’을 떠나지 못하나

이미지: 호우주의보

에디터 영준: ★★★☆ 게이머를 위한, 게이머에 의한 다큐멘터리. [내언니전지현과 나]는 한때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지만, 이제는 운영진조차 없는 잊힌 게임 ‘일랜시아’를 지금까지 플레이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박지윤(아이디: 내언니전지현)은 오랜 세월 함께 게임을 즐긴 이들을 찾아가 추억을 공유한다. 당시에는 학생이었으나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이 된 이들의 이야기는 그저 ‘추억팔이’가 아닌, 그동안 변한 사회의 모습이 담긴 ‘역사의 한 페이지’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게이머들이 불만을 표할 때 흔히 말하는 “개발자 찾아간다”를 직접 실행에 옮기고, 이례적인 성과를 거두는 모습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자유도 높은 게임 속 세상과 팍팍한 현실의 문제를 엮고자 하는 시도 역시 인상적이다. 게임이나 음악, 영화 등 개인의 취향을 두고 “넌 도대체 그걸 왜 좋아하니?”라 묻는 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 나도 오랜만에 접속이나 해볼까?

위 아 후 위 아(We Are Who We Are)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다운 나’를 찾아가는 여정

이미지: 왓챠

에디터 현정: ★★★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인장이 새겨진 ‘나다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기존의 하이틴 드라마처럼 10대들의 사랑과 우정, 방황, 일탈, 가족 문제 등을 소재로 삼지만, 변화하고 흔들리는 감정에 집중하고 복잡 미묘한 경계에 선 인물들을 탐구한다. 이탈리아의 미군 기지, 2016년 미국 대선 직전이라는 공간적, 시간적 배경은 예민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를 펼치기 좋은 무대다. 드라마는 두 엄마를 따라 뉴욕에서 이탈리아로 건너온 자유분방한 성격의 프레이저와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케이틀린이 누군가의 이해와 관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들 못지않게 흔들리고 방황하는 주변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곁들여 세심하게 조형한다. 사랑과 우정이라는 뻔한 틀에 갇히지 않고 나아가려는 둘만의 세계가 묘한 해방감을 안긴다.

버진 리버(Virgin River) 시즌 2 – 조미료를 더 쳐도 여전히 슴슴한 게 매력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시즌 1 말미에 버진 리버를 도망치듯 떠났던 멜이 돌아왔다. 시즌 2는 LA에서 돌아온 멜이 잭과 마을 사람들을 재회하고, 버진 리버를 자신의 집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다. 멜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면서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잭은 삼각관계뿐 아니라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힘겨워하며, 마을 사람들은 변함없이 오지랖 넓고 정이 넘친다. [버진 리버]답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고, 다양한 커플들의 로맨스로 달달함도 선사하지만, 진지한 접근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잭과 동료 참전군인들의 연대와 PTSD를 다루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과 고통, 이를 극복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게 인상적이다. 그래서 벌써부터 다음 시즌이 기다려진다. 이 떡밥들을 다 회수하려면 빨리 돌아와야 해요!

우리가 사랑한 크리스마스 영화들(The Holiday Movies that Made Us) – 한 편의 크리스마스의 기적 같은 제작분투기

에디터 홍선: ★★★ 크리스마스 대표작 [엘프]와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탄생부터 박스오피스 성공 신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작품의 기획 회의부터 캐스팅, 촬영, 심지어 법적 분쟁까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제작기를 꼼꼼하게 그려낸다. 작품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톡톡 튀는 입담의 내레이션과 영화 속 장면들을 재기 발랄하게 배치해 웃음을 자아낸다. 크리스마스 영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답게 감동도 있다. 특히 [엘프]의 에피소드에서 각본가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해 글을 적었다는 멘트는 코끝을 짠하게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많은 이들의 목소리와 영화의 비하인드가 즐비하지만, 감독과 주연 배우의 인터뷰를 싣지 못했다는 것. 물론 이 같은 흠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흥미롭고, 작품이 전하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벌써부터 마음을 들뜬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크리스마스 영화를 다루면서 [나 홀로 집에]가 없다는 점은 쉽게 넘어갈 수 없지 않나? 다행히도 우리의 케빈은 이 작품의 전편 격인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