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봄동

넷플릭스 신작 [브리저튼]이 공개된 후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에 큰 불을 질렀다. 원작 소설 속 상류 사회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현한 동시에 배우들의 인종 다양성에도 신경을 쓴 점에서 호평할 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브리저튼]에 후끈한 19금 장면이 아예 없었다면, 주인공 커플 다프네와 사이먼을 포함, 여기저기 얽히고설킨 애정 관계는 그 맛이 상당히 애매해졌을 것이다. 손발이 꽁꽁 어는 한파 속에 유난히 옆구리가 시린다면,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는 성인용 로맨스 드라마를 정주행하며 눈과 심장이라도 데워 보자.

아웃랜더 (Outlander)

이미지: 넷플릭스

어느새 장수 시리즈가 된 [아웃랜더]는 ‘볼 만한 청불 드라마’ 하면 단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판타지 시대극이다. 2차 세계대전 종군 간호사 클레어가 18세기 스코틀랜드에 떨어지면서 겪는 온갖 갈등과 참상도 볼거리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클레어와 제이미의 사랑만큼 빈번해진 정사신이 사실상 이 작품의 백미(?)가 되어 버렸다. 아직 현재 진행형인 [아웃랜더]의 새 시즌은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촬영이 중단된 상태인데, 최근 주연 배우 샘 휴언이 인터뷰를 통해 “시즌 6에서는 이제껏 보지 못한 제이미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귀띔하면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미국에 정착한 후에도 바람 잘 날 없는 프레이저 일가의 운명은 앞으로 또 어떻게 펼쳐질까? (넷플릭스)

튜더스 (The Tudors)

이미지: Showtime

로맨스라기엔 너무나 일방적으로 잔혹하고, 정통 사극이라기엔 상당히 음란(!)하다. [튜더스]는 영국의 역대 국왕 중에서도 가장 많은(현 국왕 엘리자베스 2세와 그 가족들을 제외한다면) 논란과 가십을 자랑하는 헨리 8세의 집권기를 다룬다. 헨리 8세의 연애사가 워낙 화려한 만큼 다수의 장면이 살색으로 수놓아져 있으나, 의외로 역사적 고증도 탄탄한 편이다. 앞서 [벨벳 골드마인], [매치 포인트] 등을 통해 마성을 뽐냈던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연기력과 섹시함을 가히 정점에 올려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슈퍼맨이 되기 전에 어느 정도 여문(?) 헨리 카빌의 미모, [왕좌의 게임] 이전에 이미 대중을 사로잡은 나탈리 도머의 매력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웨이브, 티빙)

트루 블러드 (True Blood)

이미지: HBO

야한 드라마 리스트에서 이 작품을 뺀다면 섭섭할 팬들이 많을 것이다. [트루 블러드]는 [트와일라잇], [뱀파이어 다이어리]와 더불어 뱀파이어 로맨스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시즌이 늘어날수록 막장에 막장을 거듭하는 스토리 때문에 꾸준히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그 막장마저 피처럼 달콤하게 느껴지겠지만 말이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연기한 ‘최고의 서브남주’ 에릭이 있었기에 정으로 참고 봤다는 팬들도 여전히 많다. 명색이 호러물이어서 그런지, 특이하게도 첫 시즌을 제외한 시즌 2~7은 전부 여름의 관문인 6월에 방영을 시작했다. 한창 동장군의 기세가 매서운 지금 [트루 블러드]를 본다면 소름 때문에 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지도. (왓챠)

디 어페어 (The Affair)

이미지: Showtime

19금 로맨스의 단골 소재 중 하나는 불륜이다. 그리고 [디 어페어]는 이 ‘불륜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건조하고 쓸쓸한 여운을 남겼다. 매 에피소드를 남주의 시점, 여주의 시점으로 각각 나눠 진행하는 게 특징인데, 시즌 2부터는 주인공 커플 노아와 앨리슨 외에 이들의 배우자인 헬렌과 콜의 시점에서도 사건을 다루면서 묘사가 더욱 섬세하고 풍성해졌다. 덕분에 [디 어페어]는 평단과 시청자 모두에게 사랑받고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등 TV 시상식까지 휩쓸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그렇기에 주연 배우 루스 윌슨이 과도한 누드 촬영 요구를 견디다 못해 시즌 4를 끝으로 하차한 점이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윌슨의 하차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적대적 근무 환경’을 주장한 각종 제보들 덕에 [더 어페어] 제작진이 내사를 받는 등, 뒷맛이 쓰게 남아 버린 작품이다. (왓챠, 웨이브)

마스터스 오브 섹스 (Masters of Sex)

이미지: Showtime

[마스터스 오브 섹스]는 앞서 언급한 [디 어페어]처럼 각자 가정이 있는 두 남녀 주인공의 불륜을 다루고 있다(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방송사가 쇼타임이다). 다만 이 드라마의 특징은 실존 인물인 윌리엄 마스터스와 버지니아 존슨이 등장하며, 두 사람이 현대 성의학 연구의 선구자인 만큼 극중에서도 성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50~60년대의 보수적인 시선 속에서 성의 비밀을 탐구하며 쉽지 않은 사랑을 지키려 애쓰는 마스터스-존슨 커플은 마이클 쉰과 리지 캐플란의 열연으로 더욱 농밀하게, 더욱 인간적으로 재현됐다. [마스터스 오브 섹스] 역시 시즌 1부터 각종 매체와 비평가들의 호응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2016년 시즌 4를 끝으로 캔슬됐다. (웨이브)

에디터 봄동: 책, 영화, TV, 음악 속 환상에 푹 빠져 사는 몽상가. 생각을 표현할 때 말보다는 글이 편한 내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