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배트맨처럼 유명하고 인기 많은 캐릭터들은 동시에 여러 작품에 등장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마블이나 DC처럼 세계관의 연속성을 중요시하는 곳에서 한 사람이 동시에 많은 일을 겪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연출이다.

가장 인기 있는 뮤턴트인 울버린 역시 동시에 네 개의 팀에서 활동한 적이 있을 정도로 바쁘다. 물론 이 경우는 울버린의 인기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1974년에 탄생한 이래로 수많은 팀을 거쳐 온 것은 사실이다. 울버린이 소속되었던 팀 중에 비교적 비중이 큰 팀 위주로 훑어본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알파 플라이트)

슈퍼히어로 ‘울버린’이 되기 전, 로건일 때부터 팀 활동을 시작한 그는 CIA 산하의 팀 X라는 곳에서 평생의 숙적이 되는 세이버투스와 미스틱을 만났다. 이때 불법적인 임무들을 군소리 없이 수행하도록 통제하기 위해 로건에게 상황에 따른 거짓 기억을 주입한 것이 오랜 세월 그를 괴롭혔다. 자신이 뮤턴트라는 것을 깨닫고, 아다만티움이라는 불멸의 금속과 결합해 인간병기로 탈바꿈한 것은 나중의 일이다.

이후 드디어 울버린이란 이름을 얻고 캐나다 최초의 슈퍼히어로가 되어 헐크와 싸우기도 했다. 캐나다의 슈퍼히어로 팀인 알파 플라이트의 리더로 임명되었으나, 프로페서 X의 요청을 받아들여 엑스맨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엑스맨)

울버린은 2기 멤버로 들어갔지만, 이후 엑스맨하면 그를 떠올릴 정도로 엑스맨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영화와 달리 키가 작고 털이 많은 아저씨임에도, 사정없이 찔러대는 거친 야성미와 사이클롭스, 진 그레이와의 삼각관계 등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울버린이 엑스맨에 들어간 데는 사실 숨은 이유가 있는데, 늑대에서 진화한 로물루스라는 인물에게 정신 조종을 당해 프로페서 X를 암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프로페서 X가 누구인가! 다른 이의 생각을 읽을 수 있기에, 이를 미리 알아채고 울버린의 정신을 지워 충실한 멤버로 변화시켰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뉴 판타스틱 포)

짧게 활동했지만 판타스틱 포에 들어간 적도 있다. 판타스틱 포가 죽은 것으로 알려졌을 때 복수를 위해 새로운 팀이 조직되었는데, 이때 울버린은 스파이더맨, 헐크, 고스트 라이더와 함께 팀을 구성했다. 최근에 크리와 스크럴 종족이 연합해서 지구를 공격해오자, 미스터 판타스틱과 인비저블 우먼의 자녀 둘과 스파이더맨, 울버린, 이렇게 넷이서 다시 한번 뉴 판타스틱 포로 활약했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어벤저스)

스칼렛 위치의 폭주로 인해 어벤저스가 해체된 후, 뉴 어벤저스가 결성되면서 토니 스타크는 울버린을 멤버로 추천했다. 울버린을 선발한 이유는 그가 캡틴 아메리카나 아이언맨처럼 일반적인 히어로들과는 달리 “넘지 않는 선을 넘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팀이 되길 원한 스타크의 의지에서 비롯되었지만, 어벤저스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울버린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울버린은 엑스맨과 뉴 어벤저스의 임무를 동시에 맡고, 어벤저스가 재결성되었을 때엔 그 팀에도 합류했으며, 사이클롭스가 만든 엑스포스에도 합류했다. 이로써 동시에 네 개의 팀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엑스포스)

엑스포스 팀은 엑스맨이 하지 않는 살인 등의 더러운 일들을 담당하는 팀이었기에, 울버린의 특기인 마구 베고 찌르기를 유감없이 잘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어쩌면 어벤저스에서 비교적 얌전해진 울버린의 본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는지도 모른다.

엑스포스는 뮤턴트를 혐오하는 인간들에 맞섰는데, 이 기간 동안 울버린은 자신의 클론인 X-23과 많이 가까워졌다. 이후, 사이클롭스가 엑스포스를 해산시켰지만, 팀의 필요성을 느낀 울버린은 아크엔젤, 사일록, 데드풀 등을 새로 모아 비밀리에 팀을 유지했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어벤저스 유니티 디비전)

어벤저스와 엑스맨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나서, 캡틴 아메리카는 인류와 뮤턴트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어벤저스 유니티 디비전이라는 팀을 만들었다. 울버린도 이 새로운 어벤저스에 들어갔으나, 프로페서 X의 정신능력을 손에 넣은 레드 스컬의 계략 때문에 뮤턴트에 대한 반감은 더욱 심해졌다. 이후로도 주로 엑스맨 활동을 해오던 울버린은 현재는 다시 엑스포스에서 마약조직에 맞서고 있다.

울버린은 이렇게 끊임없이 팀에 소속되어 활약을 펼치면서도 개인 활동도 쉬지 않는다. 혼자서 사건을 해결하고, 틈틈이 복수도 하며, 꾸준한 연애까지, 할 건 다 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울버린의 비결은 역시 지친 몸을 회복시켜주는 힐링팩터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해보면 울버린 캐릭터를 남용하는 것이 다른 히어로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설득력이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