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톰비트

현재는 슈퍼히어로물의 인기로 인해 다소 주류에서 약간 멀어진 느낌이지만, ‘뱀파이어’라는 소재는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람의 피로 연명한다는 무시무시한 발상과 불사(不死)라는 치트키, 게다가 인물들의 화려한 미모까지…. 뱀파이어의 유혹은 지금도 계속된다. 뱀파이어의 치명적인 매력을 잘 드러낸 5편의 드라마로 그들의 마력에 빠져보자.

트루 블러드 (True Blood)

이미지: HBO

[트루 블러드]는 [왕좌의 게임]의 폭발적인 히트 이전 HBO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한 드라마다. 샬레인 해리스의 ‘죽은 자 클럽 시리즈’가 원작이며, 일본에서 ‘트루 블러드’라는 인공합성음료가 발명되고 음지에 숨어살던 뱀파이어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인간들과 공존하는 세계관을 다룬다. 루이지애나의 작은 바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수키 스택하우스가 뱀파이어 빌 콤튼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와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주요 이야기다. 성인판 [트와일라잇]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재미는 물론, 높은 선정성으로 주목을 끌었다. 원작의 내용을 반영하면서 조연 캐릭터들의 비중을 늘리고, 인종 및 다양한 사회 문제를 예리한 시선으로 풀어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시즌제 드라마의 특성상 에피소드가 계속될수록 재미에만 치중하고, 인물들의 연애가 막장으로 변색하긴 했지만,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은 여전히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다. (왓챠)

드라큘라 (Dracula)

이미지: 넷플릭스

뱀파이어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드라큘라’는 영화, 소설, 드라마, 애니메이션까지 너무나도 많은 미디어 믹스로 제작되었다. 이제는 그 비틀기조차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진 난이도가 올라간 소재다. 그런데 영드 [셜록]의 스티븐 모팻과 마크 게티스가 제작에 참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큘라]가 이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 1화는 조나단 하커, 그의 약혼녀인 미나 머레이 등 원작의 캐릭터가 등장해 익숙한 공식을 따르지만, 이후부터는 시청자들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노선으로 흘러가 색다른 재미를 전했다. 이에 따른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나름의 반전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영화 [스퀘어]와 미드 [디 어페어]를 통해 중년미를 물씬 선보였던 클라에스 방이 섬세한 연기를 선보이며 드라큘라 백작의 중후함과 섬뜩함을 동시에 보여줬다. 다만, 후반에는 스티븐 모팻과 마크 게티스의 또 다른 대표작 [닥터 후]의 데자뷰를 느낄 수도 있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시길. (넷플릭스)

햄록 그로브 (Hemlock Grove)

이미지: 넷플릭스

브라이언 맥그리비 (Brian McGreevy)의 동명의 소설을 모티브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십대 소녀가 살해당한 사건이 미궁에 빠지자, 이를 인간의 소행이 아닌 늑대 인간 때문이라 여기며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호러 스릴러다. 뱀파이어뿐 아니라 늑대인간도 등장하며, [호스텔]의 감독 일라이 로스가 제작을 맡아 우리가 상상하는 잔혹함의 수위를 가볍게 넘어섰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진 그레이를 연기했던 퍔케 얀센이 팜므파탈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뱀파이어 ‘올리비아’를 연기했고, [그것]에서 광대 페니 와이즈으로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빌 스카스가드가 로먼 역을 맡아 거부할 수 없는 퇴폐미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What We Do In The Shadow)

이미지: FX네트워크

‘타이키 와이티티’의 재기발람함이 돋보였던 영화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가 TV 시리즈로 돌아왔다. 영화처럼 오래된 저택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뱀파이어들의 일상을 독특한 유머감각과 함께 모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뱀파이어판 오피스’라는 말에 어울리게 캐릭터마다 개성이 넘치며, 인물 간의 이야기를 실제 상황처럼 능청스럽게 다루니 웃음은 훨씬 배가된다. 영화와 달리 등장인물을 모두 교체해서 원작의 최애캐였던 스튜가 사라진 점은 아쉽지만, 에너지 뱀파이어라고 불리는 새로운 종족이 등장해 뜻밖의 재미를 자아낸다. 국내 서비스가 확정되어 무시무시한(?) 종족의 정체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길 바란다.

프리처 (Preacher)

이미지: amc

[프리처]의 주인공 제시는 신과 악마 사이에서 태어난 하이브리드 존재다.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들처럼 뱀파이어가 주요 소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시의 친구로 등장하는 흡혈귀 캐시디의 매력이 워낙 강렬해 이 대열에 합류시켜 본다. 드라마는 제시가 선과 악의 결정체 제네시스에 빙의되면서 타인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지니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후 교회의 선교사 ‘제시 커스터’와 그의 전 연인 ‘튤립’, 뱀파이어 친구 ‘캐시디’가 함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오컬트와 판타지 장르로 풀어낸다.특히 ‘캐시’의 존재감이 대단한데, 시작부터 낙하산도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면서 강렬한 인상을 선보이며 향후 활약을 예고한다. 국내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알고 보면 DC 버티고 코믹스의 명작을 브라운관으로 충실히 이식한 데다, 주연 3인방의 개성 넘치는 매력이 대단해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