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화재감시탑을 지키던 한나는 어느 날 숲 속에서 피를 묻힌 소년 코너를 마주친다. 두 사람은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하려 하지만 청부 살해업자들이 거대 범죄의 증거를 가지고 있는 코너의 목숨을 노리며 쫓아온다. 살인자들의 계략으로 숲에 고립된 한나와 코너. 총도, 무전기도 없는 이들의 반격은 짜릿한 희열과 쾌감을 선사한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을 명품 액션 스릴러 영화로 만드는 세 가지 요소를 소개한다.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첫째, 영화의 스케일이다. 극 초반부터 청부 살해업자 패트릭과 잭은 아무렇지 않게 주택 한 채를 불태워 날린다. 폭탄이 터지면서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했던 교외 주택이 순식간에 초라하게 변모한 모습은 이어서 등장할 장면에 비하면 ‘애피타이저’ 수준이다. 그 후 극의 중심 이야기는 몬태나의 울창한 숲에서 진행된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산불이 압권인데, CG가 아니라 실제로 촬영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렇다고 산불을 일으킨 것은 아니고 나무에 가스를 설치해 불을 껐다 켰다고 한다. 배우들이 열기를 느껴가며 촬영한 덕에 연기는 리얼하고 박진감 넘친다. 덩달아 관객도 화재 현장에 있는 것처럼 몰입하고 손에 땀을 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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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적절한 강약조절이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유머, 감동, 액션을 적절하게 배치해 감정의 완급 조절에 성공한다. 특히 초반에는 트라우마로 방황하는 한나의 일탈을 그려 가볍게 시작하다가, 뉴스를 통해 상사의 죽음을 접한 코너의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도망을 결정하면서 생존 스릴러가 시작된다. 이후 영화는 증거 인멸을 위해 지나가는 운전자를 죽이는 장면, 다가오는 죽음이 두렵지만 아들을 먼저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 등을 비추면서도 아내의 전화를 회피하는 노인 경관의 애처로운 모습을 넣어 극의 긴장감을 풀었다가 조이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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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권선징악의 실현이다. 영화가 회계 부정을 조사한 검사의 죽음을 시작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역시 착한 사람만 억울하게 희생당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게다가 “옳은 일을 했는데 왜 겁을 내요?”라며 아빠에게 묻는 코너의 모습은 답답한 가슴을 치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는 악역을 철저히 악역으로 그린다. 악역의 과거가 어땠는지 보여주지 않고 그들에게 특별한 서사를 주지도 않는다. 특히 주인공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패트릭(니콜라스 홀트)의 초라한 끝은 관객에게 사이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경고를 날리기도 한다. 이 영화는 남다른 스케일과 액션으로 재미를 선사할 뿐 아니라 악인은 그에 걸맞은 말로를 맞는다는, 어쩌면 공정성을 갈망하는 우리 사회가 듣고 싶은 메시지까지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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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소 외에도 배우진의 훌륭한 연기는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두려움을 표현한 제이크 웨버의 감정 연기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안젤리나 졸리의 액션 연기가 특히 그렇다. 다만 영화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19금 유머다. 15세 관람가 등급이지만 영화는 꽤 노골적인 19금 티키타카를 선보인다. 예상치 못한 19금 드립에 함께 보는 지인과의 관계가 어색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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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한나는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타박하지만 피를 흘리는 코너를 숲에서 처음 만난 순간 아이를 구할 것을 무의식적으로 결심한다. 자신의 약함을 탓하지만 그 누구보다 용감한 인물. 이런 강인한 영웅들이 인정을 받고 많아지기를 희망해본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5월 5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