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드라마 할 것 없이 히어로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야심 차게 준비한 [주피터스 레거시]가 실망스러운 반응을 얻었지만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있고, [더 보이즈]로 파란을 일으켰던 아마존은 올해 애니메이션 시리즈 [인빈시블]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슈퍼히어로’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DC와 마블일 것이다. 지난 17일 새벽, HBO 맥스를 가진 워너는 온라인 빅 이벤트 ‘DC팬돔’을 진행했다. 이 행사에서 [더 배트맨]을 포함한 영화 6편, [플래시], [배트우먼] 등 방영 전 신작과 인기 시리즈에 대한 각종 영상이 공개돼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뿐인가,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는 지난 14일 미디어데이 행사를 진행해 한국 출시만 기다리고 있는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이쯤에서 DC와 마블의 히어로 드라마를 살펴보자.

둠 패트롤 (Doom Patrol)

이미지: 캐치온

DC 코믹스 원작 [둠 패트롤]은 이상하고 독특한 매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자동차 사고로 뇌만 살아남은 뒤 무한 괴력과 부활 능력을 갖고 깨어난 ‘로봇맨 (클리프)’, 이상한 물질 때문에 전신화상을 입는 사고를 겪고 엄청난 방사선을 뿜어내게 된 ‘네거티브맨 (래리)’, 물에 빠지는 사고 이후 끔찍한 신체 변형 능력이 생긴 ‘엘라스티 걸 (리타)’, 성폭행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64개의 인격으로 나뉜 ‘크레이지 제인 (케이)’, 불의의 사고로 몸의 절반 이상을 기계로 개조한 ‘사이보그 (빅터)’, 그리고 이들을 돌보는 천재 과학자 치프 (나일즈)와 시즌 2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매우 강한 초능력을 가진 치프의 딸 도로시까지. [둠 패트롤]은 저마다 범상치 않은 외모와 성격, 기질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된 상처투성이 히어로들의 우울한 내면을 탐구하며, 그들을 혼란과 분열로 밀어 넣는 위기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어둡고 마이너한 캐릭터들을 다루지만, 엉뚱한 유머 감각(특히 클리프)과 뻔하지 않는 전개가 매력적이다. 시즌 4가 확정됐으며, 현재 미국에선 시즌 3이 방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캐치온에서 시즌 1~2를 서비스 중이다. (캐치온)

DC 타이탄 (Titans)

이미지: 넷플릭스

DC코믹스의 [틴 타이탄]에 기반한 [DC 타이탄]은 젊은 슈퍼 히어로들이 악에 맞서 싸우기 위해 힘을 합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앞서 소개한 [둠 패트롤]이 히어로의 아픈 과거와 트라우마, 부조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DC 타이탄]은 복잡한 사연을 가진 히어로들을 내세우면서도 청불 등급에 걸맞게 잔혹한 폭력에 더 공을 들인다. 배트맨의 1대 사이드킥 로빈으로 활동했으나 그만두고 형사가 된 딕 그레이슨을 주축으로, 악마 트라이곤의 딸로 그에게서 받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레이븐 (레이첼), 태양 빛을 흡수해 화염 방출 능력이 있는 스타파이어 (코리), 강력한 이빨을 가진 호랑이로 변신하는 비스트 보이 (가필드)가 시즌 1의 주요 멤버로 등장해 트라이곤에 맞선다. 시즌 2에서는 아쿠아래드, 슈퍼보이, 머시 그레이브스, 레비저, 제리코, 데스스트로크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해 더욱 다채로운 볼거리를 보여준다. 한편 그동안 [DC 타이탄]은 국내에선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었는데, 시즌 3부터 HBO 맥스로 넘어가 앞으로 어떻게 볼 수 있을지 묘연해졌다. (넷플릭스)

스타걸 (Stargirl)

이미지: The CW

하이틴 드라마와 히어로가 만났다. [스타걸]은 애로우버스의 [DC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시즌 5 1화 “무한 지구의 위기 5부”에서 시청자에게 첫 선을 보인 고등학생 히어로 스타걸 (코트니 휘트모어)의 활약상을 다룬다. 평범하게 지냈던 코트니가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오브 아메리카(JSA)로 활동했던 아버지의 유품인 코스믹 스태프를 발견하고, 새로운 JSA 멤버들과 함께 빌런 집단인 인저스티스 소사이어티(ISA)의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가 마냥 가볍지 않게 펼쳐진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아직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슈퍼맨과 로이스 (Superman and Lois)

이미지: The CW

[슈퍼걸]에서 간간히 얼굴을 내비쳤던 슈퍼걸 카라의 사촌동생 슈퍼맨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스핀오프 드라마다. 10대의 두 아들을 둔 슈퍼맨(클라크 켄트)과 로이스가 마사 켄트의 죽음 이후 고향인 스몰빌에 정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비밀스럽게 평화를 수호하는 히어로의 삶과 부모로서의 일상을 스몰빌을 위협하는 음모와 함께 그려내며, 두 아들 중 막내 조던이 슈퍼맨의 능력을 물려받은 것으로 나온다. [슈퍼맨과 로이스]는 올해 8월 15편의 에피소드로 첫 시즌을 마쳤으며, 시즌 2가 확정됐다. [스타걸]과 더불어 국내 서비스는 아직이다.

페니워스 (Pennyworth)

이미지: 웨이브

[고담]의 제작자 브루노 헬러와 대니 캐논이 참여한 [페니워스]는 배트맨의 집사로 유명한 알프레드 페니워스의 청년 시절을 다룬 드라마다. 1950-60년대 가상의 런던을 배경으로, 영국 특수부대 SAS 출신의 알프레드가 군대 동기들과 함께 경호회사를 차리고 토마스 웨인과 엮이면서 영국 정부를 위협하는 레이븐 소사이어티에 맞서는 이야기를 첩보 액션 스타일로 담아낸다. 마이클 케인과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했던 믿음직한 노집사 알프레드가 아닌, 전쟁의 트라우마로 고통받으면서도 거침없고 대담한 면이 있는 젊은 시절의 알프레드는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 [고담]의 제작진이 참여했기 때문일까 괴짜 캐릭터들이 드라마의 개성을 더해주는데, 그중 무자비한 킬러 사이크스가 매력적이다. 시즌 3는 HBO 맥스에서 공개된다. 국내에서는 웨이브에서 시즌 1, 2를 서비스 중이다. (웨이브)

완다비전 (WandaVision)

이미지: 디즈니 플러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영화에 이어 드라마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완다비전]은 디즈니 플러스의 마블 시리즈 중 가장 먼저 선보인 작품이다. 엘리자베스 올슨의 완다와 폴 베타니의 비전이 주연으로 나서 기묘하고 슬픈 세계에 초대한다. 타노스의 핑거스냅으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사라졌던 ‘블립’의 여파로 부모님과 동생에 이어 연인 비전까지 떠나보내야 했던 완다의 비극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시트콤 형식과 결합해 흥미롭게 펼쳐낸다. 손끝 하나도 완벽하게 처리한 엘리자베슨 올슨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자자한데, 올슨은 내년 5월로 개봉이 연기된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에도 출연하기에 유심히 본다면 영화와 관련된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완다비전]에서 캐서린 한이 연기한 아그네스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디즈니플러스 코리아 공개 예정)

팔콘 앤 윈터 솔져 (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

이미지: 디즈니 플러스

마블의 두 번째 시리즈 [팔콘 앤 윈터 솔져]는 안소니 마키의 팔콘과 세바스찬 스탠의 윈터 솔져를 내세워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의 이야기를 타노스의 블립이 남긴 여파와 함께 다룬다. 캡틴 아메리카에게 물려받은 방패를 정부에 반납하고 일상으로 돌아간 샘과 윈터 솔져 시절의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버키가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존 워커)가 등장한 상황에서, 플래그 스매셔라는 급진 단체의 테러 범죄를 막아내려는 게 주된 이야기다. 샘과 버키의 투닥거리는 브로맨스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미처 보지 못한 제노 남작의 반전 매력이 극을 즐겁게 한다. 인종차별, 난민 문제 등 시의성 있는 소재를 이야기에 잘 담아냈다는 평이다. (디즈니플러스 코리아 공개 예정)

로키 (Loki)

이미지: 디즈니 플러스

장난의 신 로키가 시리즈로 부활했다. 그런데 주인공이 우리가 아는 (눈물겹게 퇴장한) 그 로키가 아니고,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2012년 과거로 돌아갔던 토니(feat. 헐크) 덕분에 테서랙트를 들고 탈출했던 로키다. 6부작의 드라마는 이 운 좋은 로키가 탈출에는 성공했으나 타임라인을 어지럽힌 죄로 시간 변화 관리국(TVA)에 붙잡힌 후 시간대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악행을 저지르는 변종 로키를 추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동안 로키가 보여준 성격적인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반응이 있으나, 앞으로 MCU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날 멀티버스 세계관을 엿볼 수 있고, 영화적인 볼거리가 훌륭하다. [로키]는 시즌 2가 확정됐다. (디즈니플러스 코리아 공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