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라는 제목과 다르게 극중 분위기는 위기의 연속이다. 더 이상 행복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게 된 체념의 반어적 표현일까, 아니면 마지막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일까? [해피니스]는 모호한 제목과는 다르게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광인병이 퍼지면서 벌어지는 아비규환을 그리며 코로나 시국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래서일까? 마스크조차 보이지 않는 다른 드라마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현시대를 담아내며 재미와 주제의식을 동시에 고르게 확보한다. 과연 무엇이 [해피니스]에 빠져들게 하는지 세 가지 이유로 살펴보자.

코로나 시대를 정면으로 다룬 뉴 노멀 드라마

이미지: tvN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딴 세상, 소위 멀티버스를 보는 듯하다. 지금 우리네 현실은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인데, 드라마 속 세계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하지만 [해피니스]는 다르다. 극중 배경은 코로나 시대 이후이며, 등장인물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방역에 예민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핵심 소재인 광인병에 대해서는 코로나와 비교하며, 또다시 악몽이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경계심을 드러낸다.

단순히 코로나 시대를 다룬다고 높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혼란스러운 경험이 극에서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방역 수칙의 중요성과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벌어지는 위기들이 지금의 현실과 판박이라 놀라움을 넘어 오싹할 정도다. 서사 진행이 흥미진진하면서도 안타까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아파트

[해피니스]가 다루는 현실은 코로나19에만 있지 않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부동산 열풍의 어두운 그림자도 주요한 요소로 자리한다. 1화부터 이 같은 내용이 잘 나타난다. 주인공 윤새봄이 아파트 청약의 우선순위를 확보하려고 정이현과 가짜 결혼을 단행하는 모습은 코믹하면서도 착잡하다. 입주 방식에 따른 계급차별과 초유의 재난 사태에도 집값부터 걱정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 시대의 자화상을 보는 듯해 씁쓸함을 더한다.

극중 아파트는 현실 비판적인 내용과 함께 장르적인 재미도 함께 건넨다. 광인병의 범람으로 거주지가 통제되면서 주요 인물들은 모두 아파트에 갇히게 된다. 즉, 무대의 틀을 특정 공간으로 좁혀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다. 광인병 확진자들의 위협 속에 주인공들이 아파트 비상구를 뛰어다니고 출입문을 봉쇄하는 등 스릴 넘치는 장면들이 쉴 새 없이 이어져 극적인 긴장감을 배가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주·조연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진행되는 점도 돋보인다. [해피니스]에서 아파트는 현대 사회의 이면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공간이자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장치가 된다.

타인은 지옥이다

이미지: tvN

광인병 사태로 아파트에 갇힌 새봄과 이현은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치료제 개발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령 한태석과 공조와 갈등을 반복한다. 한태석은 얼핏 메인 빌런처럼 보이지만, 그 역시 납득 가능한 사연이 있기에 마냥 나쁜 인물로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회차가 진행될수록 주인공들의 조력자로 다가오는 중이다. 오히려 새봄과 이현은 광인병의 확산보다 그들의 이웃을 더 경계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명대사 ‘타인은 지옥이다’의 현실판이 눈앞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아내 살인범으로 유력한 의사, 엘리트 의식으로 남을 무시하는 변호사, 집값을 높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동대표 등, 기가 막히는 아이디어로 민폐 짓을 일삼는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의사 오주형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큰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혼란을 틈 타 실속을 챙기려는 이기심 때문에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고 아파트 전체를 위협에 빠뜨린다. 새봄과 이현은 이들과 신경전을 벌이면서 아슬아슬한 평화를 지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인물들의 불협화음이 보는 내내 답답하지만 극적인 긴장감을 자아내니 다음 전개가 더욱 궁금해진다. 특히 몇몇 인물들은 애교로 봐줄 민폐를 넘어 꽤 섬뜩한 속셈을 감추고 있어 서사에 큰 전환점을 몰고 온다. 보는 내내 밉살스럽지만 회가 진행될수록 존재감이 커져 가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이다.

전체적으로 [해피니스]는 현실감 넘치면서도 장르적 쾌감을 잃지 않는 드라마다. 한효주, 박형식, 조우진의 안정된 연기 속에 아파트 주민들로 열연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조화가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가상의 전염병을 소재로 하면서도 지금의 현실을 내비치는 모습은 오싹하면서도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과연 제목대로 아파트에 갇힌 그들은 전염병의 위협을 이겨내고 일상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 바람은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자 행복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