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한국계 미국인인 아만다가 양봉업을 하며 딸 크리스와 평온하게 사는 모습을 그리며 시작한다. 홈스쿨링을 하는 크리스는 친구가 엄마와 소매상 아저씨뿐이다. 동네 아이들은 그런 크리스를 이상하다고 비웃고, 자신의 알레르기 때문에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살아가는 아만다의 모습 또한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삼촌에게 어머니의 유골함을 받은 이후로 아만다는 엄마의 환청이 자꾸 들린다. 어릴 때 학대당했던 기억에 어머니를 두려워하는 아만다의 감정은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복 입은 할머니의 모습을 갑작스럽게 등장시켜 공포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하나둘씩 조성한다. 여기에 모녀가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정을 적절히 활용, 빛을 최소하면서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어둠 속에서 오직 구식 손전등만을 이용해 사각지대는 늘어났고,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다만 공포의 패턴에도 강약 조절이 필요한 것일까? 처음부터 계속해서 깜놀 효과만 반복하는 전개에 공포감이 점점 시들어지는 점은 아쉽다.

이미지: 소니 픽처스 코리아

아만다가 엄마의 환영 때문에 혼란에 빠지면서 딸 크리스와 관계도 위태로워진다. 자신의 엄마가 모종의 이유로 아만다를 힘들게 했듯이 그도 같은 전철을 밟는 듯하다. 이런 모습은 할머니의 환영이 아만다의 상상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게 하며, 보는 이의 궁금증을 커지게 한다. 딸 크리스의 물건이 갑작스럽게 망가진 장면은 이 같은 미스터리를 더욱 고조시키며 아만다를 이 모든 사건의 주범으로 몰아넣는다.

이미지: 소니 픽처스 코리아

영화 [엄마]에서 주연을 맡은 산드라 오는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크리스티나 양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동료에게 지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를 매력 있게 소화했던 산드라 오는 할리우드의 아시안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여성 제작진과 연달아 호흡을 맞춘 그는 ‘그동안 대부분 작품을 여성 제작진과 함께 찍었고 앞으로도 계속 여성 제작진들과 일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 작품에서도 여성 감독 아이리스 심과 좋은 호흡을 맞추며, 영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이 작품에는 무섭지만 익숙한 공포 요소가 존재한다. 소복을 입은 귀신이 등장하는데 마치 90년대 TV에서 본 [전설의 고향]을 다시 본 기분이다. 아이리스 심 감독은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활용해 할리우드에 K-호러의 향수를 녹여낸다. 이 뿐 아니라 영화 곳곳에 한국 문화를 활용한 장치가 많이 등장해 묘한 반가움을 건넨다. 극 중 삼촌이 한국인은 한국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소름 끼치는 사운드 속에서도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아만다가 목욕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때수건은 정겹기까지 하다. 제사 지내는 장면 역시, 죽은 이의 넋을 기리고 한을 풀어주는 한국식 샤머니즘 문화를 잘 표현한다. “중년기 딸은 독립된 삶을 살아가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와의 특별한 감정들에 의해 서로 얽혀 힘들어하며 살아간다.” [중년기 딸의 어머니와의 정서적 경험에 관한 내러티브 탐구]라는 논문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영화 [엄마]는 이 같은 상황 속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모녀 관계의 특별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스포일러가 있기에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의 딸로 살아가면서 느낀 엄마에 대한 여러 감정들을 호러 장르와 잘 결합한 독특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