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심혜연

“정신 건강에 해롭다”라는 이유로 SNS 활동을 중단한 배우 톰 홀랜드. 그는 마지막 게시물을 통해, 10대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회복을 돕는 일에 관심을 표시했다. 장난스럽고 자연스러운 일상을 엿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의 선택이 모두에게 존중되기를 바란다. 자극적인 표현들이 난무하는 SNS 속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을 톰 홀랜드를 더욱 응원하고 싶다.

12살 나이에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데뷔한 톰 홀랜드는 스파이더맨을 연기하며 ‘귀여운 히어로’, ‘아기 거미’라는 수식어를 가졌다. 최근에는 진화된 정극 액션을 선보였고, 배우이자 댄서 ‘프레드 아스테어’의 전기 영화도 준비 중이다. 친근함을 무기로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는 배우 톰 홀랜드의 필모그래피를 파헤쳐 보자.

더 임파서블(2012) / 루카스 베넷 역

이미지: 아파치 엔터테인먼트

크리스마스 다음날, 해변을 덮친 거대한 쓰나미 속에서 펼쳐지는 가족의 생존기를 그린 재난 영화 [더 임파서블].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판타지 영화 [몬스터 콜]의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가 연출을 맡았다. 톰 홀랜드는 나오미 왓츠, 이완 맥그리거의 장남 루카스로 등장하며, 아역임에도 실질적인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절망적인 재난에 떠밀리는 아이의 불안과 두려움, 상처까지 섬세하게 연기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열연으로 전미 비평가 위원회 신인상, 올해의 영국 아역 연기상, 엠파이어상 신인상 등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와 호흡을 맞췄던 나오미 왓츠는 성인 연기자 같은 책임감을 가진 그의 태도를 칭찬하기도 했다. 떡잎부터 남다른 톰 홀랜드의 아역 시절이 궁금하다면 감상해 보자. (현재 왓챠,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서비스 중.)

잃어버린 도시 Z(2016) / 잭 포셋 역

이미지: 플랜 B 엔터테인먼트

인류 역사의 마지막 퍼즐로 남은 미지의 세계 ‘Z’에 도전하는 탐험가의 무모하고 위대한 여정을 그린 전기 영화 [잃어버린 도시 Z]. 남미의 숨겨진 문명과 도시를 찾기 위해 아마존으로 모험을 떠났던 영국인 탐험가 ‘퍼시 포셋’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톰 홀랜드는 가정에 무심한 아버지 ‘퍼시 포셋’에게 서운함과 서러움을 가진 아들 ‘잭 포셋’을 연기했다. 아버지와 불화를 겪던 아들은 아버지의 탐험에 동행하며 심경의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모두가 의심했던 ‘퍼시 포셋’의 무모한 도전은 백여 년 동안 비웃음의 대상었지만, 21세기 초 미지의 문명이 아마존 ‘Z’에서 발견되며 평가가 달라졌다. 가족의 신비롭고 웅장한 아마존 탐험을 보고 있자면, 어느샌가 우리 안에도 원대한 꿈이 자라난다. 모험심을 가진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보면 좋을 작품이다. (현재 티빙, 왓챠, U+모바일tv에서 서비스 중.)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 / 피터 파커/스파이더맨 역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허세와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피터 파커가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기 위해 분투하는 [스파이더맨: 홈커밍].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출발이자 톰 홀랜드 표 히어로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더 임파서블] 시절의 톰 홀랜드는 10년쯤 뒤에 스파이더맨을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고, 3년 만에 그 꿈을 이루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는 평소 팬심을 밝혔던 제이크 질렌할과도 호흡을 맞추게 되었으니, 그는 여러모로 성공한 덕후가 되었다.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 작품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 역대 가장 어리고 어리숙한 히어로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아직은 어벤져스가 될 수 없지만 마음만은 숙제보다 세상을 구하고 싶어 하는 스파이더맨은 꽤나 사랑스럽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그는 새로운 수트를 선물받고,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는 새로운 빌런과 맞서 싸우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통해 새로운 멀티버스에 던져진다. 3부작에서 6부작으로 추가 제작이 결정된 스파이더맨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현재 디즈니+, 왓챠, 쿠팡플레이, U+모바일tv에서 서비스 중)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2020) / 아빈 러셀 역

이미지: 넷플릭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 싶은 남자가 악인들에 맞서 대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로, 인간의 본성과 신앙심의 혼돈을 대담하고 냉철하게 파고들었다. 영화의 배경은 전쟁과 살인, 총격, 폭력, 증오 등 악의 범위라고 불리는 사건들이 난무하는 마을이다. 선과 악은 계속해서 뒤섞이고, 주인공 또한 손에 피를 묻히며 악을 처단한다. 영화가 끝나면 제목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악마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선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니, 인간에 대한 희망과 체념 또한 공존하게 한다. 종교적 배경은 결코 고귀한 신앙심과 신성에 대한 모독이 아닌, 관습적으로 학습된 신앙심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

체리(2022) / 체리 역

이미지: Apple TV+

전쟁 트라우마를 가진 남자가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체리]. 톰 홀랜드는 대학을 관두고 입대를 한 의무병 체리 역학을 맡았으며, 연기를 위해 삭발을 감행했다. 체리는 심각한 트라우마로 인해 마약에 중독되고, 친구들과 은행을 터는 등 피폐하고 무력한 일상을 보낸다. 보호받지 못한 청춘의 이야기이며, 그것을 치유하는 사랑의 힘을 그린 작품이다. 피의 트라우마는 잔혹하지만 체리처럼 붉은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현재 Apple TV+에서 서비스 중.)

언차티드(2022) / 네이선 드레이크 역

이미지: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평범한 삶을 살던 남자가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트레저를 찾아내기 위해 분투한다. [언차티드]는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액션 어드벤처 영화로, [인디아나 존스]의 향수가 느껴지는 반가운 트레저 헌터 장르이다. 게임 원작 영화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속설을 뒤로 하고, 전세계적으로 4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작품의 배경은 신비한 고대 사원부터 고요한 무인도, 버려진 배, 몽환적인 미술관, 아슬아슬한 절벽과 광활한 상공까지 넘나든다. 게임만큼이나 박진감 넘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여기에 게임 팬들에게는 반가운 오마쥬 장면도 눈에 띈다. 톰 홀랜드는 험난한 미션에 도전하는 주인공 네이션 역할을 맡았으며, 화려하고 웅장한 정극 액션을 선보인다. 한때 원작 캐릭터보다 너무 어려 보이지 않냐는 말도 있었지만, 작품에서의 열연으로 개봉 전 걱정을 날려버렸다. 볼거리가 가득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언차티드]도 꼭 감상해 보자. (현재 넷플릭스와 캐치온에서 서비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