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이미지: 유니버셜픽쳐스

주제가 ‘Oh, Pretty Woman’의 [귀여운 여인]과 ‘She’의 [노팅 힐]. 90년대를 대표하는 두 편의 로맨스 영화로 줄리아 로버츠를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주목! 사랑스러운 분위기와 유쾌한 매력의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하는 것도 맞지만, 줄리아 로버츠는 할리우드에서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배우로도 유명하다. 아카데미 수상작 [에린 브로코비치](2000)로는 할리우드 여배우 최초 2,000만불의 출연료, [모나리자 스마일](2003)을 통해서는 2,500만 불로 당대 최고의 대우를 받았을 정도로 놀라운 배우였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주특기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티켓 투 파라다이스]를 통해 관객들을 찾아왔다. 해당 작품을 비롯하여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만 본다면 로맨스 영화에만 출연해온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할까 한다. 줄리아 로버츠의 인상적인 캐릭터 연기가 돋보인 작품들을 만나보자.

귀여운 여인(1990) – 비비안 역

이미지: 터치스톤 픽처스

당시 무명이었던 줄리아 로버츠를 세계적인 스타에 오르게 영화가 있다. 리처드 기어가 함께 주연을 맡은 [귀여운 여인]이 바로 그 작품이다. [귀여운 여인]은 독신의 사업가 ‘에드워드’가 순진무구한 성격의 콜걸 ‘비비안’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줄리아 로버츠는 길거리에서 손님을 받는 콜걸 ‘비비안’ 역을 맡았다. 다소 직업 때문에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인물이지만, 줄리아 로버츠는 자신의 매력으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사랑에 빠져 환하게 웃는 미소가 그러한 예이다. 무엇보다 주제가 ‘Oh, Pretty Woman’에 맞춰 쇼핑하는 장면은 영화의 개봉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작품에서 패러디되었을 정도로 완벽한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이 같은 열연 덕분에 줄리아 로버츠는 이 영화를 통해 당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노팅 힐(1999) – 안나 스콧

이미지: 20세기 폭스

1999년에 개봉하여 전 세계적인 흥행은 물론, 현재에도 명작 로맨스로 회자되고 있는 영화 [노팅 힐] 역시 줄리아 로버츠의 필모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노팅 힐]은 아주 평범한 사랑을 기다리는 인기 영화배우 ‘안나 스콧’과 너무 특별한 사랑이 두려운 평범한 남자 ‘윌리엄 태커’의 꿈 같은 로맨스를 담은 영화이다.

줄리아 로버츠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배우 ‘안나 스콧’ 역을 맡았다. 무엇보다 우아한 스타일과 수수한 스타일을 모두 소화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설정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무엇보다 평범한 동네서점 주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노팅 힐]의 주요 설정처럼, 사람들의 과한 관심과 피할 수 없는 시선으로 인해 망설이다 진정한 사랑을 찾는 모습을 공감가게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상대 배우인 휴 그랜트와 빚어내는 로맨스 케미는 이 영화가 전하는 매력을 더욱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에린 브로코비치(2000) – 에린 브로코비치 역

이미지: 유니버셜 픽처스

할리우드 배우의 꿈은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는 것이 아닐까? 줄리아 로버츠 또한, 해당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감격적인 순간을 맞이한 적이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를 통해서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우연히 대기업 공장에서 유출되는 성분이 마을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에린 브로코비치’가 변호사 ‘에드 마스리’의 도움을 받아 미국 역사상 최고 금액의 보상금 전쟁을 펼치게 되는 작품이다.

줄리아 로버츠는 어느 대기업이 무단으로 폐수를 흘려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에 맞서게 된 실존 인물 ‘에린 브로코비치’ 역을 맡았다. 이전까지 줄리아 로버츠가 로맨스 장르에서 빛을 발하는 배우라고 알고 있었다면, [에린 브로코비치]는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작품이다. 주인공 에린은 영화 내내 자유 분방한 패션을 선보이며 남들에게 모욕도 받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대기업의 음모에 맞선다. 줄리아 로버츠는 캐릭터의 이런 강단 있는 모습을 진심을 다해 그려내며 영화에 힘을 보탠다. 이 같은 열연 덕분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여 배우로서 완벽한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참고로 해당 작품을 통해 줄리아 로버츠는 할리우드 여성 배우 최초로 2,000만 불의 출연료를 받아, 할리우드 역사에서도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 – 리즈 길버트 역

이미지: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줄리아 로버츠는 베스트 셀러 원작인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출연, 오랜만에 로맨스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삶에 힘겨워하던 여자가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신나게 먹고, 뜨겁게 기도하고, 자유롭게 사랑하면서 마침내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되는 이야기이다.

줄리아 로버츠는 자신의 삶에 의문을 가지게 되어 일년 간의 긴 여행을 떠나게 된 31살의 저널리스트 ‘리즈 길버트’ 역을 맡았다. 이탈리아와 인도, 인도네시아 발리까지 다양한 곳들을 여행하며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을 잔잔하게 담아낸다. 줄리아 로버츠는 자신이 맡았던 그 어떤 영화보다 행복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관객들을 완벽하게 ‘리즈’의 이야기에 동화되도록 돕는다. 답답한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에, 영화는 2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원더(2017) – 이사벨 풀먼 역

이미지: CGV 아트하우스 , 그린나래미디어(주)

줄리아 로버츠의 대표작이 [귀여운 여인], [노팅 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와 같은 로맨틱한 분위기의 영화들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일지도 모르겠다. 비교적 최근에 개봉해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원더]에서는 남다른 모성애를 자랑하는 엄마를 연기하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줄리아 로버츠의 깊이 있는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원더]는 헬멧 속에 자신을 숨겼던 아이 ‘어기’가 처음 만나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며 진짜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를 전하는 감동 드라마이다.

줄리아 로버츠는 석사 학위를 준비하던 중 ‘어기’를 낳은 뒤로, 남들과 다른 외모의 아이에게 전념하게 된 두 아이의 엄마 ‘이사벨 풀먼’ 역을 맡았다. 이전에 연기해온 캐릭터들이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였다면, [원더]에서의 줄리아 로버츠는 따뜻한 모성애 연기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아이의 엄마라는 설정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캐릭터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한동안 큰 흥행작을 만들지 못하고 부진에 빠졌던 줄리아 로버츠는 [원더]를 통해 약 1억 3천만 달러의 흥행을 거두며, 다시 한번 그의 역량을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