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닛코

미국의 인기 히어로였던 슈퍼맨이 전 세계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텔레비전과 영화관 덕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어린이가 보자기를 두르고 흉내를 냈을 정도였다. 이처럼 영향력이 큰 슈퍼맨을 연기한다는 것은 배우 입장에선 단숨에 스타가 될 수 있는 영광의 지름길이지만, 동시에 그 이미지에 갇혀 연기변신이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성공과 한계를 모두 가져다 준 슈퍼맨을 연기한 역대 배우들은 누구였는지, 비하인드와 함께 알아보자.



최초의 슈퍼맨, 커크 알린

최초로 실사 영화에서 슈퍼맨을 연기한 사람은 무명 배우였던 커크 알린이다. 알린의 [슈퍼맨]은 1948년에 영화관에서 15부작 시리즈로 상영되었다. 드라마를 한 편 한 편 영화관에서 보여준 셈이다. 이 영화의 특징은 슈퍼맨 의상의 색상이 빨강과 파랑이 아닌, 흑백영화에서 더 잘 보이는 회색과 갈색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지구인 양아버지가 “그 큰 힘 때문에 너에겐 큰 책임이 있다”는 대사를 하여, 역사적으로 비슷한 말을 했던 스파이더맨보다 먼저 사용한 전력이 있다. 알린은 1978년의 슈퍼맨 영화에서도 로이스 레인의 아버지 샘 레인 역으로 나오기도 했다.

텔레비전을 장악한 조지 리브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영화계에 데뷔한 조지 리브스는 1951년의 영화 [슈퍼맨과 몰 멘]을 시작으로 [슈퍼맨의 모험]이라는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에서 슈퍼맨을 연기했다. 최초의 슈퍼히어로 드라마 시리즈이기도 한 이 작품은 크게 인기를 끌어 52년부터 58년까지 방영되었고,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영화관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의 파급력은 굉장했다. 조지 리브스는 순식간에 유명인이 되었기에 담배까지 끊고 사생활에도 신경 썼다고 한다. 드라마가 끝난 다음 해에 45세의 나이로 자살했는데, 자살이냐 타살이냐 하는 논란이 여전히 있다.

슈퍼맨 그 자체, 크리스토퍼 리브

1978년에 개봉된 [슈퍼맨]은 아직까지 이만큼의 성공과 영향력을 뛰어넘는 슈퍼맨 영화가 없을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무명이었던 크리스토퍼 리브는 슈퍼맨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으며 월드스타가 되었다. 조각 같은 미남형에 따뜻하며 지적인 이미지까지 갖춘 외모는 그 이후로 슈퍼맨의 표준 얼굴이 되었다. 연기력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분명 동일 인물인 것을 알고 보는데도, 슈퍼맨과 클락 켄트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연기력을 발휘했다. [슈퍼맨 2], [슈퍼맨 3], [슈퍼맨 4 – 최강의 적]까지 총 4편의 영화에서 슈퍼맨을 연기했으나, 안타깝게도, 승마 도중에 말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2004년 사망할 때까지 휠체어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도 연기와 연출, 사회활동을 꾸준히 이어가 사람들로부터 진정한 슈퍼맨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남성미를 강조한 딘 케인

1993년에 처음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로이스와 클락]은 이전의 영화들을 보고 자란 어른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로이스 레인과 클락 켄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고 4시즌까지 제작되었다. 딘 케인은 찰리 쉰, 롭 로우 같은 유명 배우들과 어린 시절 친구이기도 하다. 정작 본인은 대학 미식축구선수로 큰 활약을 하다가 부상을 당한 후에야 연기로 진로를 돌린 케이스다. 보다 남성미 넘치는 슈퍼맨으로 활약한 딘 케인은 현재까지도 여러 작품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오고 있으며, 최근엔 트럼프 지지자라는 것 때문에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순수와 친근함을 가진 톰 웰링

국내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스몰빌]은 슈퍼맨이 되기 전의 클락 켄트의 청소년기를 중점으로 다룬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오랜 기간 동안 방영하면서도 슈퍼맨이 된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친근하고 섬세한 이미지가 느껴지는 톰 웰링은 토미 힐피거, 애버크롬비, 캘빈 클라인 같은 의류 브랜드 모델로 경력을 시작했다. 운동선수와 건설 노동자로 일하면서 잡힌 탄탄한 몸매는 이후에 연기를 시작하면서도 도움이 되었다. 현재는 렉스 루터를 연기했던 마이클 로젠바움과 함께 [스몰빌]을 다루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브랜던 루스

크리스토퍼 리브와 닮은 외모로 크게 주목받은 브랜던 루스는 그의 얼굴을 본 에이전트가 혹시나 슈퍼맨으로 캐스팅될까 싶어서 미리 계약해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진짜로 2006년 [수퍼맨 리턴즈](당시 슈퍼맨이 아닌 ‘수퍼맨’으로 표기되었다)에서 슈퍼맨 역을 맡았다. 이미 그 전에 원래는 [스몰빌]에 출연 중이던 톰 웰링이나 키아누 리브스, 니콜라스 케이지, 윌 스미스, 헨리 카빌 등이 물망에 올랐는데, 연출을 맡은 브라이언 싱어가 슈퍼맨은 무명 배우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브랜던 루스가 선택받았다. 브랜던은 CW 방송국의 [애로우버스] 세계관 시리즈에서 또 다른 DC 슈퍼히어로 아톰으로 오래 출연했다. 아쿠아맨 제이슨 모모아와는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다고 한다.

DCEU의 슈퍼맨, 헨리 카빌

[맨 오브 스틸]에서 헨리 카빌이 망토를 펄럭이며 떠 있는 장면은 탄성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멋졌다. 이후에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저스티스 리그]에 잇따라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슈퍼맨으로서 자리 잡았다. DCEU에 더 이상 헨리 카빌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과 추측이 무성했지만, [블랙 아담]으로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수퍼맨 리턴즈]에서 최종후보에까지 올랐으며, [007 카지노 로얄]에서는 젊다는 이유로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밀렸다. 반대로 [트와일라잇]은 더 젊은 로버트 패틴슨에게 양보해야 했다. 이런 아까운 일들도 많지만, 결국 슈퍼맨 역할을 오래 차지하게 되었다.

애로우버스의 슈퍼맨, 타일러 헤클린

타일러 헤클린이 [슈퍼걸] 드라마에서 슈퍼맨으로 등장했을 때의 첫 인상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을 닮은, 수염이 거뭇거뭇한 얼굴이 기존의 슈퍼맨과는 이미지가 꽤 달랐기 때문인데, 제작진은 애초부터 그를 이 역할에 점찍어두고 있었다고 한다. 타일러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연기 제의를 다 거절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나 부상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톰 행크스의 어린 아들로 출연한 영화 [로드 투 퍼디션]으로 여러 상을 수상했다. 애로우버스의 [슈퍼걸]에서 슈퍼맨 연기를 시작, 2021년부터는 [슈퍼맨과 로이스]에 출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