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환, 양경일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아일랜드]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아일랜드]는 방영 전부터 [검은 사제들], [손 the guest]의 뒤를 이어 매력적인 퇴마 오컬트물이 나오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원작이 워낙 인기 있는 데다가, 김남길과 이다희, 차은우, 성준이 주연을 맡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12월 30일 첫 선을 보인 드라마는 지난 13일에 5, 6화를 공개하며 파트 1을 마무리했다.

이미지: 티빙

누명을 쓰고 사회적 물의로 뉴스 매체를 장식한 재벌집의 외동딸 원미호(이다희)는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제주도로 내려간다. 도착하자마자 미호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제주도와 공명하는 모습이 짤막하게 등장한다. 곧이어 미호는 태초부터 이 땅에 존재해온 악의 기운이라고 하는 요괴 정염귀에게 쫓기는데,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나타난 반인반요 반(김남길)이 그를 구해준다. 미호는 정염귀를 물리칠 수 있는 반을 경호원으로 고용하고, 때마침 이탈리아의 구마사제 요한(차은우)이 예언 속 구원자인 미호를 지키는 임무를 띠고 제주도로 오면서 세 사람은 함께 지내게 된다.

드라마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두말할 것 없이 배우들이다. 일단 비주얼부터 너나 할 것 없이 만화를 그대로 찢고 나온 듯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면서 시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특히, 궁탄(성준)은 그의 부스스한 은발 때문에 홀로 튀어 보이거나 어색하지 않을까 염려했던 것이 기우였을 정도로 장면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만족스럽다.

비주얼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도 인물들의 매력을 잘 담아냈다. 김남길은 아무렇지 않게 칼을 휘두르며 정염귀를 사냥하는 반의 서늘한 면모를 보여줌과 동시에, 미호의 전생인 원정과 얽힌 사연이 있다는 점을 녹여내어 애틋함에 가까운 미묘한 감정을 은은하게 드러낸다. 이다희 역시 열정적이고 쾌활하면서도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는 따뜻한 성격에 자기 일은 똑 부러지게 하는 미호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보여준다. 차은우는 완벽한 사제복 비주얼에 성스러움과 멋짐을 얹은 구마사제의 모습과, 미호의 곁을 지키는 귀여운 동생 같은 분위기를 찰떡같이 소화한다. 세 배우가 어우러지며 보여주는 케미스트리도 즐거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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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배우들의 활약만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기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더 들어온다. 원작의 장르가 미스터리 다크 판타지인 만큼 묵직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기대했으나, 막상 뚜껑을 연 드라마는 생각보다 발랄하고 가벼운 톤이 가미된 판타지 액션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정염귀에 씐 사람들이 괴물 같은 형상으로 변해 사람들을 습격하고 미호를 쫓는 장면들은 쫄깃한 긴장감을 충분히 주지 못하고, 명랑한 톤에서 어두운 분위기로 전환하는 것도 매끄럽지 않다. 그 결과 어색하게 삐걱거리면서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TV 채널보다 표현이 자유로운 OTT 오리지널로 공개한 만큼 좀 더 무겁고 공포스럽게 연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초반의 단조롭고 반복적인 구성도 재미를 반감시키는 데 한몫한다. 미호는 제주도에 도착한 순간부터 정염귀들의 표적이 되는데, 매번 방심한 미호가 정염귀에게 쫓겨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이면 그의 비명소리를 들은 반이 어디 있든지 간에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미호를 구해낸다. 이 패턴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다음 장면을 손쉽게 예측할 수 있고 기대감은 떨어진다. 정염귀와 맞붙는 액션씬에서 좀 더 현실에 발붙인 움직임을 보여줬다면 이런 단점을 보완해줄 법한데, 반의 빠른 움직임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려다 보니 오히려 액션씬이 너무 가벼워지고, 게다가 어색한 CG까지 더해지면서 몰입을 방해한다.

[아일랜드]는 아쉬운 부분이 더 많지만, 다행인 점은 아직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은 자신처럼 반인반요인 형제이자 정염귀를 부리는 궁탄과 재회하고, 미호는 자신이 정염귀를 막는 결계석을 고치는 원정성사의 환생임을 알게 되면서 능력을 각성하려 한다. 어렵사리 찾은 형을 또다시 잃게 된 요한의 이야기도 남아있다. 2월 24일에 공개될 파트 2에서는 아쉬운 부분을 보완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