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는 [마인]의 이보영이 다시 한번 주도적이고 강렬한 인물을 맡아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드라마다. VC 그룹내 최초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이 회사내 견제세력과 음모에 맞서며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는 과정을 치열하게 그린다. 어떠한 꾸밈도 없는 직설적인 제목 때문일까? 작품 자체도 동종 장르의 여러 드라마와 다르게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대행사]가 기존 오피스 드라마와 다르게 다가오는 매력을 크게 3가지로 살펴본다.

여성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오피스 드라마

이미지: JTBC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여성의 연대를 본격적으로 그려낸 오피스 드라마라는 것이다. 주인공 고아인은 불우한 가정환경과 지방대 학벌 등 여러모로 불리한 스펙을 가졌다. 여기에 실무진 그 이상의 타이틀을 갖기 힘든 여성 직원이라는 한계도 있다. 그는 이 같은 핸디캡 속에서도 탁월한 업무 능력을 보여주며 상무이사로 승진, 그야말로 유리천장을 뚫고 꿈을 이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회사의 대외 이미지를 위한 보여주기식 정책에 불과했으며, 1년 뒤에는 상무 자리를 내놓고 이곳을 떠나는 신세가 된다. [대행사]의 진짜 이야기는 이 때부터 시작한다. 고아인은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야심을 버리지 않고, 단기 계약직 임원이 아닌 더 높은 곳을 향해 큰 판을 벌인다.

드라마는 고아인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을 꼬집어내며 이를 멋지게 해결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그린다. 특히 고아인의 투쟁은 직장 내 여성들의 고군분투와 이들의 연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에 더 의미가 있다. 고아인은 물론, 일과 가정에서 위태로운 균형잡기 중인 워킹맘 은정(전혜진), 재벌집의 딸로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태생적으로 2인자가 될 수밖에 없는 강한나(손나은) 등 이들이 더 큰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며 보이지 않는 벽을 부숴 나가는 과정을 통쾌하게 그려낸다. 기존 남성 중심적인 오피스 드라마에서 서브 역에 그쳤던 여성 직장인들의 활약을 부각하며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들려준다.

실무진이 아닌 임원이 주인공

[대행사]가 차별화를 꾀하는 다른 또 하나는 주인공이 임원이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오피스 드라마의 주인공은 대부분 실무진이었다. 주인공이 온갖 어려운 업무를 해결하고 주변의 방해를 이겨내며 성과를 이루는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 [대행사]의 1-2화도 이와 비슷했지만, 주인공이 자신의 목표인 임원이 되고 본격적인 욕망을 드러내기에 출발점이 다르다. 더불어 고아인이 회사 내 어느 정도 힘을 낼 수 있는 자리에 있기에, 기존 오피스 드라마와 다른 재미를 자아낸다.

고아인은 자신의 직책을 내세워 소위 ‘내 사람’을 골라내며 사내 정치의 파벌을 뒤흔든다. 다른 드라마였으면 빌런들이 주로 하는 행동인데, 주인공이 이를 대신해 천사표 주인공에게 답답함을 느꼈던 이들에게 통쾌함을 안긴다. 규제와 통제가 대부분인 회사에서 그의 거침없는 행보를 통해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어보는 것은 덤이다. 이 같은 매력은 드라마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보영의 존재감 넘치는 연기와 맞물려 더욱 흡입력 있게 다가온다.

경쟁 PT의 짜릿함을 장르의 재미로 전환한 드라마

이미지: JTBC

마지막으로 여러 많고 많은 회사 중 대행사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다. 광고주와 관계 때문에 태생적으로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조직의 고달픔을 그려내는 동시에, 경쟁 PT 같은 업무의 성과를 마치 스포츠 게임을 보는 듯 그려내 짜릿한 쾌감을 배가한다. 특히 프리젠테이션의 디테일한 묘사와 카피의 중요성 등 광고 대행사라는 설정을 적극 활용해 오피스 드라마의 리얼리티도 강조한다. 다만 6화까지는 고아인과 최상무의 사내 정치 싸움에만 너무 할애해서, 작품의 독특한 개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 이 같은 전개라면 굳이 ‘대행사’라는 타이틀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행히 7화에서 대기업 PR를 의뢰를 받으며 이야기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비로소 왜 드라마가 ‘대행사’라는 제목을 지었는지 그 의미를 드러낸다. 여기에 경쟁PT를 통해 회사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인물들의 싸움을 본격적으로 펼치며 다음 이야기의 궁금증도 유발한다. 드라마가 이 같은 찬스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보는 이의 만족도도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대행사]의 시청자를 향한 진짜 PT는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