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로맨스]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 4월 14일 개봉한 [킬링 로맨스]를 통해 배우 이선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영화는 어른들의 동화를 표방한 B급 코미디로, 이선균이 연기한 캐릭터 조나단은 극적인 개연성에서 자유로운 캐릭터다. 이선균은 조나단의 강렬한 외형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붙이고 진한 화장도 했다. 물론 그의 전매특허인 ‘킬링 보이스’도 여전하다.

영화뿐만 아니라 TV에서도 그의 변신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아주 사적인 동남아]에서 장항준 감독, 김도현·김남희 배우와 함께 출연하며 여행을 통해 재미있고도 진솔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처럼 TV와 영화에서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며 노력하는 모습은 그의 지난 작품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았었던 작품 중 흥행작 위주로 이선균의 양파 같은 매력을 벗겨보자.

쩨쩨한 로맨스 (2010) – 정배 역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쩨쩨한 로맨스]는 TV 드라마 [하얀거탑],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이선균이 영화계에서 의미 있는 흥행 성적을 거둔 첫 영화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200만 명이 넘는 관객 수를 기록하며 이전 주연작들([우리 동네] [파주] 등)의 관객 동원이 좋지 않았던 그에게 흥행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시켜 준 영화로 다가왔다.

[쩨쩨한 로맨스]는 성인만화가 ‘정배’(이선균)와 섹스 칼럼니스트 ‘다림’(최강희)이 성인만화를 공동작업하며 겪는 발칙한 연애담을 스크린에 옮겼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의 직업이 재미있는 포인트다. 19금 로맨스 코미디 장르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킨 조합으로 배우들의 케미가 돋보인 영화이다.

“배우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어우러져 하나의 좋은 그림이 되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이선균은 그래서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해주는 매력을 늘 가지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상대역인 다림의 만화적인 캐릭터와 웃음 코드를 부각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연이면서도 작품의 든든한 서포터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화차 (2012) – 장문호 역

이미지: 필라멘트 픽쳐스

영화 [화차]는 미야베 미유키의 베스트셀러 소설를 원작으로 하는 미스터리 영화다. 결혼 한 달 전, 부모님 댁에 내려가던 중 휴게소에서 사라진 예비신부 ‘선영'(김민희)을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그녀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문호'(이선균)의 절망을 그린다. 다소 호불호가 나눠지는 이야기임에도,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24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에서 김민희는 모든 것이 거짓인 정체불명의 여인을 연기하며,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모습으로 잠재된 재능을 폭발시킨다. 모든 미스터리의 키를 쥐고 있는 김민희는 영화 속 천 가지의 얼굴을 보여주며 섬세한 감정연기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이선균은 사라진 약혼녀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지독한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연인의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고 혼란스러운 내면의 연기를 훌륭히 소화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대신해 영화를 설득력 있게 이끌어간다. 더불어 자신이 모르는 선영의 비밀을 알아채고 복합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에서 비로소 이선균표 ‘짜증연기’가 서서히 주목 받았다.

내 아내의 모든 것 (2012) – 이두현 역

이미지: ㈜NEW

2012년은 이선균에게 위에 소개한 [화차] 이외에도 드라마 [골든타임], 그리고 이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까지 모두 성공하며, 소위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아르헨티나의 영화 [내 아내의 남자친구]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이선균이 임수정, 류승룡과 주연을 맡았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세 배우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로, 전국 관객 459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영화는 무서운 아내 ‘정인’(임수정)과 이혼을 하고 싶은 소심한 남편 ‘두현'(이선균)이 아내와 이혼할 수 있도록 이웃집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그를 꼬셔달라고 의뢰를 한 뒤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사랑에 대한 환상이 바닥나고 단점만 보이는 아내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남자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공감가도록 그렸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뛰어난 감성 연기로 여심을 사로잡은 이선균은 밖에선 잘나가는 건축가지만 아내 앞에서 한없이 움츠러드는 소심한 남편으로 변신해 극의 깨알 같은 재미를 책임진다.

끝까지 간다 (2014) – 고건수 역

이미지: ㈜쇼박스

이선균의 짜증연기가 가장 빛을 발한 작품이 아닐까? 제67회 칸영화제의 감독 주간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국내 개봉 당시에도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스릴과 서스펜스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개봉 전만 해도 작품에 호의적이지 못했던 분위기를 오로지 완성도로 전환시키며, 345만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프랑스,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리메이크되어 작품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예기치 않은 자동차 사고로 사람을 치여 죽게 만든 형사 ‘고건수'(이선균)가 자신의 잘못을 완벽한 방법으로 은폐하려 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박창민'(조진웅)이 등장하면서 고건수는 궁지에 몰리게 되고.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목숨을 겨냥한 ‘끝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다. 영화는 이선균과 조진웅이라는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들이 빚어내는 케미가 핵심 포인트다. 아슬아슬하면서도 의도치 않은 행동으로 웃음도 터져 나와 영화의 모든 재미를 두 배우가 이끌어간다. 영화에서는 완전히 대치되는 앙숙이었지만, 연기 호흡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던 두 사람. 이 같은 열연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에 이선균과 조진웅이 함께 수상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다.

기생충 (2019) – 박동익 역

이미지: CJ ENM

한국 영화 100년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쾌거를 거둔 작품 [기생충]은 이선균에게도 여러모로 성과를 맺은 영화다. 단순 수치로 접근해도, 그의 출연작 중 첫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이니까. [기생충] 제작보고회 당시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과 첫 작업에 대해서 “너무 흥분되고, 대학 입시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라며 들뜬 소감을 밝혔는데, 그 기대감이 엄청난 성과로 현실에서 이뤄졌다.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가난과 부(富)의 굴레, 빈부격차의 민낯을 그린 영화 [기생충]에서 이선균은 부유층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글로벌 IT기업 CEO 박 사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너무 착하지도, 너무 나쁘지도 않은 그야말로 선 넘지 않은 캐릭터를 보여준다. 보는 시선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며 영화의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극에 녹여낸다. [기생충]이 거둔 수많은 성과 안에 이선균의 열연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