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혜연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등 불멸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여 흥행을 기록한 영화들이 많다. 독자들의 머릿속에만 있던 이미지들이 영상으로 구현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동시에 그 이미지를 해쳐서는 안 되기에 까다롭기도 하다. 아래 6편의 작품들은 에디터의 시선으로 봤을 때 그 까다로운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원작의 깊이와 감동은 물론, 영화만의 재미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들을 통해, 좋은 책이 어떻게 좋은 영화가 되어왔는지 살펴본다.

국화꽃향기 (2003)

이미지: (주)시네마서비스

출간 당시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던 김하인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정통 멜로 영화 [국화꽃향기]. 원작은 대만, 중국, 일본 등지에서 ‘김하인 열풍’을 일으키며 해외 독자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한류 소설이다. ‘희재’와 ‘인하’의 이루어지지 못한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로, 군더더기 없이 원작에 충실했다는 점이 영화의 장점이다. 또한 클래식한 감성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며, 아날로그적인 정서로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밝고 쾌활한 이미지를 가졌던 배우 장진영이 희재를 연기했고, 당시 신인이었던 박해일이 순정남 인하를 연기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영화 속 OST인 성시경의 ‘희재’는 여전히 사랑받는 명곡으로 남아 있다. 삶과 죽음을 통해 느껴지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긴 여운을 남긴다.

눈먼 자들의 도시(2008)

이미지: 싸이더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눈먼 자들의 도시]. 원작은 주제 사라마구의 ‘환상적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수작으로, 노벨 연구소가 선정한 최고의 책 중 하나로도 기록되어 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베스트셀러 소설이지만, 영화로 구현하기에는 난해한 은유가 많기도 하다. 하지만 [두 교황]을 연출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은유 가득한 원작을 자신만의 스릴러로 풀어냈다. 영화는 앞을 볼 수 있는 한 여인(줄리안 무어)의 이야기를 그리며, 오직 나만 볼 수 있는 세상의 섬뜩한 공포를 전달한다. 또한 눈이 먼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는 본질적인 이유를 찾아낸다. 장르적인 재미와 함께, 상영이 끝나고 나서도 곱씹게 하는 주제의식이 무척 돋보인 작품이었다.

마션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SF 어드벤처 [마션]은 「마션: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를 그린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뉴욕타임스 74주 연속 베스트셀러’라는 기록을 세웠고, NASA의 과학자들도 인정한 도서로 알려져 있다. 대담한 첫 문장(“아무래도 *됐다”)으로 기존 SF 소설의 틀을 깬 책이 거장 감독 리들리 스콧의 손에서 영화로 재탄생되었다. 영화는 기발한 재치로 화성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마크 와트니의 모험기로, 맷 데이먼이 시나리오에 반해 단번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99% 과학적 사실에 1%의 영감을 더했다는 영화답게 화성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건, 화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화성에서 홀로 살고 있는 그를 구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등 완벽한 과학적 계산을 바탕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궤도 역학, 우주 비행 지식, 식물학 등 흥미로운 과학적 지식들이 대방출된다. 여기에 마크 와트니라는 캐릭터로 유머를 곁들이며, 과학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스토리를 탄생시켰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7)

이미지:(주)에이원엔터테인먼트

일본 대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오랜 공백 끝에 내놓은 책으로, 전 세계에서 5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한국에서도 수년 동안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영화는 오래된 잡화점에서 일어나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로, 32년 전 과거의 상담 편지로 시작된 인연과 그 끝에 펼쳐지는 기적 같은 비밀을 파헤친다. 이 기이한 사건을 겪는 주인공들은 마침내 인생의 의미까지 깨닫게 된다. 영화 속에는 원작과 미묘하게 다른 설정들이 등장하므로, 원작과의 차이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이다. 덧붙여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용의자X의 헌신]을 비롯해 이미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나왔기에 이들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할 듯하다.

작은 아씨들(2019)

이미지: 소니 픽쳐스

1868년 출간되어 현재까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 「작은 아씨들」은 여러 번 영화, 만화, 드라마로 리메이크되어왔다. 온화한 메그, 활발한 조, 내성적인 베스, 깜찍한 에이미까지. 사랑스러운 네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과 예술적 영감을 남겼고, 평단의 호평과 흥행을 모두 사로잡으며 불멸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처음 영화화되었던 1917년판, 가장 원본에 가깝다는 1933년판,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1994년판, 소설 출간 150주년을 기념한 2018년판도 좋겠지만, 그레타 거윅 감독이 모던한 색감으로 그려낸 2019년판은 완벽한 ‘뉴 클래식’이다. 고전적인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사랑스러움과 따뜻함까지 더했다. 엠마 왓슨, 시얼샤 로넌, 티모시 샬라메 등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대세 스타들을 보는 재미도 있겠다. 엔딩 장면은 영화는 물론, 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즐거움과 감동을 함께 전할 것이다.

오토라는 남자(2022)

이미지: 소니 픽쳐스

톰 행크스 주연의 코미디 영화 [오토라는 남자]는 뉴욕타임스에서 93주간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2015년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영화화되었고, 따뜻하고 유쾌한 감성 덕분에 입소문을 탔다. 미국 작품 또한 ‘다정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영화는 모든 것을 포기하기 직전에 놓인 까칠한 이웃 남자 ‘오토’가 뜻하지 않게 이웃들과 부딪히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톰 행크스는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를 보자마자 작품에 매료되었고, 연기뿐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하며 작품에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며 43년 연기 인생을 펼쳐온 톰 행크스에게 새로운 인생 캐릭터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