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지난해, 할리우드를 비롯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배우가 있다. 바로 DC 세계관의 영화, [플래시]의 개봉을 앞둔 배우 에즈라 밀러다. 술집 난동으로 체포된 사건을 시작으로 2022년에만 폭행과 절도와 기행 등 연예면보다 사회면에 오른 기사가 더 많을 정도다. 이 때문에 그의 차기작 [플래시]를 극장에서 보지 못할 것이라는 흉흉한 이야기도 돌았다. 다행일지 아니면 고집일지 몰라도, [플래시]는 온갖 부정적인 루머에도 극장 개봉을 확정해 6월 14일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어쩌면 영화의 흥행 여부가 에즈라 밀러의 불투명했던 연기 인생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는 [플래시]로 관객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가 했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매 작품마다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였던 에즈라 밀러, 애증 어린 시선으로 그의 대표작을 살펴본다.

케빈에 대하여(2012)

케빈 캐처도리언 역
이미지: 티캐스트

[케빈에 대하여]는 에즈라 밀러가 할리우드는 물론,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나게 된 본격적인 작품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화는 자유로운 삶을 즐기다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아들을 얻은 에바(틸다 스윈튼), 그리고 그런 그에게 반항하는 아들 케빈(에즈라 밀러)의 관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그린다. 특히 에즈라 밀러가 연기한 케빈이 가족을 바라보는 눈빛과 미소, 그리고 이후 저지르는 행동들이 많은 관객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기도 했다.

에즈라 밀러는 엄마로 출연한 틸다 스윈튼에 밀리지 않는 연기로 존재감을 내뿜으며, 평단과 매체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예측할 수 없는 그의 오싹한 행동, 잘못된 것을 모르는 미소,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서늘한 눈빛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빛을 발하며, 보는 이를 충격에 빠지게 한다. 여러 사건으로 결코 가까이할 수 없는 모자간의 긴장감과 비극을 틸다 스윈튼과 에즈라 밀러가 치열하게 그려내며 영화가 전하는 여운을 배가한다.

월플라워(2013)

패트릭 역
이미지: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월플라워]는 엠마 왓슨과 로건 레먼처럼 아역 배우로도 활동했던 할리우드 청춘 배우들의 성장과 연기력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들과 함께 주연으로 출연한 에즈라 밀러는 전작에서 보여준 살벌한 이미지를 탈피하며 젊음에 어울리는 그의 매력을 발견한 작품이다. [월플라워]는 절친한 친구를 잃고 외톨이가 되어버린 찰리(로건 레먼)가 같은 학교 상급생 패트릭(에즈라 밀러)과 샘(엠마 왓슨)을 만나며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솔직하면서도 과감하지만, 때론 불안정한 10대들의 이야기를 예고하는 작품처럼, 에즈라 밀러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진 캐릭터의 심정을 잘 표현했다. 겉으로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매력을 지녔으나, 동시에 남들에게 비밀로 할 수밖에 없는 연애를 시작한 소년의 감성을 완벽히 보여준다. 때론 듬직한 선배와 같은 분위기를, 때때론 사랑에 빠진 순수한 영혼을 완벽히 소화해 차세대 청춘 배우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특히, ‘패트릭’이 많은 동급생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는 설정처럼 에즈라 밀러 역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그만의 끼를 마음껏 드러내며, 더욱더 그의 다음 행보를 궁금하게 했다.

마담 보바리(2015)

레옹 듀피스 역
이미지: 영화사 진진

동명의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마담 보바리]는 에즈라 밀러의 세련되면서도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잘 비춰낸 작품이다. 가부장적인 집에서 자란 엠마 보바리(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레옹(에즈라 밀러)에게 호감을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영화는 찬찬히 담아낸다.

에즈라 밀러는 레옹 역을 맡아서 영화를 이끌어간다. 호감을 느껴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거리를 두려는 ‘엠마’의 태도 덕분에 자신만의 속도로 그에게 다가가는 ‘레옹’의 스윗한 면모를 공감가게 연기했다. 자유로운 로맨티시스트에 가까운 캐릭터의 설정을 따뜻한 눈빛과 손짓으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만큼 차분하면서도, 때론 격정적인 로맨스를 선보인 미아 와시코브스카와의 애정신에서의 눈빛과 그 이후 그를 상대할 때의 상반된 분위기의 표정은 보는 관객도 놀라울 정도로 감정의 극과 극을 훌륭하게 조율한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2016~2022)

‘크레덴스 베어본’ 역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에즈라 밀러는 할리우드의 대형 시리즈 영화 중 하나인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도 주연으로 존재감을 내뿜었다. [플래시]를 비롯한 DC 확장 유니버스에선 그의 잔망스럽고 허당미 가득한 분위기를 잘 살려낸 캐릭터를 선보였다면,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그의 거칠고 냉소 짙은 분위기를 잘 살린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1920년대 영국 마법사 뉴트(에디 레드메인)가 인간 사회와 마법 사회를 뒤흔든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에 도착하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그렸다. 에즈라 밀러는 마법 사회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어 하는 캐릭터로 등장, 그레이브스(클린 파렐)의 약속을 받고 명을 따르는 크레덴스를 연기한다. 이 때문에 휘황찬란한 마법을 선보이는 이들 사이에서 다소 순진한 느낌이 있었으나, 이후 캐릭터의 반전 서사와 함께 그의 섬뜩한 눈빛이 어우러지며 엄청난 힘을 지닌 마법사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콜린 파렐, 조니 뎁, 매즈 미켈슨과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하면서도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 열연을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5부작으로 기획됐고 이제사 크레덴스의 배경과 관련한 이야기가 펼쳐질 듯해 추후 에즈라 밀러의 활약이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아쉽게도 시리즈의 흥행 부진으로 속편이 중단되고 배우 본인도 사고를 쳤으니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셈.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 (2016~)

‘배리 앨런’ & ‘플래시’ 역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할리우드의 잘나가는 배우들이라면, 슈퍼 히어로 영화 출연은 이제 당연한 공식처럼 다가온다. 에즈라 밀러 또한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플래시’로 출연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를 시작으로 이후 [저스티스 리그]를 통해 본격적인 ‘플래시’의 활약을 펼쳐보였다.

‘플래시’는 스피드 포스라는 힘을 사용,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것은 물론, 시공간을 초월하는 능력까지 가진 DC 유니버스의 대표적인 히어로다. 영화에선 자신의 속도를 이용해 동료들에게 장난을 치거나, 허당스러운 모습으로 극의 유머를 담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엄마를 잃고, 아버지가 살인 용의자가 되는 비극적인 가정사도 있는 인물이다. 에즈라 밀러는 플래시의 가볍고도 장난스러운 이미지와 함께, 가슴 아픈 가정사를 가슴에 묻어두는 진중한 연기도 선보이며 캐릭터의 매력을 극에 잘 녹아낸다. 특히 곧 개봉할 [플래시]에서는 전체 분량의 80%를 1인 2역으로 연기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