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이미지: (주)NEW

올여름에 선보이는 [밀수]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대체불가 배우 ‘김혜수’의 공개된 스틸컷이 연일 화제다. 김혜수는 성공을 꿈꾸며 밀수 판에 뛰어든 ‘조춘자’를 연기한다. 조춘자는 돈이 되고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하는 인물. 김혜수는 춘자를 통해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날것의 연기를 하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 예정이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독보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김혜수는 16세에 우연히 출연한 초콜릿 광고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6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매 작품마다 안정된 연기력과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00년대로 오면서 배우 인생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들에 출연해 자신의 진가를 더욱 드러내는 중이다. 그래서 오늘은 김혜수의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준 대표작들을 살펴보며 그의 무한 매력을 집중 탐구해 보자!

타짜(2006) – 정 마담 역

이미지: CJ ENM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준 작품을 하나만 꼽자면 단연 영화[타짜]의 정 마담 역이다. [타짜]의 정 마담은 배우 김혜수가 본인 스스로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작품이라고 말했을 정도인데, 그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연기가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현재도 인터넷 밈으로 유행하는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쏠 수 있어!’ 등은 영화를 보지 못했던 사람도 알 수 있을 만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동명 만화를 영화로 옮긴 [타짜]는 화투판을 배경으로 타짜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청년 고니(조승우), 매혹적인 미모를 가진 정 마담(김혜수) 그리고 연륜과 카리스마를 소유한 전설의 도박꾼 평 경장(백윤식) 등 타짜들의 인생을 건 한 판 승부를 그린다. [타짜]에서 김혜수가 맡은 정마담은 영화에서 내레이션을 담당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특유의 자문자답 형식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강렬하게 끌어올리며, 극중 여러 사건과 직접적으로 얽히면서 고니를 죽음의 길로 몰아넣기도 한다. 이렇게 매력적인 팜므파탈을 소화한 김혜수는 ‘정 마담’을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을 최초로 느꼈던 순간이라고 전했다.

도둑들(2012) – 팹시 역

이미지: ㈜쇼박스

[타짜]의 최동훈 감독과 2012년에 다시 만나 영화 [도둑들]에서 김혜수는 금고 털이 전문 도둑 ‘팹시’를 연기한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화려한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윤석, 이정재, 김혜수, 전지현, 김수현, 김해숙 등 단독 주연으로도 손색이 없는 배우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많은 기대를 받았다. 이는 영화 개봉 2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힘의 원천이자, 톱스타들의 멋진 연기 대결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하이스트 영화를 표방하는 [도둑들]은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10명의 도둑들이 의기투합하여 팀을 이루지만 이들 간의 벌어지는 경쟁과 배신이 주된 이야기다. 주요 등장인물이 10명이나 되기에 인물들의 서사와 심리를 이해하면서 고조되는 긴장감과 화려한 액션이 관전포인트다. 최동훈 감독 작품에서 돋보이는 ‘말맛’에 터지는 유머까지 있어 오락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영화의 주축이 되는 마카오 박(김윤석)과 뽀빠이(이정재)와 함께 영화를 주도하는 팹시(김혜수)는 이 둘에게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인물로, 팀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강렬한 존재감도 보여줬다. 배신과 배반의 콤보가 계속된 영화에서 유일하게 사람을 향한 뚝심을 지킨 인물이라고 할까. 김혜수는 인터뷰에서 “타짜의 정마담이 세속적인 욕망의 화신이라면 도둑들의 팹시는 본연의 욕망을 그린 인물”이라고 회고하였다.

굿바이 싱글(2016) – 고주연 역

이미지: ㈜쇼박스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에 출연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이야기 자체가 매우 마음에 끌렸으며, 이런 이야기를 유쾌한 형태로 진정성을 다해 따뜻하게 풀어나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온갖 소문에 휩싸이는 톱스타 ‘주연’이 점차 떨어지는 인기와 남자친구의 배신에 충격을 받고 영원한 내 편을 만들기 위해 벌이는 대국민 임신 스캔들을 그린 코믹 영화이다.

김혜수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성장하는 인물인 고주연 역을 맡아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에 도전했다. 고주연은 백치미가 엿보이는 푼수지만, 기본적으로는 순수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중견 배우다. 김혜수는 고주연을 연기하기 위해 여러 변신을 감행하였으며, 이런 것이 가능했던 원동력은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고주연의 여정에 함께 하고픈 마음이 컸다고 한다.

[굿바이 싱글]은 미성년자 미혼모라는 다소 예민한 소재를 다룬다. 하지만 톱스타의 스캔들이라는 코믹한 요소로 포장하여 무겁지 않고 담백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다. 물론 코믹한 전반부와 감동을 전하는 후반부로 구성된, 한국 코미디 영화의 전형적인 패턴에서 탈피하지는 못했지만, 파격적인 소재와 신선한 시각이 돋보이는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가부도의 날(2018) – 한시현 역

이미지: CJ ENM

[국가부도의 날]은 한국 영화 최초로 1997년 외환 위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혜수는 이 영화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던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는 치열하게 담았다. 특히 IMF 이후에 있었던 강도 높은 기업의 구조조정, 대규모 실업 사태, 빈부 격차 등 현재까지도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한국 경제의 모습을 철저하게 고발하며 재미 이상으로 많은 메시지를 건넨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면서 피가 역류하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는 김혜수는 “[국가부도의 날]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라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힘주어 말했다. 이런 이유로 경제 관련 개인교습까지 받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한 김혜수는 경제용어를 영어와 일상적인 언어처럼 완벽하게 구사했다. 여기에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드는 감정과 분노를 흡입력 있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