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지난 14일, 국내 극장가에는 DC 세계관의 신작 [플래시]가 개봉했다. 온갖 사고로 연예면이 아닌 사회면에까지 이름을 올렸던 에즈라 밀러의 출연작이라는 이유 때문에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다. 하지만 개봉 직후 반응은 DC를 구할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기에 최종 결과가 기대된다. 동시에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89)에 출연했던 마이클 키튼이 ‘배트맨’으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려 30년 만에 다시 한번 수트를 입은 마이클 키튼. 그러고 보면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배트맨처럼 독창적인 캐릭터들이 많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은 다시 한번 배트맨으로 돌아온 배우 마이클 키튼의 대표 캐릭터와 작품들을 만나본다.

비틀쥬스(1988)

‘비틀쥬스’ 역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비틀쥬스]는 감독 팀 버튼은 물론, 배우 마이클 키튼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출세작이다. 개봉 당시 1,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7,37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현재까지도 로튼 토마토 신선도 86%의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고 유령이 된 부부가 행복한 과거를 잊지 못하고 계속 집에서 생활하던 중, 유령 ‘비틀쥬스’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마이클 키튼은 유령이 사는 집에 들어온 인간을 쫓아내는 ‘퇴인’전문가이자,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해를 입게 할 능력을 가진 악령으로 등장한다. 부스스한 산발의 초록색 머리, 눈가 주변에 다크서클과도 같은 분장으로, 악령의 캐릭터를 익살스러우면서도 유쾌한 지점이 있는 인물처럼 표현했다. 마이클 키튼은 이 작품에서의 열연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마이클 키튼은 2024년, 이 작품의 속편 [비틀쥬스 2]에서 다시 한번 웃기면서도 무서운 비틀쥬스로 돌아와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배트맨(1989), 배트맨 2(1992)

‘브루스 웨인’ & ‘배트맨’ 역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배트맨]은 마이클 키튼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빼놓아선 안 될 대표작이다. 캐스팅 당시, 코미디 배우의 이미지가 강했던 마이클 키튼은 배트맨 역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더군다나 큰 키와 근육질 몸매의 배트맨 설정과는 어울리지 않아 코믹스 팬들과 언론의 분위기는 미스 캐스팅이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작품이 공개된 후, 이 같은 부정적인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한 그의 열연 덕분에 역대 최고의 배트맨 영화라는 수식어까지 얻어냈다.

마이클 키튼은 어릴 적 부모를 잃은 ‘브루스 웨인’이자, 범죄자들을 처리하는 ‘배트맨’을 맡았다. 부모를 눈앞에서 잃은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받는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액션 연기도 훌륭하게 소화하며 영웅을 기다린 관객들의 마음을 채워줬다. 그리고 30년 만에 그는 다시 우리에게 배트맨으로 돌아왔다. [플래시]에서 마이클 키튼은 고담의 평화를 지키고 은퇴한 배트맨으로 출연해 반가움을 더했다. 많은 세월이 지났어도 녹슬지 않은 액션 연기와 존재감은 여전했다. 무엇보다 영웅으로서 무언가가 부족했던 플래시에게 멘토의 역할을 자처하며, 그의 성장을 돕고 작품의 궁극적인 메시를 효과적으로 전한다.

버드맨(2014) : ‘리건 톰슨’ 역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 골든 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뮤지컬 코미디 수상까지, [버드맨]은 마이클 키튼에게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준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동안 부진에 빠졌던 그가 이 작품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뒤,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의 러브콜을 다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슈퍼히어로 ‘버드맨’을 연기해 톱스타 반열에 올랐으나, 지금은 잊혀진 배우 ‘리건 톰슨’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하며 다시 영광을 꿈꾸는 이야기이다. 이냐리투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과 롱테이크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마이클 키튼은 왕년에 인기스타였지만, 지금은 한물간 배우인 리건 톰슨 역을 연기했다. 자신의 과거 명성을 되찾고 싶은 욕심 때문에 분노와 우울, 강박증을 앓고 있는 인물의 내면을 다양한 표정과 감정 연기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마이클 키튼, 자신의 이야기와 닮아서 그의 연기가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배트맨]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던 그가 겪었던 여러 고민들이 [버드맨]에 고스란히 묻어 있기에, 연기가 아닌 마이클 키튼의 다큐를 보는 듯한 느낌도 함께 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 모비우스(2022)

‘에이드리언 툼즈’ & ‘벌처’ 역
이미지: 소니 픽쳐스

[버드맨]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마이클 키튼은 할리우드 배우라면 누구라도 욕심나는 MCU 작품에도 합류했다. 다만, 이번에는 히어로가 아닌 빌런이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메인 빌런 ‘벌처’를 맡았다. 영화는 ‘아이언맨’처럼 세상을 이끄는 히어로가 되고 싶은 소년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난관을 통해 진정한 영웅이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아쉬운 성적으로 미래가 불투명했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다시 마블의 대표작으로 거듭나게 한 작품이다.

마이클 키튼은 가족을 부양하는 동시에 동료들과 함께 먹고살기 위하여 악행을 저지르는 생계형 빌런 ‘벌처’를 연기했다. 평소에는 온화한 모습이지만, 회사의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잘못된 일을 저지르며 점차 악인으로 변화되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딸의 친구이자 자신의 정체를 눈치챈 피터를 협박하고, 회유하는 모습은 ‘벌처’의 이중적인 면모를 오싹하게 드러낸 연기였다. 마이클 키튼의 ‘벌처’는 [모비우스]의 쿠키 영상에도 등장, MCU는 물론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까지 그의 향후 활약을 예고했다.

덤보(2019)

‘V.A. 반데미어’ 역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비틀주스] [배트맨] 등 팀 버튼 감독과 많은 호흡을 맞춘 마이클 키튼. 이제는 디즈니 실사화 영화에서 다시 한번 두 사람의 시너지를 발휘하게 되었다. [덤보]는 동명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팀 버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몸보다 훨씬 큰 귀를 가진 코끼리 ‘덤보’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왕년의 서커스 스타 ‘홀트’와 그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이클 키튼은 덤보의 존재를 알고 이를 쇼에 활용하려는 사업가 ‘반데미어’로 등장한다. 겉으로는 고급스러운 수트와 컬러 렌즈가 돋보이는 안경 등 기품과 부유함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친절한 모습 뒤로 모진 말을 내뱉으며 덤보와 타인들을 무시한다. 겉과 속이 다른 캐릭터의 비열함을 마이클 키튼은 개성 넘치는 연기로 흥미롭게 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