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훤칠한 키와 날카로워 보이는 얼굴, 도회적인 이미지가 인상적인 배우 염정아는 청춘스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그가 데뷔하던 1990년대 초반은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마스크가 각광받을 때였기에, 염정아는 자신의 차가운 외모가 주는 한계에 불만을 품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더욱 다양하고 과감한 작품들에 도전하며, 자신의 한계를 ‘차별화’로 바꾸어 놓았다. 올해 여름에도 염정아의 남다른 연기를 만날 수 있다. 7월 27일 개봉 예정인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의 주연을 맡아 김혜수와 함께 영화를 힘 있게 이끌어갈 예정이다. 이렇게 끊임없는 노력으로 결국 연기력까지 증명한 배우 염정아의 대표작들을 만나본다.

장화, 홍련(2003) / 허은주 역

영화사 청어람

아름답고 음산한 가족 괴담을 그린 공포 영화 [장화, 홍련]. 요양을 마치고 돌아온 자매 수미와 수연, 신경이 예민한 새엄마 은주, 그들의 불화를 그저 관망하는 아버지 무현이 함께 살기 시작한 후, 집안 곳곳에서 괴이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기 시작한다.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은 스타성이 있지만 터닝포인트를 만나지 못한 염정아에게 히스테릭하고 불안정한 젊은 계모 ‘은주’ 역할을 맡겼다. 김지운 감독은 소리와 냄새, 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염정아의 실제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파리한 외모의 불안정하고 히스테리컬한 캐릭터 ‘은주’를 완성했다. 염정아는 서늘하고 기괴한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다시 주목을 받았고, 스스로도 [장화, 홍련] 이후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고 언급했다.

범죄의 재구성(2004) / 서인경 역

㈜쇼박스

대한민국 최고 ‘꾼’들의 치밀한 두뇌 게임을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 [범죄의 재구성]. 5명의 사기꾼들이 한국은행을 털려다 문제가 생기고, 그들의 행적과 취조 또는 회상을 통해 범죄의 과정이 재구성된다. [전우치], [외계+인] 등 염정아와 자주 협업한 최동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은 한국영화계 최고의 하이스트 무비이다. 캐릭터의 매력이 중요한 이 작품에서 염정아는 팜므파탈 사기꾼 ‘구로동 샤론스톤’ 서인경 역할을 맡았고, “앞으로도 한국 영화에서 이만큼 멋진 캐릭터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농염한 팜므파탈 연기를 선보인 염정아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이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동시에 배우로서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래된 정원(2006) / 한윤희 역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힘겨웠던 모든 나날들과 화해하고, 멈추었던 사랑을 완성하는 이야기를 그린 멜로 영화 [오래된 정원]. 1980년대, 군부독재에 반대하다가 젊음을 온통 감옥에서 보낸 현우는 도피 중에 윤희를 만나고, 당차고 씩씩한 윤희는 현우를 숨겨주다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누구보다도 확고한 자신만의 의지와 용기를 지닌 그녀는, 혼자서 지켜본 바깥세상과 현우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와 그림으로 남기고 그가 출소하기 전에 세상을 뜬다. 한국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 황석영의 소설을 한국사회에 의미 있는 문제를 제기해온 임상수 감독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염정아는 포용과 열정을 한 몸에 지닌 시골 학교 미술교사 ‘윤희’ 역할을 맡았고, 사랑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여자로 변신하여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카트(2014) / 한선희 역

이미지: (주)리틀빅픽처스

아무것도 몰랐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뜨거운 싸움을 그린 영화 [카트]. 대한민국 대표 마트 ‘더 마트’에서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둔 선희, 싱글맘 혜미, 청소원 순례, 순박한 옥순, 88만원 세대 미진은 하루아침에 해고될 위기에 처한다.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이들은 용기를 내어 노조를 만든다.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다룬 영화 [카트]는 염정아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개성 강한 연기를 펼쳐오던 그가 도회적이고 화려한 이미지만을 고수하지 않고 생활에 발붙인 연기를 시도한 것이다. 염정아는 스스로의 우려와 달리 소시민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였고,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완벽한 타인(2018) / 황수현 역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서로에게 비밀이 없다고 믿는 가까운 친구들의 특별한 저녁 식사를 그린 블랙코미디 영화 [완벽한 타인].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 참석한 친구들은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모두 공개하기로 한다. 흔쾌히 게임을 시작하게 된 이들의 비밀이 핸드폰을 통해 들통나면서, 처음 게임을 제안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상치 못한 결말로 흘러간다.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리메이크한 [완벽한 타인]은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으로 다수의 ‘폐인’을 양성한 이재규 감독의 획기적인 도전이 빛나는 작품이다. 염정아는 문학에 빠진 가정주부 ‘수현’ 역할을 맡아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극중 남편인 유해진과 눈을 뗄 수 없는 열연 대결을, 모두를 당황하게 만드는 문학반 친구 라미란과는 절친 케미를 선보이며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완성했다. 여기에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등 7명의 배우들이 선보이는 친구 케미도 관전 포인트이다.

인생은 아름다워(2020) / 오세연 역

롯데엔터테인먼트

죽음을 앞두고 첫사랑을 찾아 나선 아내와 그녀를 따라나선 남편의 유쾌한 동행을 그린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무심한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세연은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남편에게 마지막 생일선물로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다. 여행길 내내 시도 때도 없이 티격태격 다투던 두 사람은 여행 곳곳에서, 자신들의 찬란하고 소중한 기억을 하나 둘 떠올리게 된다. 최국희 감독이 연출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첫사랑부터 우정, 가족애까지 인생의 다채로운 모습을 밝고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2017년부터 뮤지컬 영화를 향한 바람을 드러냈던 염정아는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소원을 성취하게 됐다. 극중 남편인 류승룡과 사사건건 부딪치며 현실 부부 케미를 보여줬고, 훌륭한 가창 실력까지 뽐내며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