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테일러콘텐츠

아이들의 친구이자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바비가 현실 세계를 찾아온다. 하이힐 대신 투박한 샌들을 신고 바비의 그림자에 늘 가려져 있던 켄과 함께 말이다. 오는 7월 19일 개봉하는 [바비]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현실 세계로 넘어오는 이야기다.

[바비]는 첫 공식 사진이 공개됐을 때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바비로 분한 마고 로비가 역시 상큼하니 잘 어울렸기 때문이고, 또 켄 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묘하게 킹받으며 기대감을 유발했다. [바비]는 찰떡 같은 캐스팅과 테마파크 같은 알록달록한 세트장, 리드미컬한 주제가, 그리고 예측불가한 이야기를 앞세워 관객 공략에 나선다. 얼마 전 마고 로비의 내한 때 함께 공개된 30분 푸티지 영상으로 만나본 [바비]의 매력포인트를 정리해본다.

오래된 인형의 재해석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바비]의 첫 번째 매력은 ‘바비’라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인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찰랑거리는 금발 머리와 잘록한 허리, 매끈한 각선미에 완벽한 미소를 짓는 여자. 한때 미인을 수식하는 단어로 통용됐던 ‘바비 인형’은 1959년에 첫 선을 보였다. 이때를 기점으로 여자아이들은 솜인형을 내려 두고 바비 인형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물론 바비 인형이 처음부터 인기를 끌은 것은 아니었다. 당시 엄마들은 바비 인형이 아이들이 갖고 놀기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인식을 뛰어넘기 위해 제조사인 마텔은 TV 광고를 시작한다. 잠재 고객인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기 위험이었다.

이후 바비 인형은 승승장구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장난감 가게에는 반드시 바비 인형으로 채운 선반이 있었고, 자라나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바비 인형을 선물하는 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사회적 인식이 변하면서 바비의 위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정형적인 미를 각인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마텔은 여러 인종과 직업인을 본 딴 바비를 선보이며 다양성 문제를 돌파하고자 노력했다. 휠체어를 탄 바비와 짧은 머리의 바비, 수술복을 입은 바비 등을 출시했다.

고객의 비판을 수용하며 차별 문제를 돌파했던 마텔은 이제 바비를 2차원에서 3차원의 존재로 만들고자 한다. 극중 바비는 ‘인형’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더 큰 세계로 나아간다. 인형 세계에서 매일 행복한 하루를 보내던 바비와 켄이 이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현실 세계로 넘어간다. 자신을 ‘바비답지’ 않게 만드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나서고, 이제껏 몰랐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하나둘씩 맞닥뜨린다.

싱크로율 100%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바비]의 또 다른 매력은 비주얼에 있다. 비비드한 색감의 세트장과 소품들이 시선을 화면에 고정시킨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진은 우선 미니어처 버전을 만든 후 실제 세트장을 구현했다. 관건은 ‘진짜면서 가짜 같은’ 느낌을 주는 것으로, 배우들의 머리에 아슬아슬 닿을 듯한 낮은 천장 역시 인형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전략이다.

마고 로비가 맡은 ‘전형적인 바비’ 역이 1950~1960년대를 대표하는 만큼, 레트로풍의 소품 역시 눈에 띈다. 소품과 의상은 물론 댄스까지 복고풍이다. 토스터와 클래식 카, 수영복이 과거 미국을 연상시킴과 동시에 바비랜드가 시간이 멈춘 공간이라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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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은 두말할 것도 없다. 마고 로비는 마치 원래부터 바비로 태어난 것처럼 위화감이 없다. 풍성한 금발에 초롱초롱한 눈망울, 긴 다리와 발랄한 에너지까지, 오랫동안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 잡은 바비 그대로다. 켄 역시 마찬가지다. 라이언 고슬링과 시무 리우는 각각 켄을 연기하며 바비의 관심을 얻기 위해 불꽃튀는 경쟁을 펼친다. 여기에 마이클 세라가 비운의 인형 ‘앨런’을 연기한다. 켄의 친구로 출시되었으나 단종된 앨런이기에 마이클 세라는 극중 정체성 혼란을 겪는 모습을 보인다. 서로 견제하는 켄, 그 사이에 어색하게 겉도는 앨런이라는 조합이 애잔하면서 웃기다.

앨런을 잊지 말자

나를 잊지 말아요~ 진정한 다크호스 ‘켄’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바비]에는 여성만 등장하지 않는다. 늘 바비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켄 역시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다. 바비랜드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던 바비와 달리, 켄은 자신의 처지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현실세계로 향하는 바비와 달리 켄은 스스로 동행에 나선다.

무엇보다 [바비]는 주체성을 되찾는 여정을 그린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의 메시지는 켄의 주제곡에서 잘 드러난다. 라이언 고슬링이 열창한 “I’m Just Ken”은 ‘누군가의 켄’이자 2인자로 머물러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받을 수 없고 조연으로 남는 자신의 삶을 개탄한다. 이러한 가사에 비추어 볼 때 극중 켄은 현실 세계를 접하면서 간절히 바라던 자주성과 주체성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켄은 홀로서기에 성공할까?

현실 세계에 온 걸 환영해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의 첫 30분은 바비랜드와 인형들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이후 남은 러닝타임은 현실 세계에 도착한 바비와 켄이 고난을 겪고 성장하는 모습을 비출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30분 동안 바비와 켄은 대체적으로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다. 바비는 파티를 주최하고 춤을 추며 근심걱정이 없는 모습이었고, 켄은 질투심에 몸이 앞서다가 몸개그를 선보이는 등 깨알 같은 웃음을 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은 만큼,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는 굴곡이 담길 것이다. 과연 이들의 순도 높은 에너지가 현실 세계에 입성해서도 유지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극의 재미가 쭉 이어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