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 공포영화가 그리울 계절이 찾아왔다. 자체 체온을 낮춰주는 공포 영화 한 편 보고 더위를 날리는 것도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다. 그래서 준비했다. 넷플릭스에서 현재 시청할 수 있는 영화/시리즈 중심으로 에디터가 꽤 무서운 작품들을 추려봤다.

주온: 저주의 집 – 토시오에 내성을 가진 이도 이 작품만큼은 후덜덜덜

넷플릭스

“또 주온이야?” 싶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2020년 여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주온: 저주의 집]은 영화 [주온]이 일본에서 일어난 실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했음을 가정하고 만든 드라마다. [물론 이건 극중 설정이다. 실제 영화 [주온]은 100% 허구로 만든 픽션이다] 일본의 8-90년대를 배경으로 여러 괴이한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6부작 드라마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시리즈를 이끌었던 토시오와 가야코가 등장하지 않는다. 귀신 없는 주온이 무서울까? 그런데 정말 무섭다. 진짜 무서운 것은 인간의 이기심임을 상기시키며, 시리즈 특유의 냉정하고 찝찝한 분위기를 계속 이어간다. 원혼의 깜놀 공포는 없지만, 마치 저주처럼 사람의 마음을 잠식하는 욕망과 원망의 단면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꽤 수위 높은 장면도 많으니 시청에 주의하시길. 스토리의 흡입력도 높고 매 에피소드마다 떡밥과 단서를 남겨 다음을 더욱 궁금하게 한다. 영화와 다르게 사람 이름이 아닌 시간순으로 진행되어 이해하기도 편하다. [주온] 시리즈의 내성을 가진 이도 이 작품만큼은 견디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보고 나면 후유증이 꽤 크지만, 점점 하향평준화가 된 [주온]시리즈가 드디어 제 길을 찾았다는 묘한 만족감도 함께 든다.

1922 – 그릇된 욕망이 빚은 가족 비극사

넷플릭스

1922년, 농부 윌 프레드는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알레트를 살해하기로 한다. 아들 헨리까지 설득하기 위해 알레트를 모함하고, 심리를 이용당한 헨리는 결국 자신의 손으로 엄마를 살해한다. 알레트의 시체는 우물에 던져지고, 우물 속 쥐들은 시체를 갉아먹으며 악취를 풍긴다. 시간이 흐른 후, 우물 안 쥐들은 윌 프레드 앞에 나타나 그의 손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아주 천천히, 가장 고통스럽게.

‘공포 소설의 제왕’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1992]는 깜짝 놀랄 만한 효과 대신 적막과 긴장감으로 채워진 공포 스릴러 영화이다. 혼란했던 시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며, 땅과 가족이 전부였던 농부가 제 손으로 모든 것을 망치는 비극을 그려낸다. 그 파멸의 과정은 아주 기괴하고 섬뜩하다. 쥐들이 벽을 뚫고 집 안으로 들어올수록, 죄의식과 원한에 묶인 윌 프레드의 마음에도 거대한 공포가 자라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런 – 가장 안전해야 하는 그곳이 가장 위험하다!

넷플릭스

‘클로이‘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휠체어를 타고 집에서 엄마와 함께 지낸다. 하지만 엄마의 장바구니에서 이상한 약통을 발견하면서 의심에 찬 클로이는 진실을 파헤치며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한다.

[런]은 90분의 상영시간 동안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인다. 엄마 ‘다이앤‘역의 사라 폴슨은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로, [런]에서 스릴러 장르에 특화된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이번 영화로 데뷔한 ‘클로이‘역의 키에라 앨런은 캐리턱가 느끼는 공포를 잘 보여주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두 배우가 선사하는 스산하면서도 묵직한 심리전이 무더운 여름을 날려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