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등 올여름 극장가는 콤비들의 활약을 다룬 버디 무비가 눈길을 끈다. 버디 무비는 ‘친구’ 혹은 ‘단짝’인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1969년 작품 [내일을 향해 쏴라]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이 장르는 이제 동서양의 보편적인 소재로 자리 잡았다. 서로의 우정과 연대를 중심으로 전개되므로, 무엇보다 두 주인공의 화합이 돋보여야 한다. 때로는 살벌하고,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코믹하게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는 환상의 콤비들을 만나보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1967)

이미지: 워너브라더스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 ‘클라이드’(워렌 비티)는 ‘보니’(페이 더너웨이)의 엄마 차를 훔치려 하다가 보니를 알게 된다. 클라이드는 보니에게 총을 보여주는 등 허풍을 떨고, 보니는 클라이드의 강도 행각에 동참하기까지 한다. 그 후로 두 사람의 범죄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클라이드의 형 부부와 우연히 알게 된 프랭크까지 합류하며 더욱 대담한 강도 행각을 벌인다. 그러나, 그들은 경찰의 추격이 가까워질수록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된다.

절망과 반항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보니’와 ‘클라이드’ 커플의 실화를 다룬 혼성 버디 무비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1930년대 초반, 다수의 강도와 살인을 저지른 ‘보니’와 ‘클라이드’ 커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암울한 시대 속에서 갈 곳 잃은 젊은 갱들의 고독을 담아낸다. 미국영화계에 젊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던 아서 펜 감독은 절망에도 미학이 있음을 보여줬고, 모두가 비극으로 치닫는 결말은 아직까지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당시로서 고수위의 영화였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기점으로, 할리우드에서는 자유롭고 파격적인 영화들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델마와 루이] (1991)

이미지: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

보수적인 남편을 둔 가정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루이스’(수잔 서랜든)는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함께 휴가를 떠난다. 그러나 휴게소에서 자신들을 강간하려는 한 남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되고, 즐거웠던 여정은 순식간에 끝을 알 수 없는 도주가 되어버린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뒤로 한 채 사막을 달리며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매력적인 카우보이도 만나지만, 그럴수록 조금씩 불안감도 커져간다. 강력범으로 수배가 된 두 사람은 좁혀오는 수사망과 함께 점차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

늘 당하기만 하던 두 여자의 우아하고 짜릿한 일탈을 그린 [델마와 루이스]. 수많은 여성주의 영화들에 원안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여성 버디 무비이며, 남성 콤비가 주를 이루던 버디 무비에 환기를 가져다준 작품이다. [에이리언], [글래디에이터], [마션] 등을 연출한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으로, 비주얼리스트 감독답게 밝고 화사한 색감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충격적이고 신선한 엔딩이 인상적인데, ‘완벽한 해방’을 단 한 장면으로 표현해냈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1997)

이미지: 부에나 비스타 인터네셔널

뇌종양 진단을 받은 ‘마틴’(틸 슈바이거)과 골수암 말기의 ‘루디’(얀 요제프 리퍼스)는 시한부 판결을 받아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공통점 외에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다. 단 한 번도 바다를 보지 못했다는 루디를 위해, 마틴은 함께 바다로 향하는 생애 마지막 여행을 시작한다. 곧 여행을 위해 차를 훔치는데, 이들이 훔친 차는 100만 마르크가 들어있는 악당들의 스포츠카였다. 뜻밖의 돈을 얻어 평소 하고 싶었던 소원을 이야기하던 중, 악당과 경찰들은 이들을 매섭게 추격하기 시작한다. 전국에 체포 명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두 사람의 여행은 위태롭게 흘러간다.

천국을 향한 두 남자의 뜨거운 여행을 그린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1990년대 유럽의 대표적인 버디 로드 무비이다. 두 시한부 청년의 질주와 위트가 웃음을 자아내지만, 악당과 경찰들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죽음 때문에 편히 웃을 수만은 없게 된다. 결말에는 밥 딜런의 동명 곡이 흐르며, 형용할 수 없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2023년 공개 예정인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는 이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언터쳐블: 1%의 우정] (2011)

이미지: NEW

전신마비의 상위 1%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은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신체가 전부인 하위 1% 무일푼 백수 ‘드리스’(오마 사이)에게 특별한 내기를 제안한다. 2주 동안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자신을 간호하며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 보겠다는 것이다. 드리스는 오기가 발동해 엉겁결에 내기를 수락하고, 필립은 자신을 장애인으로 생각지 않고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대해주는 드리스에게 깊은 호감을 느낀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또 조금씩 서로를 닮아가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드리스의 신분과 가정환경, 전과 기록을 이유로 두 사람의 사이를 걱정하고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상위 1% 귀족남과 하위 1% 무일푼의 상상초월 동거 스토리를 그린 [언터처블 : 1%의 우정]. 흑인 남성과 백인 남성을 콤비로 내세워 인종, 계급 등의 사회적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프랑스 최상위 귀족이자 최고의 샴페인을 만드는 회사 경영자 ‘필립’의 이야기를 담은 TV 다큐멘터리를 영화화한 작품이며, 두 사람의 뜨거운 우정은 전 세계에 유쾌하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극과 극의 두 남자가 서서히 절친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자.

[의형제] (2011)

이미지: 쇼박스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와 남파 공작원 ‘지원’(강동원)은 의문의 총격전이 일어난 서울 한복판에서 처음 만난다. 작전 실패의 책임을 지고 한규는 국정원에서 파면당하고, 지원은 배신자로 낙인찍혀 북에서 버림받는다. 6년 후,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의 신분을 속이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함께하게 된다. 적인 줄만 알았던 두 남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로서, 남자로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원에게 북으로부터 지령이 내려오고 두 사람은 인생을 건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

의리와 의심 사이에서 피어난 브로맨스를 그린 [의형제]. [고지전], [택시운전사]를 연출한 장훈 감독 작품으로, 1997년 이한영 피살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남북을 소재로 하면서도 이념이 아닌 개인적인 감정으로 소통하고, 서로의 인간적인 면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담아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의 브로맨스와 더불어 역동적인 첩보 액션이 관전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