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영화팬들의 기대작이 대거 개봉한다. 올해는 한국 대형 스튜디오들의 대작들이 고작 1-2주 차이로 동시에 등장,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 중이다. 엔데믹 이후 부진한 한국영화가 이번 여름을 계기로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일단 라인업은 믿고 볼만하다. 소위 한국영화 빅4 감독들의 필모가 화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신작들을 보면 전작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시리즈는 아니지만 묘하게 연결되는 어떤 지점들이 눈에 뛴다. 그래서 올 여름 한국영화 빅4를 더욱 재미있게 보기 위해 체크할 이들의 전작들을 살펴본다.

[밀수] 류승완 감독: [피도 눈물도 없이] – [밀수]와 묘한 유니버스?

이미지: 시네마서비스

류승완 감독과 여름이 다시 만났다. 그의 첫 번째 천만영화 [베테랑], 코로나 시국에 개봉해 극장가에 희망을 불어넣었던 [모가디슈]까지, 여름에 나온 류승완 감독 작품은 흥행과 비평을 동시에 잡았다. [밀수]가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70년대 흥 터지는 레트로 분위기 속에서 빚어지는 여성 투톱 액션과 케이퍼 무비, 극중 배경도 바다라는 점이 여름 영화로 손색이 없다.

류승완 감독 작품을 꾸준히 챙겨보신 분이라면 [밀수]를 보고 [피도 눈물도 없이]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는 독립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성공 이후 그의 실질적인 메이저 데뷔작이다. 두 영화는 여러모로 비슷하다. 여성 두 명이 전면에 나선다는 점, 돈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다는 점, 액션 키드 류승완 감독의 장기가 보이는 장면들까지. [밀수]를 보면 마치 류승완 감독이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묵혀 놓았다가 제대로 터트리는 듯한 기분까지 든다. [

물론 두 작품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이]를 보고 [밀수]를 본다면 묘한 정서적 교감과 화법에 반가운 마음이 들 듯하다. 20년 넘게 다양한 장르와 작품을 거치면서 더욱 탄탄해진 류승완 감독의 완숙함도 맛볼 수 있겠다.

[더 문] 김용화 감독의 전작: [신과함께] 시리즈 – 기술력의 볼거리, 이야기의 감동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 재난 영화가 지구를 뚫고 우주까지 진출했다. [더 문]은 [미스터 고], [신과함께]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특히 [신과 함께]는 공개 전, 원작의 주요 인물을 빼는 각색과 다소 어색한 CG로 걱정이 컸지만, 개봉 후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환상적인 비주얼과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서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더 문]에서도 [신과함께]의 장점이 보인다. 한국영화에서 시도하기 힘들었던 소재와 배경을 CG로 현실감 있게 재현하며, 스릴 넘치는 에피소드로 놀라움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더 문]에서 눈길 가는 설정이 있는데, 달에 혼자 남은 대원 선우과 지구에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의 관계다. 여러 사건들로 함께 하기 힘든 사이지만, 그동안의 오해를 풀고 공동의 문제에 도전하면서 감동을 건넨다. [신과함께]에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보여준 가족의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으신 분이라면 [더 문]의 해당 에피소드도 많이 울컥할 듯하다. 이처럼 김용화 감독 작품은 한국영화가 선보일 최대한의 기술 영역에 도전하면서, 정감 가는 캐릭터와 보편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놓치지 않는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용화 감독은 [더 문] 이후 [신과함께] 3,4편의 프로젝트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원작과 다른 오리지널 이야기로 세계관을 더욱 확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의 전작: [터널] – 장르영화에서 만나는 날카로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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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에 이어 하정우, 주지훈 콤비가 다시 만났다. [끝까지 간다] [터널]을 만든 김성훈 감독과 함께. [비공식작전]은 레바논에서 납치된 외교관을 구하기 위해 그곳으로 넘어간 민준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두 캐릭터의 불신 케미가 영화내내 흥미를 유발하고, 박진감 넘치는 카체이서씬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특히 [비공식작전]을 보면 김성훈 감독 전작 [터널] 생각이 많이 난다. 두 영화의 소재나 이야기는 다르지만, 국민이 위험에 처했지만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그들을 외면한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살아있다. 갑작스럽게 무너진 터널에 홀로 살아 남은 한 남자와 이를 구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터널]은 하정우의 열연과 재난 영화의 스케일이 살아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최대 갈등은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이 희생해야 하는 상황 충돌이다.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에서 빚어지는 비극과 풍자를 상당히 잘 담아낸다.

[비공식작전]에서도 [터널]의 딜레마가 발견된다. 타국에서 외교관이 위험에 처했지만 부서 간의 기싸움과 대외 이미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당시 시대상과 권력을 향한 비판을 숨기지 않는다. 김성훈 감독 작품은 거대 제작비가 들어간 장르 영화에서도 기죽지 않는 예리한 주제의식이 돋보인다. 소재와 배경이 완전 다르지만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진 사람들의 고군분투,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 등을 비교해서 본다면 [비공식작전]과 [터널]은 정서적으로나, 주제면으로나 비슷하게 다가올 것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의 전작: [사라진 시간] – 사회문제를 다루는 씁쓸한 우화

이미지: CGV무비꼴라쥬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내 아파트만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면? 빅4의 마지막 작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 같은 상상으로 시작한다. 지진의 피해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생존자들의 사투를 치열하게 그린 작품이다. 웹툰 [유쾌한 왕따] 중 2부를 배경으로, [사라진 시간] [잉투기] 등을 만들었던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판타지스러운 설정 속에서 현실의 무거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요즘, 영화는 그 상징성을 부각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재난 장르와 적절하게 연결해 많은 이야기를 펼친다. 특히 생존자들의 여러 선택과 행동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그래서일까? 엄태화 감독의 [잉투기]가 유독 많이 떠오른다.

엄태화 감독의 실질적인 장편 데뷔작인 [잉투기]는 잉여인간 태식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대립하던 ‘젖존슨’에게 급습당한 뒤 복수를 다짐하는 이야기다. 주류에서 벗어난 여러 청춘들이 인터넷 방송과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남들은 비웃지만 스스로에게는 진심인 어떤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공감 있게 담아낸다.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사이버 폭력, 왕따, 히키코모리 등 사회문제를 한편의 우화처럼 담아내며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역시 다양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나와 협력과 갈등을 반목하는 과정에서 현실 문제를 의미 깊게 다루는데,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루면서 현실 우화처럼 그려내는 솜씨가 [잉투기]와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