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8월 15일 개봉하는 영화 [보호자]는 오랜 시간 연출에 꿈을 품어왔다는 정우성의 감독 데뷔작이다. 개봉 전부터 하와이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제4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55회 시체스 국제영화제 등 전세계 주요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등 기대작으로 꼽혔다. 액션 내공을 지닌 정우성의 영화답게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과 예측 불가한 액션, 다양성 있고 깊이 있는 전개를 예고한다. 배우들은 입을 모아 ‘정우성 감독만의 개성이 담긴 스타일리시하고 유니크한 액션 영화‘라고 말하며 기대를 높였다.

영화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후회와 자책으로 뒤섞인 ‘수혁‘부터 잔혹함과 천진난만함을 동시에 지닌 ‘우진‘, ‘수혁‘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감시를 맡기는 보스 ‘응국‘,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뭉쳐진 ‘성준‘, ‘우진‘의 파트너이자 쿨한 매력을 가진 ‘진아‘의 대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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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리석고 무모하다. 수혁을 제치고 2인자 자리에 앉았지만 여전히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성준과 천진난만한 얼굴로 잔혹한 행동을 벌이는 ‘맑은 눈의 광인’ 진우가 가장 그러하다. 이들은 한 번도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않고 자동차, 총, 사제 폭탄과 같은 무기를 통해 극단적인 소통을 이어간다. 우진의 대사처럼 마치 게임을 하듯이. 더불어 자신의 모든 선택을 후회하지만 평범한 삶을 원하는 남자의 딜레마, 아이를 구해야 하는데 폭력을 써야 하는 상황, 미성숙한 이들의 극단적인 소통 방식, 자신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이들의 서로를 향한 보호 등으로 볼 때 [보호자]의 중요한 정서는 ‘아이러니‘였다. 감옥에서 세상으로 나왔음에도, 정작 좁은 차안에서는 나오지 못하는 수혁 또한 자신 안의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들에 대해 정우성 감독은 ‘소통되지 않는 소통‘에서 오는 블랙코미디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감독은 놀랍게도 한 번도 [보호자]의 장르를 액션 느와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언급했으며, 미성숙한 인물들과 의도치 않은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파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는 블랙코미디의 연속이다. 사제 폭탄으로 사람들을 해치면서 자신의 작은 부상에는 엄살을 부리는 우진과 집에 데려가 달라는 성준의 웃픈 대사까지. 현실에서 부자연스럽게 ‘강함‘을 어필하는 사람들을 ‘귀엽다‘고 생각했다던 정우성의 시선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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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분 러닝타임을 가진 [보호자]는 짧고 굵다. 로맨스에 치중하지 않기 위해 아이 엄마와 수혁의 서사를 과감히 생략하였고, 묘한 관계로 보이는 우진과 진아 또한 적당히 블랙코미디 요소로만 이용하였다. 그래서인지 서사가 텅 비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정우성, 김남길, 박성웅, 김준한, 박유나가 선보이는 형형색색의 캐릭터들은 홀로 있을 때 더 매력적이었고, 입체적이지 못한 관계성 때문인지 함께일 때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무게감을 덜어내고 광인이 된 김남길과 자신의 색깔로 악당을 연기한 김준한은 인상깊었다.

정우성 감독은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영화에 대한 노하우와 내공으로 배우들에게 새로운 깨달음까지 선사했다. 좋은 연기를 알고, 하는 배우이기에 [보호자]는 그저 초석이라고 느껴진다. 더 완성도 있고 좋은 연출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