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배트맨과 슈퍼맨,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의 관계처럼 혼자서도 잘 하지만 자주 함께 어울리며 멋진 콤비 플레이를 펼치는 히어로들이 있다. 각자가 가진 실력도 중요하지만 둘이 잘 맞아야 가능한 일이라 이런 상대가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있어서 큰 행운일 것이다. 영화와 코믹스를 가리지 않고 강력한 우정, 때로는 사랑의 감정까지 갖고 함께 싸우는 슈퍼히어로 콤비들을 소개해본다.

  • 마블

데드풀과 케이블

20세기 폭스

가벼운 수다쟁이 데드풀과 완고하고 과묵한 케이블은 정반대의 성향을 가졌지만, 극과 극은 통한다고 둘이 뭉치면 엄청나게 강력한 케미를 선보인다. 영화에서는 케이블의 설정이 많이 변해서 이런 관계가 잘 표현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원작에서는 각자 마이웨이를 걷는 두 사람의 성향 탓에 충돌과 협력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며 기묘한 관계를 형성한다.

원래는 데드풀이 케이블을 죽이기 위해 고용되면서 처음 만나게 되었지만, 둘이 의기투합하게 되면서 전투력 최강의 콤비가 탄생했다. 특히나, 사고로 인해 둘의 DNA가 하나로 연결된 이후에는 몸과 마음이 가까운 사이가 되어버려 한동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기도 했다. 사실 이상한 조합인 만큼 시간여행이나 차원여행처럼 이상하면서도 특별한 모험을 많이 겪었다. 케이블을 향한 데드풀의 깊은 우정은 케이블이 한동안 죽었을 때 크게 슬퍼한 것에서 잘 드러났다. 

팔콘과 윈터 솔져

마블 스튜디오

윈터 솔져는 버키 시절부터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형 같은 존재였고, 팔콘은 스티브가 현대 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움을 준 친구였다. 하지만 친구의 친구 사이인 윈터 솔져와 팔콘은 적대관계로 시작한 사이였다. 누가 더 스티브의 친한 친구인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같은 편에 서게 된 둘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노년의 스티브를 발견한 윈터 솔져가 팔콘에게 가보라고 양보하는(?) 장면이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팔콘과 윈터 솔져]라는 드라마 시리즈로 둘이 팀을 이루게 되었는데, 역시나 티격태격하면서도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며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형성하게 된다. 팔콘의 가족들과 함께 배를 함께 고치는 장면이 둘의 화합을 상징하는데,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된 팔콘과 윈터 솔져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케미를 보여줄 것인지 이후의 전개가 기대된다.

로켓과 그루트

마블 스튜디오

둘 다 인간 외의 존재로서, 거친 입담에 꾀를 잘 쓰는 로켓과 든든한 오른팔이 되어주는 그루트 콤비는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이들이다. 로켓이 그루트를 자주 혼내고 구박하는 듯 보여도 막상 그루트가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자 크게 슬퍼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타노스에 의해 가루가 되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그루트가 다시 태어난 뒤에 마치 아버지가 된 것 마냥 행동하는 모습이 귀엽다. 그루트도 반항기일 때는 제외하고 항상 로켓의 곁에서 그의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 돈을 벌기 위해 오브를 훔치려 할 때나 타노스와의 무모한 싸움에 참여할 때나 둘은 서로의 곁에 있었다. 

앤트맨과 와스프

마블 스튜디오

[앤트맨]에서는 스캇이 혼자 앤트맨 슈트를 입고 호프가 그를 훈련시켰지만, 결국엔 호프도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비행 슈트를 입고 어머니의 활동명을 따서 와스프가 되었다. 아직 앤트맨 활동에 미숙하고 덜렁대는 성격의 스캇과 노련하게 뒤에서 그를 받쳐주는 와스프의 콤비 플레이가 완성되면서 둘의 관계는 연인이자 동료에서 가족으로 거듭났다. 호프 덕분에 스캇도 더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하여 세상을 지키는데 당당히 일조하는 슈퍼히어로로 거듭난다. 

파워맨과 아이언 피스트

마블 코믹스

루크 케이지는 “파워맨”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코믹스 시리즈가 있었고 아이언 피스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낮은 판매량은 두 히어로를 한데 뭉치도록 만들었는데, 당시로서는 획기적이고도 독특한 아이디어인 ‘슈퍼히어로 용병’으로 재탄생시키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렇게 해서 둘은 “히어로즈 포 하이어”라는 팀으로서 비용을 받고 히어로 활동을 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무지막지한 힘과 아시아의 무술이라는 이 결합은 가족이나 다름없는 끈끈한 우정으로 이어져 있다.

  • DC

호크와 도브

DC 코믹스

DC 유니버스에서 각각 혼돈과 평화, 강경과 온건을 상징하는 호크와 도브는 음양의 조화처럼 서로가 함께 있어야 완성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정반대의 성향으로 인해 싸우고 헤어지길 반복하면서도 위기를 앞두고는 반드시 재결합하고야 마는 이들 콤비는 몇 가지 버전이 있다. 행크와 도널드 형제, 던과 홀리 자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행크와 던이 있지만, 호크는 거칠고 성급하며 도브는 침착하고 온화하다는 점만은 바뀌지 않는다. 행크와 던의 버전은 실사화되어 [DC 타이탄]에서도 그 화려한 날갯짓을 볼 수 있었다.  

로빈과 슈퍼보이

DC 코믹스

슈퍼히어로의 자식들은 아무래도 자라면서 보고 배운 게 있다 보니 평범한 삶을 살 수가 없다. 특히 아버지가 슈퍼히어로의 정점에 있는 배트맨이나 슈퍼맨이라면 더욱. 이래서 아버지들은 가만히 있질 못하는 같은 또래의 둘을 하나의 팀으로 묶어주는데, 초능력 소년 슈퍼보이와 소년병기 로빈은 “슈퍼 선즈”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가며 가진 능력만큼이나 강력한 우정을 쌓는다. 슈퍼보이가 우주의 모험을 마치고 혼자만 나이 들어서 오는 바람에 슈퍼 선즈의 앞날은 불투명한 상태지만 둘이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인 것만은 변함없다.

블루 비틀과 부스터 골드

DC 코믹스

저스티스 리그에 속하지만 가진 능력과는 별개로, 어떻게 팀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의아해지는 이 히어로들은 덜 심각하고 무책임한 장난꾸러기였다. 그들은 저스티스 리그의 자금으로 카지노 사업을 벌이는 등 자신들의 위치를 이용한 돈벌이에 열심이었지만 결코 좋은 결과는 얻지 못하는 코믹한 역할을 맡았다. “히어로보다 형제”로 대표되는 둘의 우정의 깊이는 부스터 골드가 히어로 대량학살의 누명을 쓰고 갇혔을 때 블루 비틀이 앞뒤 가리지 않고 탈옥시킨 일에서 잘 나타나있다. 가벼운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두 사람 다 여러 사건을 겪어가며 점차 진지하고 책임감 있는 히어로로 거듭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