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소니픽처스코리아

영화 [오토라는 남자]는 스웨덴의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스트셀러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원작으로, 2016년에 개봉한 동명의 스웨덴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영화다. 아내를 잃고 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일명 꼰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따뜻하게 담았다.

원작 소설은 2015년 한국에 발매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는 50만 부를 돌파하였고, 전 세계적으로는 800만 부 판매라는 기록으로 출간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원작 소설의 인기 덕분에 스웨덴에서 [오베라는 남자]로 2015년 영화화되었고,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분장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오베’가 ‘오토’라는 이름으로 다시 우리 곁에 찾아왔다. 톰 행크스가 주인공 ‘오토’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잔잔한 감동과 묵직한 여운을 전한다. 영화의 상세한 이야기를 리뷰로 풀어본다.

– 나무를 봐야 숲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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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오토'(톰 행크스)는 동네에서 꼰대 할아버지로 유명하다. 규칙을 위반하거나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에게 폭풍 잔소리와 오지랖을 펼치며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인물이다. 6개월 전 아내를 먼저 보낸 후 삶의 의욕이 없어진 오토는 사랑하는 아내를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다니던 직장도 퇴직하고 전기와 전화도 끊는 등, 홀로 조용히 인생을 정리할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  오토가 생을 마감하려고 여러 번의 시도를 하지만, 새로 이사 온 이웃이나 갑자기 곤경에 처한 주변 인물들 탓에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사실 오토와 이웃과의 관계는 처음부터 틀어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정직함과 성실함으로 이웃과 함께 마을 공동체를 위해 노력했었다.  마을을 위해 규칙을 준수할 것을 사람들에게 강요하지만, 정작 ‘오토’ 자신은 이웃들과 단절하고 마음을 벽을 쌓고 있었다.

이웃들을 이해하지 않으면서 마을의 규칙만을 강요하는 오토의 모습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라는 말이 떠오르게 한다. 영화는 이야기 말미에 비로소 ‘숲’처럼 울창한 마을 공동체를 완성하면서 끝낸다. 그 방법은 간단한 것이었다. 오토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이웃들을 진심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타인과 교감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오토의 마지막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세레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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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오토가 아내를 만나고 사랑하는 과정을 회상 장면으로 보여준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오토에게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 준 소냐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그야말로 오토에게 소냐는 삶의 의미이자 유일한 목적이었다. 사고로 다리를 잃은 아내를 위해 손수 바꾼 주방과 그와의 추억이 깃든 동전을 소중히 간직하는 오토의 모습에서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느끼게 한다.

소냐가 세상을 뜬 이후에도 오토는 아내를 향한 일편단심이 변하지 않았다. 매일 그의 묘지에 가서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며 안식을 얻는다. 집안 곳곳에서 그의 물건을 그대로 둔 채 아내의 기억을 되새기며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이웃 ‘마리솔'(마리아나 트레비뇨)이 소냐의 물건 정리를 도와주겠다고 했을 때 불같이 화내는 모습은 오토에게 아내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렇게 죽은 아내를 향한 그리움은 오토의 상실과 슬픔을 진심 어리게 전한다. 특히, 아내 소냐와 함께했던 과거 젊은 시절의 오토를 ‘톰 행크스’의 실제 아들인 ‘트루먼 행크스’가 연기했는데, 큰 이질감 없이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 노령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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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라는 남자]는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사회에서 노인들과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지를 의미 깊게 그린다. 까칠한 꼰대 할아버지 오토와 이웃들이 만들어 가는 유대감은 고령화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이웃들의 청사진이 아닐까?

영화에서 오토는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인생은 고통과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행복도 동시에 존재함을 깨닫는다. 함께 나누고 돕는 소중한 가치도 함께 말이다. 특히 마리솔이 보여준 타인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그의 삶 속으로 뛰어드는 다정함은 혼자라는 외로움을 벗어나고 마음의 경계를 허물게 하는 힘을 건넨다.

영화는 이민자나 성소수자 등 소외된 인물들이 오토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연대하는 모습을 많이 그린다. 그로 인해 인간에 대한 연민과 관심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한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이웃과 단절하며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영화는 서로 함께하는 공동체로서의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 원작과 리메이크 어떤걸 봐야 할까?

2015년 스웨덴판 [오베라는 남자] 이미지 : (주)디스테이션, 싸이더스

서두에 언급한대로, 이 영화는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의 미국 리메이크 버전이다. [오베라는 남자]는 이미 2016년에 국내 개봉을 했고,  OTT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버전으로 만든 두 영화, 그렇다면 어떤 점이 다를까?

우선 두 작품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인공의 서사를 묘사하는 방식이다. 원작인 [오베라는 남자]는 ‘오베'(롤프 라스가드)의 비극적인 유년기와 소냐와의 행복했던 시절을 자세히 그린다. 그의 성격 형성 과정이나 소냐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극진한지를 집중해서 다룬다. 이에 반해 [오토라는 남자]의 오토는 과거보다 현재에 더 집중해 이야기를 펼친다. 새로운 이웃이 된 마리솔이나 소냐의 제자 말콤과의 관계에 비중을 두는데, 오토가 살아가는 현재 삶에 대한 공감대를 넓힌다.

이렇게 주인공을 묘사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오토라는 남자]는 원작을 지금 상황에 맞게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각색했다. 오토와 친구가 설전을 벌이는 자동차 브랜드를 미국 브랜드로 변경하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협조하는 기자를  지역신문에서 소셜미디어로 바꿔 현실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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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비교한 대로 두 작품은 전반적으로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꼰대 할아버지의 인생 이야기가 궁금하면 [오베라는 남자]를, 이웃집 할아버지와 사이좋게 살아가는 해답을 얻고 싶다면 [오토라는 남자]를 추천한다. 시간이 된다면 두 작품 모두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오토라는 남자]는 톰 행크스의 열연 속에 우리가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원작의 핵심 정서와 주제는 유지한 채, 현실적으로 각색한 부분도 인상 깊다. 영화를 보면 문득 내 옆집에는 어떤 이웃이 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여러 흉흉한 사건, 사고 소식으로 타인과의 소통이 쉽지 않지만, 마음을 열고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여유를 이번 작품으로 배울 수 있었다. 이런 작은 실천을 통해 세상이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