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여러분이 사람의 거짓말을 알아채는 능력을 가졌다면 어떨까? 재미있는 상상을 담은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은 거짓말을 감별하는 ‘라이어 헌터’와 은둔한 천재 작곡가의 러브 스토리다. 흥미로운 설정, 귀여운 캐릭터, K-드라마 팬들에게 사랑받는 배우 때문에 이 드라마를 선택했는데, 지금은 여러 사건을 통해 주인공들의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출처: tvN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거짓말을 구별하는 능력을 타고 태어난 목솔희는 의뢰를 받고 누군가의 거짓말을 감별해 주는 ‘라이어 헌터’ 일로 먹고살지만, 자신의 능력 때문에 사람을 만나거나 좋아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 어느 날, 비어있던 솔희의 옆집에 어떤 남자가 이사 온다. 항상 검은색 마스크나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절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는, 누구도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유명 작곡가 김도하이다. 오해 때문에 일어난 작은 소동으로 처음 만난 후, 두 사람의 인연은 여러 사건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을 조금씩 키워간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과 서로의 감정에 솔직해지기 위해선 넘어야 할 것들이 있다. 그중 가장 큰 일은 도하의 인생을 완전히 바꾼 전 여자친구의 실종사건일 것이다.

솔희와 도하의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은 알콩달콩한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따라가는데, 이들이 일상을 공유하고 아기자기하게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사람은 구조는 같고 방향만 다른 옆집에 살고 있으며, 같은 가게에서 주문한 치킨이 바뀐 걸 교환하면서 처음 만난다. 이후엔 약을 건네주고 병간호를 하며 집을 드나들고, 옆집이 보이는 베란다에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간다. 서울 변두리의 사람 냄새나는 동네를 배경으로 한 점도 소박한 매력을 더한다. 동네 빵집에서 빵을 사러 오고 가다 만나고, 아는 얼굴 마주칠 걱정 없이 술집에서 편안하게 술을 마시고, 호프집에서 모두와 함께 축구 경기를 본다. 이렇게 일상 속 만남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조금씩 크게 의식한다. 솔희가 능력을 발휘하고 도하의 직업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등장하지만, 이런 일상성이 설렘 가득한 로맨스를 만들어낸다.

물론 솔희와 도하 두 사람이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기 위해선 넘어야 할 것들이 있다. 솔희의 장애물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거짓말 구분 능력’이다. 솔희의 능력 때문에 가족이 해체된 후, 어머니는 가끔 나타나 돈을 요구하며 딸의 상처를 후벼판다. 게다가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친구와도 거짓말 때문에 헤어졌다. 솔희는 능력 때문에 사람을 기본적으로 의심하는데, 그래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고 노력하면서도 대화 중엔 거짓말은 안 하는 도하에게 호기심을 가진다. 한편 도하에겐 인생을 완전히 바꾼 비극적 사건이 있다. 5년 전 첫사랑 엄지가 실종된 후, 그는 용의자로 몰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하고 지금까지 은둔 생활을 해 왔다. 그가 이제 자기 인생을 다시 살려면 여전히 미결 상태인 이 일의 ‘맺음’이 필요한데, 문제는 그날의 진실을 본인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솔희와 도하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위기들을 함께 극복하며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tvN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특성상, 사랑에 빠지는 두 주인공의 매력과 연기력이 작품의 매력으로 크게 작용한다. 6회까지 방영된 지금, 이 부분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달이 뜨는 강] 이후 오랜만에 TV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소현은 목솔희에 자신만의 색을 담아낸다. 관계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마음을 쉽게 열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밝고 선한 솔희의 다면적 매력을 잘 보여주며 극을 이끌고 있다. [환혼]과 [환혼: 빛과 그림자]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황민현은 자신의 과거 때문에 마음에 둘러놓은 벽을 하나하나 깨부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두 사람의 호흡도 기대 이상으로 잘 맞고, 각자의 매력을 십분 발휘해 발랄하면서도 설렘 가득한 러브 스토리를 전한다.

6회 엔딩에서 솔희는 자신의 비밀을 도하에게 밝혔다. 도하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두 사람의 감정이 깊어지면서 세상을 마주할 용기를 얻을 수 있을까? 두 주인공이 부지런히 썸을 타고 마음을 자각하는 과정이 예쁘게 그려지는 걸 기대하면서도, 지금도 도하를 괴롭히는 실종 사건의 진실도 궁금하다. 미스터리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작품 중에서 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한 후에는 미스터리를 푸는 데 집중하면서 처음 드라마를 보게 한 힘을 잃었던 적이 많았다. [소용없어 거짓말]은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균형을 맞춰 가며 작품의 매력을 끝까지 유지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