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이미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김남길’은 최근 ‘정우성’의 첫 연출 데뷔작으로 화제가 된 영화[보호자]에서 청부살인업자 ‘우진’ 역을 맡았다. 영화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과 킬러 ‘우진’을 포함한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남길은 극 중 우진 역을 맡았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크게 소리치고, 슬픔을 느끼면 웃어버리는 오묘한 감정을 가진 인물로, 킬러임에도 아이 같은 모습으로 독특한 매력을 자아냈다. 이처럼  김남길은 상업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며 복잡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소화했다.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점점 넓혀가는 중이다.

[도적: 칼의 소리] 이미지: 넷플릭스

김남길은 행보는 드라마에서도 계속된다. [보호자] 이후 9월에 OTT를 통해 공개되는 [도적: 칼의 소리]를 통해 또 한 번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그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감이 커진다.  오늘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김남길의 대표작을 되짚어 보며,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과 진정성 있는 연기를 느껴보자.


비상선언(2022) – 최현수 역

이미지: ㈜쇼박스

2022년에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다. 칸 영화제 초청과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사상 초유의 항공 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치열하게 그린다.

김남길은 극 중 테러로 인해 재난 상황에 빠진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켜야 하는 부기장 ‘최현수’ 역을 맡았다. 김남길은 부기장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비행기의 이륙과 랜딩 순서는 물론 조종석 내부의 버튼 순서도 익혔다고 한다.

이렇듯 극 중 배역을 위해 기울인 노력으로 승객을 지키고자 하는 부기장 ‘현수’의 섬세한 감정선과 디테일한 행동 묘사로 진정성 있는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다.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비행공포증이 심한 탑승객 ‘재혁’역의 이병헌과 브로맨스를 빚어내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살인자의 기억법(2017) – 민태주 역

이미지: ㈜쇼박스

[살인자의 기업법]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치매에 걸려 은퇴한 연쇄 살인자 ‘병수'(설경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병수’가 치매로 흐려지는 기억을 부여잡으며 딸을 지키기 위해 다시 살인을 계획하는 이야기를 오싹하고도 흥미롭게 담아냈다.

주인공 병수 역의 설경구와 더불어 극 중 또 다른 연쇄살인범 ‘태주’를 맡은 김남길은 등골 서늘한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며 인상 깊은 연기를 선사한다. 김남길은 친절한 가면을 쓰고 병수의 딸에게 접근하는 연쇄살인범 민태주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어느 순간 김남길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극의 분위기가 바뀔 정도였다.

김남길의 열연이 눈부신 [살인자의 기억법]은 개봉 2개월 뒤 또 다른 결말을 가진 감독판도 공개되었다. 극장판의 애매모호한 결말보다 감독판의 결론이 보다 더 직접적이고 선명하다. 소설 원작과 극장판, 감독판의 영화를 모두 감상한다면 각각이 주는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설경구, 김남길 두 주연배우의 죽여주는[!] 연기력은 관객들에게 소름 끼치는 만족감을 건네며 깊은 잔상을 남길 것이다.


판도라(2016) – 재혁 역

이미지: (주)NEW

[판도라]는 국내 최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다. 대한민국에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이 발생하고 그 여파로 노후한 원전이 폭발하면서 벌어지는 재난 상황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초유의 재난임에도 미비한 정부의 안전 대응과 2차 폭발이 다가오는 위험 상황은 현실감 가득한 공포를 선사한다.

김남길은 이번 영화에서 철없어 보이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 직원 ‘재혁’ 역을 맡았다. 특히 음을 각오하고 사고 현장에 다시 들어가는 모습은 극 중 재혁을 철없는 청년이 아닌, 이 재난으로부터 많은 이를 구해줄 히어로처럼 보여준다. 그에 맞춰 각성하는 김남길의 연기는 작품의 몰입감을 더한다.

[판도라]는 재난 상황을 만난 사람의 이중적인 모습을 잘 그려낸다.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벗어나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는 심리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려는 마음이 혼재하는, 양가적 존재인 인간을 고찰한다. 다소 신파적이긴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과 맞아떨어진 현실감으로 관객들에게 공포 이상으로 많은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 장사정 역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을 표방한 해양 액션과 재기발랄한 유머 코드로 관객들에게 많은 재미를 선사했다. 영화는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으로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 세력의 바다 위 통쾌한 대격전을 그린 모험 영화다. 작품의 묘미는 살짝 비튼 세계관에 있다. 조선 건국 초기 고려의 국새를 명나라에 반납한 후 돌려받지 못해 10년간 국새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었는데, 이를 ‘고래의 습격으로 인한 분실’로 바꾸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명품 배우들의 멋진 연기에 힘입어 캐릭터들이 입체감 있게 살아있다. 특히, 극 중 허당끼 가득한 산적 두목 장사정 역을 맡은 김남길의 활약이 대단했다. 뭔가 미덥지 못한 리더임에도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위기를 해쳐나간다. 이 과정에서 김남길은 코믹한 모습과 스피디한 액션 연기로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한다. 함께 영화를 이끈 손예진과 산전수전 다 겪은 케미도 이 작품의 재미를 책임진다.

미인도(2008) – 강무 역

이미지: CJ ENM

2008년에 상영된 [미인도]는 조선시대 천재 화가 신윤복이 여자였다는 도발적 상상력에서 출발한 영화로 신윤복을 둘러싼 러브스토리를 중심으로 멜로와 에로티시즘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남장 여자인 ‘신윤복’(김규리)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내 ‘강무’(김남길), 그리고 제자인 신윤복을 사랑하게 된 ‘김홍도’(김영호), 세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다. 조선화가 ‘신윤복’을 모티브로 하여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풍속화는 영화의 운치를 더한다. 여기에 이야기 전체에 드러나는 강렬한 채색과 색의 노출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다른 영상미를 가진 영화답게 김남길의 연기 역시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한’이라는 예명을 버리고 본명으로 활동한 첫 영화로, 여주인공인 ‘신윤복’과 사랑에 빠지는 ‘강무’ 역을 맡았다. 인상 깊은 순애보적인 사랑 연기를 가슴 아프게 펼쳐내어 작품의 여운을 길게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