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슈퍼 솔져 혈청이란?

캡틴 아메리카가 맨몸으로 고층에서 뛰어내리고, 지치지도 않고 하루 종일도 뛸 수 있는 것은 ‘슈퍼 솔져’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이 슈퍼 솔져가 되려면 아무래도 ‘슈퍼 솔져 혈청’을 체내에 주입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이 약물은 이름과 달리 실제 ‘혈청’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만드는 방법은 소실되었거나 극비에 부쳐져 있기 때문에 알 수 없으나, 스테로이드 같은 강화 약물이나 와칸다의 허브 같은 재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도 한다. 이 혈청을 사용하면 힘과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신진대사를 증가시켜 빨리 낫고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게 된다. 세포의 재생력이 가속화되므로 노화도 막아준다. 뇌의 기능마저 강화시켜주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기억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이미지: 마블 스튜디오

영화에 등장하는 슈퍼 솔저 혈청은 캡틴 아메리카만이 아니라, 윈터 솔져, 헐크와도 연관이 있다. 어스킨 박사가 개발한 첫 혈청은 나치의 요한 슈미트 장군이 직접 사용했지만, 안면 조직과 피부색이 심하게 변형되어버렸다. 그가 레드 스컬이 되어버린 것은 다소 불완전한 시제품이었던 탓도 있지만, 사용자에 따라 부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이었다. 박사는 미국으로 탈출하여 연합군을 위한 슈퍼 솔저를 만드는 프로젝트 리버스에 참여해 스티브 로저스를 대상으로 성공적인 혈청을 만들어냈다. 캡틴 아메리카가 초기에 작전수행에 나서지 않고 홍보활동에 주력한 까닭은 하나뿐인 소중한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의 어보미네이션 / 이미지: 마블 스튜디오

버키 역시 하이드라에게 붙잡혀 있는 동안에 캡틴 아메리카와 같은 능력을 갖도록 개발한 혈청을 계속해서 주사 맞은 덕분에 알프스에서 추락한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워드 스타크는 슈퍼 솔저 혈청 재현에 성공하자, 하이드라는 윈터 솔져를 파견해서 스타크 부부를 암살하고 혈청 다섯 개를 모두 가져갔다. 이것들을 사용한 다섯 명의 슈퍼 솔저의 운명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1세기에 들어서 육군의 로스 장군은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부활시켰다. 감마 방사선을 추가하여 혈청을 재현하려던 실험은 사고로 인해 헐크를 만들어냈고, 로스는 그를 추적하기 위해서 에밀 블론스키에게 캡틴 아메리카와 비슷해지는 혈청을 주사했고, 그 다음에는 브루스 배너의 혈액에 있는 변경된 혈청과 결합하여 블론스키를 어보미네이션으로 만들었다. 

캡틴 아메리카

이미지: 마블 코믹스

코믹스에서 슈퍼 솔져 혈청이 처음 등장한 것은 한창 제2차 세계 대전 중이던 1940년 12월 [캡틴 아메리카 코믹스] #1을 통해서였다. 당시 슈퍼 솔져를 연구하는 나치 과학자들 중 어스킨 박사는 닉 퓨리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망명했고, 미국 정부의 원조를 받아 최초의 슈퍼 솔져 혈청을 개발할 수 있었다. 체스터 필립스 장군은 스티브 로저스에게 혈청을 투여했다. 일부는 정맥에 주사하고 일부는 입으로 마시게 한 후, 안정화시키기 위해 비타선이라는 방사선을 쪼였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 직후에 스파이가 박사를 살해하는 바람에 혈청의 공식은 남아있지 않게 되고, 스티브 로저스가 유일한 성공작이 되었다. 박사가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디즈니+ 드라마 [팔콘과 윈터 솔져]에 나왔던 브래들리와 손자 / 이미지: 디즈니+

캡틴 아메리카의 성공적인 활약에 고무된 미국은 더 많은 슈퍼 솔져를 원했다. 이들은 아프리카계 미군 300명을 강제로 데려와 실험했는데, 대부분이 사망하고 살아남은 극소수는 비밀리에 전장에 투입되었다. 생존자 중 아이제이야 브래들리의 손자는 훗날 영 어벤져스에서 활동하다가 중상을 입고 할아버지의 피를 수혈받아 동일한 능력을 얻었다.   

냉전시대, 캡틴 아메리카의 열성 팬인 한 미국인이 독일에서 나치 장교의 파일을 조사하던 중에 슈퍼 솔져 혈청의 공식을 발견해냈다. 그는 이 발견을 미국 정부와 공유하고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되었다. 한국전쟁에서 활약하기도 한 그는 나중에 그랜드 디렉터라는 악인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센트리

이미지: 마블 코믹스

한국계 배우인 스티븐 연이 연기를 할 예정이라는 히어로 센트리 역시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공동으로 슈퍼 솔져 혈청의 효과를 1000배로 증강시키려는 계획에 돌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골든 센트리 혈청은 한 마약 중독자로 인해 소진되어버렸다. 로버트 레이놀즈라는 중독자가 약물을 찾다가 이 실험실에 침입하여 마셔버린 것이다. 그는 태양의 천 배나 되는 엄청난 힘을 얻어 센트리가 되었으나, 이 효과에 놀란 관계자들은 프로그램을 종료시켰다.  

파워맨

드라마 [루크 케이지]에서 /이미지: 디즈니+

슈퍼 솔져 연구를 하던 한 나치 과학자의 아들인 번스타인 박사는 미국에서 아버지의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세포 재생 연구를 하고 있었다. 전기로 인간의 세포를 자극하여 상처를 치유하고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연구는 스타크 인더스트리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었다. CIA 요원인 워호크라는 인물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박사는 시게이트 교도소의 죄수를 상대로 개량형을 창조하는 실험에 나섰다. 그러나 교도관이 몰래 기계를 조작하는 바람에 이 죄수는 의도한 것 이상으로 강화된 파워맨, 즉 루크 케이지가 되었다.

특별한 시도

아메리칸 카이주 / 이미지: 마블 코믹스

해군도 경쟁에 뛰어들어 해군 버전의 캡틴 아메리카를 만들 준비를 했다. 루크 케이지에게 사용된 과정을 연구하여 특수한 패치와 체내에 약물을 주입하는 칩을 사용해 새로운 슈퍼 솔저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원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이 병사는 슈퍼 솔저가 된 후에 증세가 더욱 심해졌고, 결국 지휘관의 통제를 듣지 않는 실패작 안티캡이 되었다.   

육군은 새로운 슈퍼 솔저를 만들기 위해 여러 성분을 모았다. 감마선, 뮤턴트 성장 호르몬, 핌 입자, 리자드 공식 등을 조합한 이 혈청을 몸에 주입한 병사는 공룡을 닮은 거대한 괴수로 변신했고, 아메리칸 카이주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다른 나라의 슈퍼 솔저

디스트로이어 / 이미지: 마블 코믹스

어스킨과 함께 연구했던 슈미트 박사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강제 수용소로 보내졌다. 슈미트는 또 다른 포로인 영국인 브라이언 팔스워스에게 자신이 숨겨두었던 슈퍼 솔저 혈청의 샘플을 맡겼고, 브라이언은 이를 마시고 강화인간이 되어 탈출했다. 그는 디스트로이어라는 이름으로 독일에 머무르며 나치와 싸웠다. 

나치는 결국 자신들만의 혈청을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워리어 우먼이라는 여성 슈퍼 솔저와 캡틴 아메리카보다 강한 마스터맨이라는 나치의 전사가 탄생했다. 미국, 독일에 이어 소련도 강화 혈청을 개발했다. 쿠드린 박사의 혈청은 스파이 훈련 기관인 블랙 위도우 작전 프로그램의 일원들을 대상으로 실험되었으며, 나타샤 로마노프가 그 수혜를 받아 수명연장 및 강화된 신체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