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에 진심인 할리우드 배우를 꼽자면 톰 크루즈, 휴 잭맨 등이 있지만 제라드 버틀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의 필모그래피 대부분이 액션 영화인데다 현재진행형이기 때문. 그에게는 독특한 이력이 하나 있는데 바로 변호사에서 배우로 전직한 것이다. 법학을 전공한데다 20대 중반에 연기를 시작했음에도 제라드 버틀러는 타고난 카리스마로 배역을 꿰차 나갔고, 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했다. 오늘은 그런 제라드 버틀러의 액션 영화 5편을 소개한다. 괄호 속 연도는 국내 개봉이 기준이다.

300(2006)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국내에서 290만 명을 동원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전쟁 영화 [300]. “디스 이즈 스파르타!”라는 강렬한 명대사를 남기며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패러디 된 이 영화는 페르시아와 그리스 간의 전투를 그린다. BC 480년, 페르시아가 100만 대군을 이끌고 그리스를 침공한다. 이에 그리스 도시 국가들은 연합을 구성해 맞서려 하나, 신탁이라는 걸림돌을 마주한다. 그러나 레오디나스 1세는 반대를 무릅쓰고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를 대동해 테르모필레 협곡으로 향한다.

제라드 버틀러는 전사의 명예를 중요하시며 죽음도 불사하지 않는 레오니다스 1세를 연기했다. 극중 레오디나스 1세는 전장에서 앞장서며 전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적군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사기를 끌어올렸다. 그의 투지는 적군마저 감탄할 정도였다. 전투신으로 가득한 [300]에서 제라드 버틀러는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며 역할에 완벽히 동화된 모습으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여담으로 그는 이 영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하루에 6시간 동안 혹사에 가까운 훈련을 받았다고. 다행히 그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300]은 전 세계적인 흥행작이 되며 제라드 버틀러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출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리올라누스: 세기의 라이벌(2013)

이미지: ㈜팝 파트너스

이후 제라드 버틀러는 다시 전쟁 영화에 출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 [코리올라누스: 세기의 라이벌]은 로마의 지휘관 코리올라누스의 이야기다. 로마 군을 승리로 이끌고 전쟁 영웅이 된 코리올라누스. 그러나 그가 민심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잡을까 두려웠던 기득권은 그를 모함해 로마에서 추방한다. 복수심에 불탄 코리올라누스는 라이벌인 오피디우스를 찾아가 동맹을 결성, 로마를 침공하기에 이른다.

제라드 버틀러는 한때 코리올라누스의 적이었으나 로마를 함락하기 위해 손을 잡는 툴러스 오피디우스로 분했다. 코리올라누스와의 전투에서 승기를 잡지 못해 분개하고, 그를 숙적으로 여길만큼 호승심이 강한 인물이다. 극중 코리올라누스에게 밀리지만, 끝내 코리올라누스의 운명을 결정하는 자이기도 하다. 본 영화는 제라드 버틀러가 로맨틱 코미디인 [어글리 트루스]와 [바운티 헌터] 이후 촬영한 작품이다. 영화는 제라드 버틀러에게 절제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와 함께 다시금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는 평을 안겨주었다.

백악관 최후의 날(2013)

이미지: 씨너스 엔터테인먼트㈜

[더 이퀄라이저] [매그니피센트 7] 등 액션 전문 감독 안톤 후쿠아가 연출한 [백악관 최후의 날]은 북한 공작원 ‘강’이 이끄는 반미(反美) 테러리스트 집단이 백악관을 장악하면서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다. 한국 정부 대표단이 최고위급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날, 북한 출신의 ‘강’이 한국 측 경호요원으로 위장 잠입하는데 성공한다. ‘강’은 단번에 한국 총리를 살해하고 미국 대통령을 인질로 잡은 후 미군 철수와 핵미사일 암호 코드를 요구한다. 백악관을 지키던 경비대가 속수무책으로 쓰러진 상황, 희망은 전직 대통령 경호원 마이크 배닝 뿐이다.

제라드 버틀러는 유능한 경호원이었으나 불운한 사고로 좌천된 마이크 배닝 역을 맡았다. 마이크 배닝은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겪으면서도 강한 정신력을 발휘해 대통령을 지켜내는 인물이다. 아비규환이 된 백악관에 돌진한 제라드 버틀러는 그야말로 원맨쇼를 보여준다. 숨 쉴 틈 없이 튀어나오는 적들을 100% 적중률로 사살하고 심지어 인질 구출에도 성공하는 먼치킨 액션을 선보인다. [백악관 최후의 날]은 액션 비중이 높아 제라드 버틀러의 매력이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제작비 대비 2.5배에 달하는 수입을 거두며 ‘런던 해즈 폴른’, ‘엔젤 해즈 폴른’으로 이어지는 ‘폴른’ 시리즈의 기반을 다졌다.

헌터 킬러(2018)

이미지: ㈜키다리스튜디오

세계 최강의 공격 잠수함 ‘헌터 킬러’를 이끄는 조 글래스 함장이 믿기 힘든 음모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 [헌터 킬러]. 조 글래스는 미 국방부의 지시를 받아 격침 당한 자국의 잠수함을 찾는 작전에 투입된다. 그렇게 ‘헌터 킬러’를 이끌며 잠수함의 행방을 쫓던 중, 러시아에서 쿠데타가 벌어진다. 목숨을 위협받는 러시아 대통령을 구출하기 위해 ‘헌터 킬러’와 특수 부대가 협동 작전에 돌입한다.

제라드 버틀러는 극한의 상황에서 강인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조 글래스 함장을 연기했다. 조 글래스는 냉철한 지략과 따뜻한 인정을 함께 보여주며 부하 선원들을 설득하고, 뛰어난 판단력으로 예상치 못한 난관도 헤쳐 나간다. 누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긴박한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는 등, 입체적인 인물성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헌터킬러]에서 제라드 버틀러는 직접적인 액션을 크게 보여주지는 않지만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특유의 터프한 마스크와 직접 해군 언어를 배우는 연기 열정으로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글래스 함장을 연기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

플레인(2023)

이미지: (주)누리픽쳐스

난기류로 이름 모를 섬에 불시착한 비행기가 무장단체의 표적이 되면서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 [플레인]. 브로디 토렌스 기장이 구조 요청을 보내기 위해 섬 안으로 들어간 사이, 무장단체가 남아있던 사람들을 인질로 데려간다. 해당 무장단체는 이전에도 외국인 인질극을 벌인 전적이 있는 데다 정부도 손 놓은 상태. 결국 토렌스는 전직 군인이자 살인죄로 호송되고 있던 루이스 가스파레와 손을 잡고 탈출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제라드 버틀러는 불굴의 의지를 갖춘 브로디 토렌스 기장을 연기했다. 그는 승객들을 구출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강한 책임감을 보여준다. 브로디 토렌스는 단원들의 습격에 침착하게 맞서 제압하는 한편 고도의 판단력으로 불리한 상황을 헤쳐 나간다. 덕분에 제라드 버틀러는 오랜 경력으로 다져진 연기력과 액션 기술을 가감 없이 선보인다. 제라드 버틀러는 마블 드라마 [루크 케이지], 넷플릭스 영화 [카터] 등에 출연한 마이크 콜터와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긴장감 높은 극을 이끌어 간다. 한편 [플레인]은 코로나로 인해 당초 계획된 예산의 절반에 제작됐다. 그럼에도 영화는 기대를 넘는 성적을 기록하며 개봉 한 달 만에 속편 제작이 결정됐다. 속편 제목은 [Ship]으로 마이크 콜터가 주연을 맡고 제라드 버틀러는 카메오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