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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사형수부터 꽃미남 사기꾼, 모범 택배기사, 조선의 검귀, 부활한 도사 전우치, 정신을 지배하는 초능력자, 악귀를 물리치는 사제까지. 배역이 겹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배우 강동원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다양한 캐릭터로 채우고 있다.

2023년 9월 개봉한 판타지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에서는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로 분하여 또 한 번 새로운 옷을 입었다. 이후 개봉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 [엑시던트]에서는 위기에 빠진 청부살인업자로, 2025년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는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진 노비로 분할 예정이다. 언제나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는 배우 강동원의 직업 변천사를 살펴본다.

[늑대의 유혹] (2004) / 정태성 역

쇼박스

어른들도 울리는 고등학생들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늑대의 유혹]. 서울로 전학 온 시골 소녀 ‘정한경’(이청아)은 원조 킹카 ‘반해원’(조한선)과 옆 학교 짱 ‘정태성’(강동원)과 지독하게 얽혀 버린다. 꽃미남계의 쌍두마차와 삼각관계를 이루며 여학생들의 질투를 받기도 하고,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비밀에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이들은 한치의 양보 없는 사랑 싸움을 벌이며, 가슴 아프지만 찬란한 청춘의 시간을 보낸다.

귀여니 소설을 영화화한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은 ‘고등학교 짱’ 역할을 맡았다. 수줍은 듯한 얼굴 뒤에 강한 주먹과 고집을 숨긴 서브 남주지만, 서브 남주라기엔 압도적인 비주얼을 선보인다. 그가 우산을 들고 등장하는 장면은 여전히 영화 속 최고의 등장 씬으로 꼽힌다. 이 영화를 통해 강동원은 꽃미남 배우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당시 본인은 ‘이 영화에서 얻은 인기가 얼마나 갈까’라는 회의감에 젖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강동원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동시에 배우로서 자극을 준 작품이었다.

[전우치] (2009) / 전우치 역

CJ엔터테인먼트

요괴 잡는 도사의 이야기를 그린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 무비 [전우치]. 500년 전, 전우치는 누명을 쓰고 자신의 개 초랭이와 함께 그림 속에 봉인된다. 2009년 서울, 은둔생활을 즐기던 신선들은 혼란스러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다시 모여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낸다. 신선들은 전우치에게 요괴들을 잡아오면 봉인에서 완전히 풀어주겠다고 제안하지만, 달라진 세상을 마주한 전우치는 세상 구경과 사랑놀음에 빠져 버린다.

[타짜], [도둑들], [외계+인] 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에서 강동원은 ‘요괴 잡는 도사’로 분했다. 신비로운 도술을 부리는 전우치는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 영웅으로, 영화에서는 영웅이지만 천방지축 악동의 모습으로 등장해 웃음을 준다. 강동원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동술, 자유자재로 주변 사물에 모습을 숨기는 은신술, 앉아서 삼천리를 내다보는 투시력,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독심술 등 동양 고유의 색채가 살아있는 도술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검은 사제들] (2015) / 최준호 역

CJ엔터테인먼트

고통받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 ‘이영신’(박소담)은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린다.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김윤석)는 신학생인 ‘최부제’(강동원)와 함께 소녀를 구하기 위해 계획을 준비한다. 마침내 소녀를 구할 수 있는 단 하루의 기회를 잡게 되고, 김신부와 최부제는 모두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예식을 시작한다.

[사바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은 ‘사고뭉치 보조사제’ 역할을 맡았다. 때론 철없어 보일 정도로 밝지만 그 안에 깊은 상처를 간직한 인물이다. 귀엽고 순수한 모습부터 의심과 혼돈, 극한에 맞서는 강렬함까지 다채로운 색깔로 표현해내며 극을 이끈다. 강동원은 실제 신부와 함께 지내며 사제 캐릭터를 연구하고, 라틴어 대사를 무수히 듣고 외우는 노력을 기울이며 캐릭터 완성에 공을 들였다. 더불어 [전우치] 이후 6년 만에 재회한 김윤석과 특별한 케미도 선보인다.

[검사외전] (2015) / 한치원 역

쇼박스

감옥에 갇힌 검사와 세상 밖으로 나온 사기꾼의 유쾌한 버디 플레이를 그린 범죄 코미디 영화 [검사외전]. 거친 수사 방식으로 유명한 검사 ‘재욱’(황정민)은 살인 누명을 쓰고 수감된다. 감옥에서 복수의 칼을 갈던 재욱은 꽃미남 사기꾼 ‘치원’(강동원)을 우연히 만나고, 그가 감옥 밖 작전을 대행해 줄 선수임을 직감한다. 검사 노하우를 총동원해 치원을 무혐의로 내보내고 반격을 준비하지만, 자유를 얻은 치원은 재욱에게서 벗어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린다.

김윤석, 송강호, 고수, 하정우와 연달아 브로맨스를 선보였던 강동원이 [검사외전]을 통해 황정민과 손을 잡았다. 황정민, 강동원의 버디 플레이가 빛나는 [검사외전]에서 강동원은 허세를 남발하는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역할을 맡았다. 거짓말과 위조에 능하며 강한 자에게는 한없이 비굴해지는 인물이지만, 일말의 죄책감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강동원은 능청스럽게 사기꾼 역할을 소화했고, 영화의 허점마저 배우의 매력으로 가려버렸다는 평을 얻었다.

[반도] (2020) / 한정석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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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이들의 생존과 탈출을 그린 액션 영화 [반도]. 4년 전, ‘정석’(강동원)은 나라 전체를 휩쓸어버린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하지만, 바깥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이후 위험한 미션을 수행하던 중, 대규모 좀비 무리에게 습격을 당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과연 생존자들은 무사히 반도를 탈출할 수 있을까?

[서울역], [부산행]에서 이어지는 연상호 감독의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확장한 [반도]에서 강동원은 ‘해군 특전단 대위’ 역할을 맡았다. 동시에 폐허의 땅에 미션을 안고 돌아온 처절한 생존자로, 반도에서 살아남은 자들과 함께하며 조금씩 변화한다. 극중에서 강동원은 좀비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독특한 움직임에도 절묘하게 합을 맞추며 인상적인 액션 명장면들을 탄생시켰다. 연상호 감독의 언급대로, 액션 장면에서도 감정을 풍부하게 불어넣는 강동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