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그녀] 이미지: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과 tvN의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다시금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한 배우 엄정화가 TV에 이어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을 결정했다. 그의 컴백작 [화사한 그녀]는 화사한 기술이 주특기인 전문 작전꾼 지혜(엄정화)가 마지막 큰 판을 계획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범죄 오락 영화이다. 여러 코미디 영화의 주연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엄정화가 이번에도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를 공략할수 있을지 기대가 커진다.

엄정화는 가수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고 다양한 커리어를 쌓아온 것으로 유명하다. 코미디를 비롯하여 미스터리, 스릴러, 블록버스터 등 다양한 장르에서 늘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며 31년 연기 경력의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이런 엄정화의 영화 작품 중 대표작들을 살펴보고, 연기자로 롱런하고 있는 그의 매력을 확인해 보자.

오케이 마담(2020) – 미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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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마담]에서 엄정화는 남다른 손맛을 가진 영천시장의 꽈배기 맛집 사장 ‘미영’을 연기하며 남편 ‘석환’으로 등장하는 박성웅과 알콩달콩 케미를 선보인다. ‘미영’은 컴퓨터 수리 전문가인 남편 ‘석환’으로 인해 당첨된 하와이 여행 중, 비행기에서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테러리스트로 인해 위험에 빠진 비행기를 미영의 숨겨진 잠재력으로 구하게 되는 설정인데, 엄정화의 발랄한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다소 과장된 설정과 매끄럽지 못한 전개는 아쉽지만, 엄정화와 박성웅의 연기는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하고 스릴 넘치는 액션과 유쾌한 코믹 요소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여기에 숨겨진 반전들이 오락영화로서의 매력을 발휘하고, 작품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오케이 마담]은 일상에 지친 관객들에게 가볍고 재미있는 코미디와 통쾌한 액션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몽타주(2013) – 하경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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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타주]는 15년의 공소시효가 지나고 다시 시작된 유괴 사건의 진실을 쫓는 피해자 엄마와 담당 형사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엄정화는 이번 영화에서 15년 전 유괴 사건으로 딸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엄마 ‘하경’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담당 형사 역에는 배우 김상경이 캐스팅되어 친숙하고 설득력 있는 연기로 강한 흡인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완성도 높은 각본과 영리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탄탄하고 치밀한 전개, 과거와 현재 시점이 뒤섞인 연출 기법을 통해 작품에 힘을 보탠다. 기존 클리셰를 살짝 비튼 부분 역시 예측불허의 스릴러의 묘미를 잘 살려냈다. [몽타주]를 자신 인생 최고의 작품이라 밝힌 엄정화는 가슴 절절한 모정을 관객들에게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이 같은 열연으로 제50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댄싱퀸(2012) – 정화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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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퀸]은 엄정화의 대표 흥행작 중 하나다. 엄정화는 [댄싱퀸]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남편 ‘정민'(황정민) 몰래 댄스가수로 데뷔한 아내 ‘정화’ 역할을 맡았다. (실제 배우 이름을 캐릭터에 그대로 쓴 점이 재미있다) 자식과 남편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지만,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던 정화는 [슈퍼스타 K]에 나갔다가 아이돌 그룹 데뷔 제안을 받는다. 서울시장 후보 아내와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화를 좌충우돌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 요소다.

소재는 다소 황당하지만, 엄정화와 황정민의 부부 케미와(두 배우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도 커플 연기를 선보였다) 라미란, 이한위, 오나라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특히, 엄정화는 이 작품을 위해 1년간 기본기를 충실히 연습하고, 9개월간 본격적으로 댄스 연습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엄정화는 [댄싱퀸]에서의 열연으로 제4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꿈을 향한 노력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며 많은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베스트셀러(2010) – 백희수 역

이미지: 시너지

영화 [베스트셀러]에서 엄정화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으나 표절 혐의로 모든 것을 잃고, 재기를 꿈꾸며 내려간 시골 별장에서 미스터리한 사건을 겪는 ‘백희수’ 역할을 맡았다. 2005년 [오로라 공주] 이후 엄정화의 4년 만의 원톱 주연이다.

희수는 표절 낙인을 떼기 위해 딸과 함께 시골 별장에 칩거하며 발표한 소설이 또다시 표절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소설의 소재가 된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영화는 스릴러의 묘미인 반전으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몰입도 높은 엄정화의 연기로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정신적으로 피폐하고 예민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엄정화는 평소의 화려한 모습을 버리고 척추뼈가 드러날 정도로 체중을 감량했다. 금식과 외부 활동 중단까지 감내하는 노력도 기울였다고 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 하이힐을 신은 채로 지붕 위에서 구르고 하천 바닥에 던져지고 두들겨 맞는 모습과 피범벅이 된 손에서 손톱을 빼는 장면은 보는 내내 소름 끼치지만, 그만큼 몸을 아끼지 않은 연기가 인상 깊다.  엄정화의 이 같은 신들린 연기는 제18회 춘사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으로 이어졌으며,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2) – 연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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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엄정화의 데뷔작인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의 ‘유하’ 감독의 차기작으로, 이만교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감우성은 결혼제도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는 대학강사 준영으로, 엄정화는 ‘연애와 결혼은 별개’라는 원칙의 소유자 연희로 등장한다. 영화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준영과 연희를 통해 결혼과 사랑의 의미를 되묻는다.

개봉 당시 엄정화의 과감한 노출 연기로 세간을 관심이 집중되었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엄정화는 당시 높은 수위의 장면으로 고민이 많았지만 결혼을 앞둔 30대 여성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은 작품의 메시지가 좋아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마누라 죽이기] 이후 10년 가까이 영화 출연이 없었던 엄정화는 이 작품을 통해 ‘영화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며 제3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자신의 영화 필모그래피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