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청량한 매력이 돋보이는 청춘드라마가 안방에 등장했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한 고등학생이 과거로 돌아가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목격하는 타임슬립 드라마이고, 농인 부모와 청인 자녀가 음악 때문에 갈등을 겪는 가족 드라마이며, 가슴 설레는 첫사랑을 그린 로맨스이자 열정 충만한 그 시대 청춘들의 성장 드라마 겸 음악 드라마이다.[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여러 장르의 다양한 요소와 캐릭터의 매력을 슬기롭게 조합해, 낭만 가득하고 싱그러운 청춘들의 시간을 시청자에게 선사한다.

이미지: tvN

고등학생 은결은 코다(CODA), 즉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아이다. 네 가족 중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은결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상황에서 가족의 통역사이자 대변인 역할을 해 왔다. 가족들, 특히 아버지의 믿음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공부 잘하는 착한 모범생으로 살고 있지만, 은결이 하고 싶은 것은 음악이다. 마음속 열망을 참지 못하고 기타를 든 은결이 매우 중요한 밴드 공연을 한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이중생활을 안 아버지와 크게 싸우고 상심한다. 그런 은결 앞에 신비한 악기 가게가 나타나고, 이곳을 거친 은결의 앞에 1995년의 서울이 펼쳐진다. 그곳에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등학생 시절의 아버지 ‘이찬’이 있고, 은결이 알지 못했던 아픈 과거를 지닌 어머니 ‘청아’와,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을 방해하는 아버지의 첫사랑이 있다. 1995년을 헤매고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은결은 자신이 할 일이 있음을 깨닫는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보면서 ‘드라마는 작가놀음’이라는 말을 다시 느낀다. 이 작품에서 한 번쯤 본 소재나 설정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농인의 자녀로 태어난 청인, 즉 코다가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부모님과 갈등하는 것이나, 시간 여행을 하여 과거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는 것은 여러 작품에서 봤었다. 젊음과 열정을 상징하는 밴드 음악도 다른 영화나 드라마로 접해 익숙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킬미, 힐미], [경성 스캔들] 등 굵직한 대표작을 남긴 진수완 작가의 필력을 확인한다. 시청자에게 이미 익숙한 설정을 어떻게 조합하고, 캐릭터를 어떻게 빚어내고, 사건과 캐릭터의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노련함’의 산물인 탄탄한 대본 위에 밝고 청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연출, 그 시대의 기억을 소환하는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장치들이 더해져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익숙한 것 같은데 너무 궁금한 이야기, 알고 있어서 더 마음에 드는 감성을 전한다. K-드라마와 장르 관습에 익숙한 시청자는 드라마의 절반인 8화까지 보면 이 드라마의 결말이 어떨지 예상 가능하겠지만, 그 “정해진 결말”을 향하는 과정과 그 사이에서 펼쳐질 인물 간 갈등, 감정의 변화에서 큰 흥미를 느낄 것이다. 유튜브의 요약본 대신 드라마 전체의 1초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다.  

이미지: tvN

청춘드라마에선 앞으로 더욱 좋은 활약을 펼칠 젊은 배우들을 미리 만날 수 있다. [반짝이는 워터멜론]도 재능과 스타성을 겸비한 20대 초중반의 젊은 배우들을 안방에 소개한다. 작년과 올해 여러 작품에서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은 려운과 최현욱은 이 드라마에서 악기 연주부터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보여주며 제 몫을 해내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최근 작품에서 복잡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줬던 설인아 또한 [반짝이는 워터멜론]에서도 1인 2역을 잘 소화하고 있다. 에디터가 가장 주목하는 배우는 윤청아 역의 신은수다. 영화 [가려진 시간]으로 데뷔한 신은수는 영화, 미니시리즈, 단막극 등을 거치며 쌓은 실력을 이 드라마에서 아낌없이 발휘한다. 캐릭터 특성상 대사 연기는 제한되어 있지만, 짝사랑하는 상대와 함께 보낼 때의 설렘부터 가족들의 학대에서 느끼는 고통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풍부한 표정과 눈빛으로 전한다. 이들 외에도 주변 인물을 맡은 젊은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가 더 빛날 배우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세상 무엇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은결은 어쩌다 불시착한 1995년에서 자신이 할 일을 찾는다. 첫째는 아버지 이찬의 청력을 앗아간 사고를 막는 것이고, 둘째는 어머니 청아가 세상을 살아갈 힘을 기르게 돕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방해하는 한 소녀를 막는 것이다. 네 주인공이 교차하며 서로의 감정을 탐구하는 것이 드라마의 전반을 채웠다면, 은결이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을지가 후반부를 채울 것이다. 과연 은결의 활약으로 과거가 바뀔까? 과거의 변화는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그리고 은결은 가족의 사랑을 깨달을 수 있을까? 다음 이야기를 얼른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