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노래만 하고, 배우가 연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2023년도 역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킹더랜드]의 이준호와 임윤아, [이두나!]의 수지, [도적: 칼의 소리]의 서현, [마스크걸]의 나나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영화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겨 어느덧 주연으로까지 거듭난 연기돌들의 활약을 모아본다.

아이유 / [드림] (2023) 이소민 역

플러스엠

세대를 초월하는 아티스트 아이유는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를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사랑스러운 ‘국민 여동생’ 이미지 덕분에 처음부터 주연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이지 배우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로 넘어와 [페르소나]를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브로커]를 통해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후 [드림]을 통해 유쾌하고 긍정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드림]은 2010년 대한민국이 첫 출전한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다룬 스포츠 영화로 [극한직업],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열정리스 현실파 PD 역할을 맡은 아이유는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사회생활 스킬 만렙인 현실파 캐릭터를 생동감 넘치는 표현력과 연기로 그려내며 대체불가 캐릭터를 완성했다. 스스로 어둡고 까칠한 역할을 벗어나 밝고 사연 없는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어 선택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빛과 어둠을 넘나들며 차곡차곡 쌓아갈 아이유의 필모그래피를 기대해 본다.

도경수 / [더 문] (2023) 황선우 역

CJ ENM MOVIE

EXO의 메인보컬 도경수는 2014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은 소년 ‘한강우’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여 호평을 받았다. 이후 영화 [형], [스윙키즈], [신과 함께] 시리즈를 통해 확고한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모호하고 무심해 보이는 특유의 표정과 깊은 눈망울 덕분에 ‘상처 입은 소년’에 최적화된 배우로 불린다.

한국 영화 최초로 달 탐사를 다룬 SF 액션 영화 [더 문]에서는 달에 홀로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 역을 맡아 혼신의 연기를 선보였다. 쌍천만 신드롬을 일으킨 [신과 함께] 이후 도경수와 다시 재회한 김용화 감독은 “부드러운 이미지가 있는 반면 굉장히 강렬한 얼굴도 가지고 있다”며 그를 낙점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2024년 개봉 예정인 대만 영화 리메이크 작품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는 피아노 천재인 음대생 역할을 맡아 신비로운 로맨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임시완 / [1947 보스톤] (2023) 서윤복 역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

제국의아이들 출신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한 임시완은 [적도의 남자], [미생], [타인은 지옥이다] 같은 수작들에 출연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변호인]은 천만 관객을 돌파하였고,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는 베테랑 배우 설경구와 완벽한 브로맨스 케미를 선보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온 [1947 보스톤]에서는 빼앗긴 영광을 되찾기 위해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대학생 서윤복 역할을 맡았다. 임시완은 혹독한 몸 관리와 강도 높은 훈련으로 마라토너다운 외형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특히 이 영화에서는 그에 대한 호평이 많다. 클라이맥스인 마라톤 경기에서 물오른 연기력을 펼치는데, 마라토너의 단단한 정신력과 뜨거운 투지까지 전부 느껴진다.

정수정 / [거미집] (2023) 한유림 역

바른손이앤에이

f(x) 출신 정수정은 2010년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을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상속자들] 등을 통해 특유의 발랄함을 뽐내왔고, 이 유쾌함은 2020년 영화 [애비규환]까지 이어졌다. 2021년 넷플릭스 영화 [새콤달콤]에서는 그 생기와 새침함이 극대화되는 캐릭터를 만났다.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에서 송강호, 임수정, 전여빈, 오정세와 함께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결말을 다시 찍으려는 김감독의 촬영 현장에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 일들을 그린다. 정수정은 인기 급상승 중인 신예 배우 역할을 맡아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정수정은 배우로서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이준영 / [용감한 시민] (2023) 한수강 역

마인드마크

유키스 출신 이준영은 2017년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을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준영은 특히 넷플릭스와 인연이 깊다. [D.P.]에서는 게임 중독에 빠진 탈영병으로, [모럴센스]에서는 남다른 취향을 가진 대리로, [마스크걸]에서는 살기를 품은 역대급 악역으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넷플릭스가 사랑한 남자’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배우이다.

신혜선과 호흡을 맞춘 [용감한 시민]에서는 안하무인에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최강 빌런 역할을 맡았다. 영화는 연약해 보이는 주인공이 악당을 응징한다는 속 시원한 스토리로, 연재 내내 인기를 듬뿍 받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와 사이다 전개의 통쾌함, 시원한 액션까지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한 이준영은 전문 스턴트맨을 능가하는 액션을 소화하며 차세대 액션 배우로서 인정을 받았다. 그는 이후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계관 이후 한참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황야]에 출연할 예정이다.

방민아 / [화사한 그녀] (2023) 주영 역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눈웃음이 매력적인 걸스데이의 메인보컬 방민아는 2011년부터 많은 드라마에 카메오 출연을 하며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6년 드라마 [미녀 공심이]에서 세상 최고 사랑스러운 여인을 연기하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최선의 삶]에서는 세상의 균열을 깨달아버린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아주 작은 역할부터 꾸준하게, 착실하게 13년 동안 쌓아온 내공이 발휘된 것이다.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영화 [화사한 그녀]에서는 엄정화의 딸이자 작전 파트너로 등장한다. 실제 자신의 롤모델인 엄정화와 호흡을 맞췄으며 OST까지 직접 불렀다. 노래와 연기는 물론, 매력과 센스까지 갖춘 방민아는 이 작품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가진 배우 방민아를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