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리마스터링] 이미지: 에이썸 픽쳐스

2011년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대표적인 가을 로맨스 명작으로 사랑받아온 [만추]가 4K 리마스터링을 거치며 재개봉된다. 12년 만에 찾아온 현빈과 탕웨이의 빛나는 연기와 아름다운 영상미를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듯하다.

드라마는 물론, [만추]를 통해 영화에서도 두각을 보인 배우 현빈은 이후 출연한 영화에서 강렬한 인상과 폭넓은 캐릭터로 연기 인생의 절정기를 맞이한다. 그는 로맨스 장인부터 악역까지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다. 액션뿐만 아니라 진지한 내면 연기까지 소화하며 영화계의 블루칩으로 등극한다.

현빈의 활약은 계속 진행 중이다.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 역을 맡아 조국을 빼앗긴 시대를 살아가는 외로움과 목숨을 건 독립운동가의 다양한 감정연기와 액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데뷔 이후 꾸준히 좋은 작품을 출연하며 사랑받고 있는 배우 현빈, 오늘은 출연작 중 영화 중심으로 대표적인 필모그래피를 살펴보고 그가 가진 매력을 파헤쳐 보자!

교섭(2023) – 박대식 역

이미지: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올해 초 개봉한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 영화이다. 2007년 발생한 샘물교회 선교단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재구성했다.

현빈은 ‘정재호’(황정민)와 유일한 현지 통역 ‘카심’(강기영)과 함께, 인질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교섭 작전을 시도하는 국정원 요원 ‘박대식’ 역을 맡았다. 그는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은 물론, 눈빛만으로도 스크린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감정 연기까지 선보이며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영화는 냉정하게 말해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실화가 모티브이기에 사실감은 높지만, 선교단 피랍 관련 사건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과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개연성 없는 모습은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다소 부족하다. 이런 단점에도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주연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력과 장르적인 몰입도는 상업영화로 감상하기에 충분한 재미를 건넨다.

공조 시리즈(2022/2017) – 림철령 역

이미지: CJ ENM

2017년과 2022년에 개봉한 [공조] 시리즈는 유해진과 현빈의 투톱 주연으로, 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합심한 남·북한 형사들의 공동수사를 담은 액션 영화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남북한의 형사가 만나 공조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이 많은 재미를 자아낸다.  현빈 출연작 중 현재까지 최대 흥행작이면서 속편이 제작된 프랜차이즈 영화다.

현빈은 북한 형사 림철령 역할을 맡았다. 전편에서는 아내를 잃고 복수심에 사로잡힌 비장미가 돋보였다면, 속편에선 한결 여유로운 모습으로 시리즈의 재미를 불어넣는다. 특히 낭비되는 동작 없이 빠른 속도로 적을 제압하는 무술 액션과 아찔한 스턴트 장면은 현빈의 카리스마와 잘 맞아 떨어지며 작품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거친 매력이 가득한 현빈과 허당 매력의 유해진의 유쾌한 케미는 [공조] 시리즈를 관통한다. 여기에 [공조 2: 인터내셔날]에서는 미국과의 삼각공조에 로맨스까지 더해져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의 스케일을 선사한다. 이 같은 재미로 1-2편 모두 7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버디 무비로 자리 잡았다.

협상(2018) – 민태구 역

이미지: CJ ENM

현빈에게 있어 [협상]은 여러모로 특별할 듯하다. 그동안 본 적 없던 악역 변신은 물론, 인생의 동반자도 만났기 때문이다.  영화는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제한 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현빈)를 멈추기 위해 위기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일생일대의 협상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협상가와 인질범이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1대1로 대결하는 긴장감 넘치는 구도를 그리며, 손예진과 현빈의 팽팽한 연기 대결이 끊이지 않는다.

현빈은 전형적인 악역의 틀에서 벗어난 사상 최악의 인질범 ‘민태구’ 역을 맡아서, 배우 인생 최초로 악역에 도전했다. 최고의 협상가 하채윤을 연기한 손예진과 함께 두뇌게임을 펼치며, 사건의 진상에 다가간다. 작품 특성상 두 사람이 함께하는 장면이 거의 없지만, 대사와 목소리만으로 빚어내는 협상 케미가 아찔한 순간을 매번 자아낸다. 이원 생중계라는 연출 또한 리얼리티를 끌어올린다.

특히 [협상]은 세기의 커플이 된 현빈과 손예진이 처음 함께 출연한 작품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도 두 사람은 함께 했지만, 손예진이 당시 까메오 출연이라 서로가 호흡을 맞추지는 못했다] 그래서일까?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팽팽하게 기싸움을 하지만, 뭔가 모를 애정이 느껴진다. 오히려 그런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이 작품의 재미를 더욱 끌어올렸는지도 모르겠다.

꾼(2017) – 황지성 역

이미지: ㈜쇼박스

보기만 해도 믿음이 팍팍 가는 현빈이 이번에는 현란한 말솜씨와 포커페이스로 모두를 속인다. 영화 [꾼]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과 검사의 이야기를 담은 범죄 오락영화이다. 사기꾼이 사기꾼을 잡는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2008년 국내 최대 규모의 다단계 사기 사건인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다.

[꾼]에서 현빈은 악덕 검사를 속이는 ‘황지성’역을 맡았다. 반전을 거듭하는 사기꾼을 연기하며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능청스런 모습으로 이야기의 판을 제대로 펼치며, 적재적소에 맞는 역할플레이로 다음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한다. 마지막 반전에서 밝혀지는 그의 설계도는 사이다 한 모금처럼 통쾌함을 자아낸다. 청량한 그의 미소와 잘 맞아 떨이지면서 장르적인 재미는 배가된다. 현빈 이외에도 여러 배우들이 자신의 옷에 걸맞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매순간 케이퍼 무비의 짜릿한 순간을 빚어낸다.

역린(2014) – 정조 역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시크릿 가든]과 [만추]의 성공으로 그야말로 신드롬 급 인기를 보여줬던 현빈. 이 같은 명성을 뒤로하고 그는 나라의 부름을 받고 성실히 의무를 수행했다. 그렇기에 그의 복귀작에 초미의 관심사가 모였다. 수 많은 러브콜을 뒤로하고 그가 선택한 작품은 바로 [역린]이었다. 이 작품은 그의 첫 사극 도전작이기도 하다.

[역린]은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와 그를 둘러싼 암살 음모를 다룬 이야기로, 즉위 초기 홍씨 일파의 암살 미수 사건을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흥미롭게 구성한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게 만든 노론 벽파의 암살 위협에 맞서는 정조의 모습이 메인 스토리로 펼쳐진다.

현빈은 [역린]에서 정조 역을 맡았다. 언제 암살을 당할지 모르는 불안과 긴장감으로 두려운 삶을 살고 있지만, 자신을 둘러싼 궁중 음모에 당당하게 맞서는 강인한 모습을 현빈 특유의 카리스마로 사실감 있게 표현한다.  역사 왜곡과 부족한 고증, 인물 관계가 너무 복잡하다는 [역린]에 대한 아쉬운 소리가 여러 있다. 그럼에도 정조에 대한 세밀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는 호평은 현빈의 존재감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