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천희도

현실에서 우리는 일상적인 스트레스와 많은 압박에 노출된다. 팍팍한 일상에 지쳐 피로감이 극대화될 때 무심코 튼 티비에서 코미디쇼나 예능프로그램이 나온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나도 모르게 웃으며 스트레스가 완화되어 안정감을 찾은 적도 있다. 오늘은 보기만해도 웃음이 나오며 스트레스가 완화되는 것 같은 기분 좋은 배우인 짐 캐리와 그의 영화들을 만나보자.

짐 캐리는 할리우드에서 코미디 영화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받는 배우다. 그는 독특한 연기스타일과 유머로 많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 코미디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코미디언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웃음기를 뺀 정극이나 진지한 멜로,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엄청난 내공을 보여준다.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으로 TV쇼, 시트콤을 거쳐 영화배우로의 활약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직접 공동 각본까진 쓴 [에이스 벤츄라]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 얼굴을 알린다. 이후 매 작품마다 인상적인 연기를 선사하며 할리우드의 대표 코미디 배우로 자리 매김했다.

하지만 2022년 인터뷰에서 짐 캐리는 은퇴를 시사했다. 팬들에게는 아쉬워할 만할 소식이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 들어올 경우 연기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여지는 열어 놨다. 현재는 그저 쉬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짐 캐리, 그의 바람대로 휴식 기간동안 몸과 마음도 회복하여 얼른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은 그의 빠른 복귀를 바라며 짐 캐리의 대표작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마스크]부터 [수퍼 소닉] 시리즈까지, 워낙 굵직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중 그의 필모그래피에 큰 전환점이 되었던 5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마스크(1994) – 짐 캐리 전성시대를 연 작품

이미지: 뉴 라인 시네마

은행에서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평범한 은행원 스탠리(짐 캐리). 어느 날 그는 우연한 기회로 고대 시대의 유물인 신비로운 힘을 가진 마스크를 발견한다. 마스크는 그에게 마치 두번째 인격체를 부여하며 그의 삶은 미친듯이 변하기 시작한다. 스탠리의 마스크 때문에 일어난 여러가지 소동으로 경찰은 그를 추적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조직까지 가세, 쫓고 쫓기는 사건이 벌어진다. 조직의 사주를 받은 어느 기자에 의해 정체가 탄로난 스탠리는 조직에게 마스크를 빼앗기고 조직의 보스는 마스크를 이용하여 도시의 세력을 장악하려고 한다. 이때부터 스탠리는 이들의 음모에 홀로 맞선다.

[마스크]는 [에이스 벤추라]에 이어 짐 캐리를 흥행 보증 배우로 자리매김 시킨 작품이다. 짐 캐리의 초창기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장점과 신들린듯한 원맨쇼 코미디를 즐길 수 있다. 변화무쌍한 그의 표정 연기는 보너스다. 짐 캐리 전성기의 시작이자, 우리의 머리속에 [마스크]하면 그의 초록색 얼굴을 바로 떠오르게 각인시킨 영화이다.

트루먼쇼(1998) – 코미디언에서 정극 연기의 진가를 보여준 작품

이미지 : 해리슨앤컴퍼니

작은 섬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30세 보험회사원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 아내와 홀어머니를 모시고 행복한 하루 하루를 보낸다. 하늘에서 갑자기 조명이 떨어지고 그 뒤로 죽은 아버지를 지나가다 만나는 등 그에게 기이한 일들이 연이어 생긴다. 지난 30년간 일상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어딘가 수상하다고 느낀 트루먼은 섬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가짜인 세상속에서 트루먼은 자신을 찾아간다.

[트루먼 쇼]는 현실과 가상, 인간의 욕구와 자유, 미디어의 영향과 개인의 결정에 대한 깊은 사유와 문학적 요소를 담고 있다. 시작은 짐 캐리의 이전 코미디 작품과 비슷했으나 마지막은 묵직하고 씁쓸한 철학을 건넨다. 그동안 보기 힘든 짐 캐리의 진지한 연기가 주를 이뤘지만, 영화는 대흥행을 거두었다. 아카데미에도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짐 캐리가 코미디뿐만이 아니라 정극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 이 영화로 짐 캐리는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브루스 올마이티(2003) – 웃음과 드라마를 다 잡은 그의 최고 흥행작

이미지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브루스(짐 캐리)는 뉴욕, 버펄로 지방 방송국의 뉴스 리포터이다. 그의 삶은 지루하고 불만스러운 일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브루스는 안 좋은 사건에 휘말려 하늘에 삿대질을 하며 자신의 불행은 신 탓이라고 원망한다. 그러다 신을 만나고, 브루스는 엄청난 능력을 얻게 된다. 브루스는 처음에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힘을 사용한다. 이 덕분에 엄청난 부와 성공을 얻지만, 그에게 더 많은 문제를 가져온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는 많은 것을 깨닫는다. 인생에서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가족과 친구들을 소중히 여겨야 함을.

[브루스 올마이티]는 [트루먼 쇼]이후로 다시 한번 히트작을 내놨다. 전 세계적으로 4억 8천 4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제작비 대비 6배에 달하는 성공을 거뒀다. 그의 출연작 중 현재까지도 최고 흥행을 기록 중이다. “내가 신이 된다면?”이라는 누구나 상상해봤던 다소 뻔한 스토리였지만, 짐 캐리의 열연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했다. 짐 캐리는 그의 장기인 코미디는 물론, [트루먼 쇼]부터 인정받았던 정극 연기까지 둘 다 잡으며, 캐릭터의 내면적인 성장과 감정적인 변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이터널 선샤인(2005) –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 짐 캐리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이미지: 코리아픽처스

조엘(짐 캐리)은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이야기가 역행하며 어떻게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기억이 사라져 갈수록 조엘은 그것을 지키려 노력하며, 연인과 함께한 순간들을 되새긴다.

영화는 시간과 기억, 사랑과 헤어짐에 대한 복합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영리하면서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과 더불어 BBC선정 21세기 최고의 멜로영화에 뽑혔다. 짐 캐리는 감정적으로 복잡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그의 연기는 영화의 깊이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트루먼 쇼] 이후 그의 정극 연기가 정점에 달한 순간이다. 눈물을 머금고 사라진 기억을 붙잡는 극중 연기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수퍼 소닉(2020) – 짐 캐리 부활! 매력적인 악역 연기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소리보다 빠른 초고속 고슴도치 히어로 ‘소닉’은 지구에 불시착한다. 지구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던 소닉은 그의 특별한 능력을 감지한 과학자 닥터 로보트닉(짐 캐리)은 세계 정복의 야욕을 채우려 하고, 경찰관 ‘톰’은 위험에 빠진 소닉을 돕는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힘을 얻은 소닉은 자신을 노리는 닥터 로보트닉에게 맞선다.

세가의 인기 비디오게임을 영화화한 [수퍼 소닉]은 한동안 부진에 빠졌던 짐 캐리를 다시 부활시킨 작품이다. 코로나 시기와 미묘하게 맞물려 조금의 피해는 있었지만,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2022년에 개봉한 2편은 총 1억 9천만 달러의 흥행 성적으로, 비디오 게임 원작 실사영화 중에서는 역대 북미 흥행 성적 1위를 기록했다. 완성도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그럼에도 극중 악당 로보트닉을 맡은 짐 캐리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호평을 건넸다. 오랜만에 그의 초기작 [마스크] [에이스 벤추라]가 떠오르는 코믹 연기로 극의 웃음을 책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