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엔터테인먼트

‘싱글 인 서울’의 주인공들은 ‘서울’ 그 자체다. 논술 강사이자 파워 인플루언서이면서 작가를 꿈꾸는 ‘영호’(이동욱)는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서울을 아낌없이 향유한다. 예쁜 각도로 풍경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고, 아는 사람만 아는 LP와 와인을 모으고,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한강을 바라보며 잠에 든다. 자신의 안락함과 편안함, 극강의 깔끔함과 살짝의 멋스러움을 지향한다.

출판사의 베테랑 편집장으로서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자랑하는 ‘현진’(임수정)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모든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요즘 직장인들을 대변한다.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나는 ‘홍작가’(이솜)는 자유로운 인생을 즐기고픈 싱글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여기에 동거하는 싱글 ‘진표’와 ‘경아’, 주변에 관심 많은 싱글 ‘윤정’, 눈치 없어서 싱글인 ‘병수’, 혼자라 회식에 적극적인 ‘예리’ 등 주변에 있을 법한 가지각색의 싱글 유형을 보여주며 유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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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인 서울’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지만 홀로서기에 대해 말한다. 사랑지상주의 로맨스 영화들과 달리 연애를 장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혼자이고 싶어도 혼자일 수 없는 서울이지만, 그래서 어영부영 둘이 되지는 말자고. 빠르고 가벼운 것에 익숙해진 도시에서 관계만큼은 느릿해도 좋지 않겠냐고. 혼자 누리던 자유와 편안함을 함께 누릴 준비가 되면, 그때도 늦지 않았다고. 그렇게 혼자인 듯 혼자 아닌 서울에서 ‘관계’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외에도 싱글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영호의 깔끔한 환경은 혼자 사는 남자가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단정한 차림으로 있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한 설정이다. ‘자유롭고 편안한’ 것이 싱글의 장점이라면, 자유롭고 편안한 사람을 만나면 된다는 대사도 인상적이다. 진하고 애틋한 로맨스는 없지만, 이런 산뜻함이라면 오히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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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인 서울’은 깐깐한 편집자가 잘 엮은 영화 같다. 현대적인 서울 거리, 그 속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인물들, SNS에서 본 듯한 소품과 음악들까지. 새로울 것은 없지만, 아주 깔끔하고 자연스럽게 엮어 놓은 바람에 쓱 스며들게 된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연말 느낌이 물씬 풍기니, 다가오는 겨울에 꼭 어울리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