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드라마가 등장했다. 김유정, 송강이 주연을 맡은 [마이 데몬]은 [철인왕후]를 공동 집필한 최아일 작가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연출한 김장한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넷플릭스 TV 시리즈 TOP에 오르며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지: SBS

미래 F&B 대표 도도희(김유정)는 뛰어난 능력과 냉철하고 빈틈없는 모습으로 기업을 이끌고 있다. 도희는 그룹의 창업주 주천숙(김해숙)의 소원으로 맞선을 보기로 하고, 약속 장소로 착각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정구원(송강)을 맞선 상대로 오해한다. 도희는 자신에게 냉랭하게 구는 구원이 어이없으면서도, 수려한 외모와 더불어 말과는 반대로 자신을 위기 상황에서 구해주는 그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런데 구원은 현실이 괴롭고 절박한 인간 앞에 나타나 그의 영혼을 대가로 소원을 들어주는 데몬이다. 그는 인간들을 하찮게 여기고 자신을 상위 포식자라고 생각하며 마법 같은 능력을 가지고 영생을 사는 데몬의 삶을 누구보다도 즐긴다. 우연인 듯 악연인 듯 만나게 된 도희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을 때 구원이 그 앞에 다시 나타나는데, 물에 빠진 상대방을 서로 구하려는 과정에서 구원의 힘의 원천인 손목 십자가 문신이 도희의 손목으로 이동해 버린다. 도희의 손목을 잡아야만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구원은 점차 도희와 얽히기 시작한다.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는 단연코 배우들의 눈부신 비주얼이다. 김유정과 송강은 가히 비주얼 화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장면 장면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화면도 그만큼 최선을 다해 예쁘게 담아낸 인상을 준다. 혼자 있어도 멋진데, 둘이 같이 있으니 그 매력이 배가 된다. 두 배우의 비주얼 합 자체가 서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주얼 케미스트리가 주는 매력이 상당하다.

캐릭터에 착 달라붙는 배우들의 연기도 눈에 띈다. 김유정은 차갑고 고고하며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허당미가 넘치는 모습을 안정감 있게 보여주며 드라마의 중심을 이끈다. 송강의 연기는 아직 미흡하지만, 오랫동안 살아왔음에도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잘 모르는 초월적 존재와 딱 어울리는 모습으로 아쉬움을 상쇄한다. 또, 캐릭터의 관계 설정도 매력 포인트다. 오랜 생을 살아온 비인간과 인간의 조합부터 매번 투닥거리고 싸우면서도 서로를 돕는 혐오 관계, 경호원과 보호자로서의 관계, 계약 결혼까지 이제는 익숙한 잘 아는 맛이지만 흥미는 확실히 보장하는 여러 설정이 차례로 등장해 시선을 차곡차곡 집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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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요소들도 많음에도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띈다. 먼저, 말맛이 적은 대사들이 아쉽다. 중간중간 코믹한 분위기로 연출하는 장면들은 밋밋하게 흘러가고, 주요한 장면들에서는 종종 대사보다는 배우가 보여주는 매력에 더 의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조금씩 나아지긴 해도 극초반에는 냉철하고 유능한 모습으로 기업을 이끌어가는 도희가 오로지 구원의 외적인 부분에만 마음이 동화되고 혼자 호감을 키워간다는 점이 납득하기 어렵다.

도희와 구원의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천숙의 친자식들과 대치하면서 벌어지는 미래 기업 내 집안싸움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두 인물이 함께 등장하는 극적인 장면에서 비주얼 화보와도 같은 아름다운 순간을 더 많이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그룹 내의 갈등 서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주천숙을 제외한 가족들 중에서 유일하게 꾸준히 도희 편에 섰던 주석훈(이상이)이 도희를 짝사랑했던 감정을 드러내고 삼각관계로 긴장감을 주면서 도희를 둘러싼 기업 이야기는 흐지부지 흘러간다.

6화까지 방영을 마친 [마이 데몬]은 드디어 도희와 구원이 계약 결혼을 성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원의 마음이 도희에게로 향하면서 풀어낼 쌍방 로맨스 외에도, 천숙을 죽이고 도희의 목숨을 노리는 진범이 누구인지, 구원이 조금씩 떠올리게 된 그의 인간 시절 기억이 도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등 앞으로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 드라마가 지금처럼 화려한 비주얼을 보여주면서, 남은 서사를 더 깊이 있게 매력적으로 담아주길 바란다.